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 먹으면 체하나요

어릴 때 밥상머리에서 엄마한테 혼나고 눈물이 글썽한 채로 꾸역꾸역 밥 먹을 때면

씹는 동작이 부스팅이라고 한 것처럼 눈물이 더 울컥 울컥 나지 않나요

센과 치히로에서 주인공이 주먹밥 먹으며 닭똥 같은 눈물을 막 흘리는 장면

밥이 들어갈수록 눈물방울이 더 커지는 그 장면 묘하게 실감 나서 좋아해요

 

오늘 남편이랑 찍어둔 가게에 브런치 먹으러 갔다가

음식이 나오기 직전에 말다툼을 하고 눈물이 글썽해졌는데

피할 새도 없이 음식이 나온 거에요

 

치킨 앤 와플이라고 요샌 달달구리 말고 짭잘한 식사류에 와플이 같이 나오는 브런치 메뉴가

나름 유행이래요 여하간 맥앤치즈 같은 파스타 조금이랑 와플 치킨 이렇게 같이 나오는데

파스타가 너무너무 맛있는 거에요  와플도 맛있고.

근데 먹으니까 먹을수록 눈물은 더 나고

그렇지만 오래 굶기도 했고 맛있고 따끈한 걸 먹으니까 뭔가 더 설움이 북받쳐 숨은 막혀 오는데

먹는 걸 중단하기는 싫은 그런....;

 

그래서 울며 불며 밥을 먹고 남편은 약간 걱정 or 그냥 당황하는 거 같았고 -_-+  서버는 우리 테이블을 피해 다니고

그런 청승 한 장면을 찍고 왔습니다.

 

울면서도 밥은 참 맛있고

계속 먹고 싶어서 나중엔 눈물 닦고 열심히 먹어 치웠습니다.

웬수 같은 남편에게 와플 한 조각도 주고요.

밥 먹고 와서 아직 말은 안 섞고 있어요. 대신 벗어 둔 추리닝 바지를 열번 가량 발로 차 주었지요.

 

여하간 세상이 무너져도 밥은 맛있다는 걸 깨달은 하루였지요.

그리고 밥상머리에서 구박하면 정세가 몹시 불리해진다는 것도요. 상대가 울며 불며 밥 먹거나 못 먹으면

참 곤란지경이에요.

    • 마음 언짢으실텐데 죄송하지만 너무 귀여우세요. ^^;
    • 이제 슬슬 마음이 가라앉고 있어서 정화의 마지막 단계로 듀죽림에 고자질을.
      저도 밥상머리에서 동생 구박해 본 적 있어서 아는데
      상대가 못 먹겠다고 자리를 뜨거나 울면서 밥을 먹으면 순식간에 나쁜 사람 되더라구요.
      그래서 먹을 땐 강아지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하나봐요.
    • 뭔가 슬픈데 음식묘사도 너무 맛나보이고...ㅎㅎㅎ 추리닝 벗어놓은걸 발로 찼다는거죠? 입은채로 아니고요 ㅎㅎ
    • 맛탕님 아 그래요 저 울면서 먹었는데 안 체했답니다. 맛있는 음식의 위력인가. 울면서 먹으면 속도조절이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잘들 체하는 거 같아요. 잘 씹지도 못하고.

      바다나리님 입은 채로 찼으면 좋았겠지만 용기가 부족해서 그냥 침실에서 퍽퍽퍽. 추리닝이 발길질에 날아가면 쫓아가서 막 밟아주고;
      에효...;
    • 울면서 먹으면 목이 메이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저는 잘 체하는 편이라, 그냥 기분이 안 좋은 상태로 먹어도 바로 위장이 정지하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언젠가는 기분이 엉망인 상태로 혼자 요리를 해먹었는데 눈에서 눈물은 굴러 떨어지는데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와구와구 먹으며 울다가 어이없어 웃다가 자신의 솜씨에 도취되었다가 식사를 마쳤더니 체하지는 않더군요;
    • 폴리리듬님 저도 눈물 글썽-한 입-목이 메인다, 그런데 따뜻하고 맛있다-두 입-역시 맛있다-세입-맛있는데 목이 메이고 와구와구 입에 넣느라 음미하지 못한다-아깝다- 그래서 눈물 닦고 스스로를 추스리고 열심히 먹었어요 먹고 와서 화가 나서 이불 뒤집어 쓰고 잤는데도 안 체했어요 신기;;
    • 전 울면서 먹으면 입에 우겨넣는 것처럼 억지로 삼켜버려요. 그러다보니 목도 메이고 체하더라구요.
      '웬수 같은 남편에게 와플 한 조각' 귀여우세요.
    • 울면서 먹어도 안체해봤어요 목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요.
    • 물고기결정님/ 줄까 말까 고민하다... 와플 되게 좋아하거든요 남편이.달라고도 못하고 은근 탐내고 있을 거 같아서 고민하다가 줬더니 덥썩 받아서 얄미웠어요 -_-
      포킹/ 못 씹고 꿀꺽 넘기니까 잘 들리는 거 아닌가요 ㅎㅎ 아니 근데 포킹님도 운다니!
    • 어릴때 밥먹을때 혼나서 울면서 밥많이먹어봤어요 ㅠ 어머니가 엄하셔서;;
      밥먹기도 싫고 그냥 자리 피하고 싶은데 꼭!!! 밥은 끝까지 먹어야된다고하시죠
      밥만 입에 꾸역구역 넣고 일어납니다 ㅠ
    • 보스트리지/ 저두요. 그럼 할머니가 옆에서 애 나중에 혼내키라고 말려주시곤 했는데T-T
    • 어릴 때 밥상머리에서 울면 체한다고 또 혼났는데 (사실 요즘도...) 그래도 소화는 잘 되더라구요.
      저는 정말 스트레스 받으면 아예 아무것도 목구멍으로 안 넘어가서...손이 가는 거면 소화는 되는 거라는 방증이랄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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