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안좋을 때

가족과 의견충돌이 있을 때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면 할 말을 다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곧 후회해요. 말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마음을 다쳤을 가족 때문에..
내 생각이 옳지 않을 때도 있고 설령 옳다해도 얼마나 착한 딸이고 누나이기에 사랑하는 가족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가..
어렸을 때보다 마음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잘 해요. 하지만 더 가슴이 아픈건 저처럼 마음이 약해진 부모님을 볼 때에요.
어렸을 땐 먼저 사과를 잘 안하셨던 아빠가 미안하다고 말씀 하시는게 더 속상합니다. 너도 자식 키워 봐라라는 엄마의 말은 어렸을 때도 많이 듣던 건데 왜 괜히 미안한건지..

그리고 매일 지하철과 길에서 폐지를 줍거나 무거운 등짐을 지고 가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분 연세 많은 들도요.
왜 저 나이에 저런 고생을 하게 되었을까..
오늘도 리어카에 폐지를 잔뜩 싣고 번화가의 좁은 골목을 지나가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밟힙니다.

어렸을 때 가족들과 북한산에 갔는데 산중턱에서 할아버지가 도롱뇽을 한마리 오백원에 팔고 있었어요. 신경통에 좋다고 써있었던가요.. 저 할아버지는 오늘 도롱뇽 몇마리를 팔아 집에 들어갈까 생각하니 심란하더군요.
값싼 감상이라고 하셔도 할 말 없어요. 제가 그 분들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 드리는건 없으니까요. 가끔 지하철에서 파는 물건을 사는 정도에요.

아빠가 노인들을 보면 서글퍼진다고 할 때마다 "그 사람들도 다 똑같이 공평하게 젊음을 누렸는데 뭐가 서글퍼" 라고 했는데 이제 그 말이 조금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어제 버스에서 술에 취해 기사분에게 억지를 부리던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실랑이 끝에 결국 중간에 내렸죠. 예전같으면 짜증이 났겠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무겁더군요. 저 할아버지는 집에 가면 가족들에게 따뜻한 대접을 받을까..

죽지 않으면 누구나 똑같이 먹는 나이건만 슬픕니다.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 있는 부모님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점점 다가오니까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이 뿐이었지만 공평하게 젊은 적도 있었으니까.
      전 3초내로 후회하는게 가장 큰 약점입니다.
    • 저도 요즘 그런 생각을 해요. 저도 나와서 살고 동생이 취업해서 곧 해외로 나갈텐데, 떠나는 동생 걱정도 되지만 남겨진 부모님이 외로워하실 모습이 너무 선하게 보이네요.
    • 어제 엄마전화 퉁명스럽게 받았는데 이 글을 보니 또 후회되네요.
    • 좋은 따님이네요. 저는 따박따박 할말 다하고 스스로 뿌듯해하는 종족...
      그래도 가족이 옳지 않은 길로 가는 걸 볼 수는 없으니까 옳은 소리를 하는 편이에요. 제가 이성적이라서 감정적인 판단을 말리곤 하죠.
      저는 말투 때문에 상처받는 편은 아니고 말의 내용에 상처를 받는데, 가족 중엔 그들을 위해서 하는 말인데도 말투때문에 상처 받더라구요.
      이제는 좀 나긋나긋한 어감으로 말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이게 또 본성적인 습관인데다 그들의 고집은 또 어찌나 센지 이야기하다 보면 흥분을 해서 잘 고쳐지지가 않아요. 그래도 마무리는 개그를 통해 풀어보려고 노력합니다. 하핫
    • 들을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옳은 소리라고 따박따박 따져봐야 제 기운만 빠지더군요. 특히 가족간에는 마음을 위로하고 웬만한건 생략하는 미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듣게 하려면 내 카리스마나 내공이 성장해야 하는데 사실 저도 제 앞가림 못하면서 말만 잘하니까 오히려 비웃음이나 사고 경멸이나 받고 뭐 그랬어요. 감정에 휩싸여서 말하시는 거라면 차라리 심호흡 한 번 더 하고 그 순간을 넘기시는게 낫지 않나 싶네요. 나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걸 남도 알고 있는 경우도 많구요.

      저도 요즘 불쌍한 사람 많고 대체로 우울하네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1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