쓰리섬.

절의 암캐한마리가 꼬리를 흔든다. 약수 뜨러나온 나를 발견한 모양이다.
정기적으로 만나다보니 퍽 친해져 동거할래 그러면 그럴 기세다.
이 녀석이 재미있는 것이 내가 쓰다듬의 은총을 내리고자 다가가면
금새 뒤로 내뺀다. 나랑 장난치고 싶은 눈치다. 그래서 나도 새침하게 모른척하고
약수 뜨고있으면 나를 안보는척 먼산 바라보며 앉아있다, 일정 거리를 둔채.
다른 방문객하고도 그러는지 안그러는지 보니 안그런다. 나한테만 그런다.
사람이 개를 아는 것보다 개가 사람을 꿰뚫어보고 사실상 갖고 논다고 들었다.
눈치는 몇수를 앞서나가는 셈이다. 나도 눈치라면 개눈치이상은 하는줄 알았는데
개눈치가 이게 보통이상이다. 더 가관인 것은 절에서 묶어놓고 숙식제공하는 수캐 - 이놈은 덩치가 바위만한데
삽살견같다 - 쪽으로 슬슬 내뺀다. 그사이 홀린듯 나는 암캐 뒷꽁무니를 쫓아간다.
암캐는 수캐뒤쪽에 엉덩이를 디밀고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수캐는 엉덩이와 사타구니에
얼굴을 파묻고는 암내에 정신을 잃고 침까지 흘릴기세다. 나는 그리고 암캐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암캐의 머리속을 들여다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나도 수캐의 한마리로 보는 것 같다. 한놈에게는 엉덩이를 나에게는 이마를 내어주는 암캐의 마음은
복잡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그리고 내기분은 점점 더 이상해지고...ㅎ.끝.ㅎ.
    • 재밌네요. 요 며칠간 2요님의 글과 묘하게 겹쳐지면서...^^
    • 참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만.. 반말은 게시판 규칙 위반 아닌가요?
    • 제가 반말했어요? 풋
    • 아.. 그럼 게시판에 산문을 쓰신건가보군요.
    • 저는 산문시라고 생각했는데.
    • 개의 마음을 처음엔 알았는데 금방 딴생각을
    • 옛날에 노예관련 글을 적던 회원이 있었는데 불현듯 생각나네요. 느낌은 비슷하지 않는데 묘하게 생각이 나네요.
    • 읽고 보니 웃고 있었어요.
    • 웬지모르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 '하나무라 만게츠'가 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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