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학교를 안가요.




우선, 제 동생은 고3 남학생입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주중엔 일하시고 2주에 한번 주말에만 집에 오시구요

저희 아버지는.. 안계세요.


3월 내내 저랑 동생은 서로 알아서 학교를 갔구

(저는 대학생이다보니 서로 학교가는 시간이 달라서요)

지금까지는 문제없이 잘 갔어요.


그런데 금요일 아침, 제가 아직 잠들어있었던 시간에

동생 학교 담임선생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그 소리에 깨서 핸드폰을 봤는데,

엄마한테는 동생이 어제오늘 이틀째 학교를 안갔다는 문자가 와있엇구요.

일어났을 때 동생은 막 씻고 나왔더라구요.


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문은 안열어드렸습니다 ㅠ ㅠ


암튼 .. 선생님이 가시고 동생한테 너 어제 학교갔냐, 로 시작해서

이렇게저렇게 동생이랑 말해봤는데 아마 좀 허무함을 느끼는거 같아요.


고3 초반에는 조금 공부하려는 의지가 보였고,

제가 그래도 학교에 있으면 조금이라도 책은 본다고 야자는 꼭 하라해서

야자도 잘 했었는데요

얘기해보니 야자 시간에 멍때리고 있다고

차라리 그 시간에 게임하는게 더 낫겠다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동생 게임해요. 저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집와서 게임하는거라 생각해서

그냥 알아서 하게 했구요.)



동생은 선생님 전화는 피하고

엄마랑은 얘기하지 않아요.


저도 고등학생 때 그랬었어요.

저희 엄마가 좀 ... 말로 상처를 잘 주셔서

얘기하지 않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동생도 비슷한거 같은데

잘은 모르겠지만 옛날 저보다 좀 더 심각한 거 같네요..


전 지금은 옛날보다 나아졌고

엄마에게 동생이 고3 지나면 나아질거다, 라고 말했었는데

동생이랑 조금 얘기해보니 엄마한테 생각보다 많이 상처받았었나봐요..



저도 고등학생 때 많이 힘들어했고

지금 동생처럼;; 비슷한 짓을 많이 했긴 하지만

학교는 갔거든요 ㅠ ㅠ


엄마는 4월에 집에 못오신다고 해요.

어차피 와도 동생은 방안에만 있구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동생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많이 힘들 시기지만 그래도 학교는.. 기록에 남잖아요.

학원을 안가고 안다니는 것은 과외활동이지만 학교는 의무인데..


남자애라 아버지와 얘기하는게 더 좋을텐데

아버지는 안계시고 저는 (별로 위엄없는) 누나여서 ..........

엄마와는 대화를 피하구요.


학교 선생님께 말씀드려보는 걸 생각해봤는데

담임선생님께는 그리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고,

동생이 제게 잘 이야기하던 한 과목담당 선생님(남자선생님, 군대에서 직업군인으로 계시던 분인가봐요.)이 계신데

그분은 동생 학교에 오신지 한달 조금 안됐어요. ..... 그래도 괜찮을까요?




아, 그리고 혹시 청소년의 부모님을 대상으로 상담해주는 그런 기관은 없나요?

저희 엄마가 화나있을때 제가 뭔가 말하면 사실 저도 많이 상처받고

저한테 얘기하는 것 보다는, 저희 엄마는, 그런 쪽으로 연구하는 분과 의논하는게 더 나을거같아서요 ..



의견 부탁드려요.

미리 감사합니다- 




    • 동생분이 정말 훌륭한 누님(형님?)을 두셨네요.
      ( 나도 그때 이런 누나만 있었어도! 크흑!)
      더불어 많이 고민 되시겠어요.
      저는 도움이 되드리진 못하지만 힘내세요..
      요즘은 학교마나 전문 상담교사가있는걸로 알고있는데 학교로 한번 찾아가 보시는건 어떨까요?
    • 이얘기 저얘기 해보려 노력하면 좋겠네요.
    • 그 상황에 있었을 때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죄송스럽게도 권위적인 태도가 섞인 상담이 거의 효과가 없었어요.
      일단 학교에서 저런 상황을 겪게 되는 것 자체가 강압적인 방식에 대한 회의와
      자기 자신의 인생에 대한 괴리감이 섞인 상황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하고자하는 일이 분명하여,
      모 대학 이상의 학교에 입학 후에는 금전적인 지원은 없겠지만 네 맘대로 해라, 라는 쇼부를 본 채 끝났습니다만.
      그런 것은 또 아닌 것 같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 당사자의 상황이나 태도에 대해 최대한 이해한 후,
      일단은 학교를 다닐만한 딜을 제시하는게 효과적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 제 동생도 고3 때 학교를 안 나간 적이 있어요.
      부모님이 해외에 계실 때라 담임 선생님 전화 받고는 누나인 제가 학교에 불려 갔지요.
      딱히 뭐라고는 안 했고, 너 때문에 누나 학교 갔다 왔다, 출석 일수 부족으로 졸업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얘기만 했습니다. 간섭하는 걸 싫어하는 애라서요. 그랬더니 걱정 시켜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초중고 다 개근한 사람이라 학교 안 가는 게 어떤 기분일지 모르겠다고, 한 번쯤 안 가는 것도 나쁠 건 없겠지만, 그래도 졸업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어요. 이런 얘기도 딱 여기까지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동생의 경우엔 왜 학교 안 갔냐, 뭐가 문제냐, 나중에 커서 뭐 될래 등등의 잔소리를 안 한 게 오히려 먹힌 것 같았습니다. 저도 원체 이런 소리는 안 하는 타입이고요.
      그 후로는 학교도 잘 가고, 졸업도 해서, 대학도 무사히 갔지요.
      1~2년 쯤 후에 그 때 얘길 하니, 아침에 학교 가는 척 나갔다가 저 학교 가고 나면 다시 들어왔더라고요. 처음 학교에 안 간 건 등교하다 지하철에서 잠들었는데 종착역에 내리게 되어 에잇! 하는 마음으로 안 가다 보니 귀찮아져서, 라는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된 거더라고요.

      검푸른님 동생 분도 별 탈 없이 학교 다시 나가면 좋겠네요.
    • 아,, 근데. 게임 중독은 병이지요 참.
    • 좋은 누나신 것 같아요. 위에 분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말씀들 해주셨는데, 저도 몇 마디 덧붙일게요. 누나가 보시기에 평소에 동생이 어떤 모습이었나가 중요한 것 같아요. 방치해두면 계속 엇나갈 것 같다 싶으면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겠지만, 그게 아니라 뭔가 자기 생각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은 찾아서 하는 타입이라면 아리구리님 말씀처럼 믿어주는 게 훨씬 좋겠구요. CcAC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혹시라도 동생에게서 게임에 몰두하려는 경향이 보인다면 게임 중독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죠. 상담기관들 중에서도 '게임'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고, '진로'에 대한 방황을 하는 거라면 '진로상담'을 해야할 테구요. 학교와 같은 '제도' 자체에 대한 반항/저항 같은 게 생겼다면 하자센터처럼 대안적 활동을 하는 곳을 소개해줘도 좋겠구요.

      단지 학교를 안 갔을 뿐 특별한 비행을 저지른 건 아니니까 큰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 학교를 안 가냐는 것을 화두로 하기 보다는, 그냥 동생의 고민이나 미래에 대한 생각 같은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눌 기회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요? 동생분을 생각하는 검푸른 님의 마음이 전달될 거라고 믿습니다.
    • 하자센터에 있는 유자살롱의 유유자적 프로젝트해보시는 게 어떨런지. 그곳이 부모님 상담과 함께 학생들 음악을 가르치면서 재미나게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거기 한번 알아보시는 거 어떨까요. http://yoojasalon.net/notice/133, http://yoojasalon.net/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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