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사람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 우린 상대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혹은, 나는 그들과 얼마나 다를까요.

 

 

* 예전에도 한번 얘기했지만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프로그램내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생합니다. 어떤 국가의 여자가 나와 "우리나라 사람들은요.."로 시작하는 어떤 일반화를 이야기하고, 방청객들은 그 얘기에서 우리나라 사람들과의 차이점을 느끼며 오~~~라는 탄성을 지릅니다. 해당 국가사람이 나와서 자신들의 문화를 이야기하고 거기에서 우리와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자 취지겠죠. 그런데  재미있는 부분은 같은 나라(혹은 문화권)사람이 두명 이상 등장할때 입니다. 누군가 "우리나라 사람들은요..."라는 이야길했는데, 눈치가 없는건지 아니면 각본인지, 톡 끼어들며 "어..? 안그런데요..?"라는 이야길 합니다. 그럼 방청객들은 그 미묘한 엇갈림이 재미있다며 웃습니다. 그러다 MC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는 이야길하며 끝납니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는걸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다가, 그 다음주가 되면 다시 감쪽같이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는 이야길 합니다.

 

제가 이런류의 방송을 보며 느낀 것은, 과연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게 맞는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범위는 무척 넓습니다. (전 남성이므로)여자,  동성애자, 외국인 등등.

 

전 해외체류경험이 없습니다. 다만 외국인을 경험한 일인 몇번 있죠. 교환학생, 이웃집 외국인, 영어강사...이들은. 글쎄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들과 우리의 차이점을 못느끼겠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같이... 착하지만 이기적이고, 밥을 먹고 똥을 싸며, 섹스도 하고, 자기 나라 욕하는거 안좋아하거나 혹은 민족주의자일 수 있고, 아니면 모든 것에 냉소적이고, 부지런하고 근면하며, 게으르고...우리를 수식하는 대부분의 표현들은 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는 직접적인 외국인 경험론이라기보단 약간의 외국인 경험과 더불어 내국인에 대한 경험을 일반화시킨 것입니다. 예를들어, 어제 죽어라 얘기한 전라도 편견. 우린 전라도 사람과 얼마나 다른가?라는 질문은 정말 우스운 질문이죠. 이 질문의 천박함을 따로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특정 지역의 사람들이 어떤 고유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속성에 해당하는 현상이 나타나면 즉각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대상의 정체성을 확립하죠. 그것이 올바른 것인가?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의(justice)의 개념으로 접근한다기보단 그냥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다면 이 논리를 외국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가. 전 가능하다고 봅니다.

 

국경을 넘어가면 언어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생각이 바뀐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 이에 근거해서 상대(민족이건, 지역이건, 인종이건)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재난에 대한 작업이 착수되면서, 언론들은 일제히 일본사람들이 질서를 지키는 의식과 민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의식, 그리고  피해를 줄이는 중요한 원인이었던 재난방지 시스템을 구축한 합리성을 찬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며칠후, 그런 앞서의 이야기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기사;비어있는 상점을 터는 도둑이 기승을 부린다라는 기사를 봤고, 메뉴얼에 의존해서 융통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뜨더니, 어제는 원전자체가 문제가 있었는데 진행이 된것이다라는 기사들이 연일 신문을 도배하고 있습니다. 전 이 며칠사이의 변화에서 '우리가 상대방에 대해 알기는 할까?'라는 의문에 대한 부분적인 대답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지진이 많은 국가입니다. 그리고 (국민은 어떨지 모르지만)경제적으로도 부유하죠. 재난방지 시스템을 구축할만한 충분한 여력이 있고, 시민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한 기본적인 훈련을 하며,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라면 어떨까요. 당연히 혼란이 일어나겠죠. 그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거나 민폐를 끼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그냥 지진에 대한 훈련과 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지진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국가에 지진이 일어나면 엄청난 피해와 혼란이 초래될겁니다. 이기적인 사람들도 많고, 자신들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사람도 있겠죠. 그런 현상들을 보고 "한국인은 이기적이며 멍청하다"라는 이야길 할 수 있을까요? 특수한 환경과 이에 근거하여 개인들의 행동양식에 변화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사람들의 행동양식만을 보고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엔 엄청난 간극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역분들은 당연히 아시겠고, 저처럼 훈련소만 가보신 분들도 아시겠죠. 남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은 분들도 계시겠고. 아무튼. 아무리 이기적이고 쓰레기 같은 인간이 들어와도 몇대맞고 구르다보면 '조직에 충성하는 사람', '남들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있습니다(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말입니다). 물론 이런걸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사람은 결국 제도와 법에 종속됩니다. 개인이 자란 환경이나 문화에 따라 다른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으며 그것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가치관이나 성향을 형성할수도 있고, 특정한 이론으로 설득력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개 평범한 사람들이 다른 나라, 다른 인종의 사람들이 어떤 고유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에 전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우린 그런걸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만큼 똑똑하지도 않고, 많은 것을 알고 있지도 않으며, 무척 제한적인 경험만을 합니다. 그럼에도 어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했던 이야기들;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몇가지 이야기들은 어떤 인종이나 지역, 성적정체성 같은 속성과 관련하여 해당 속성을 가진 사람들의 성향이나 가치관, 행동양식이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되고, 이것은 하나의 편견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 어제 한창 글들을 보다가 욱하게 만드는 리플을 봤습니다. "지들이 안당해봐서 그러죠"

 

네. 제가 어제 글 말미에 뜬금없이 제 모친이 퍽치기당한 사건을 가져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편견섞인 시선을 당해보지 않았기에, 혹은 편견섞인 시선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정도로 둔감하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편견이 해당 대상에게 끼치는 해악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몇번 본적도 없는 누군가가 자신과 하등 상관없는 요소들을 알량한 경험이나 가치관만 가지고 재단한 뒤 나 자신을 재정의해버리거나 소속시켜 버릴때 느끼는 황당함을 겪어보지 않았거나, 그런 황당함에 부당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지하고 둔감하거나. 

 

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논쟁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취소하죠. 꼬리에 꼬리를 물수는 있는데, 정확히는 그게 원형을 이루는 논쟁들 말입니다. 편견이 부당한 것이라면 그걸 비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편견에 대한 편견, 편견에 대한 편견에 대한 편견, 편견에 대한 편견에 대한 편견에 대한 편견. 모든게 나쁘다면, 무엇도 나쁘다고 할 수 없죠.  

 

 

 

 

    

    • 어머니가 퍽치기를 당하셨다고요? 아우.. 저런..... ㅠㅠ
    • 개념화된 인종전체에 대한 포용심으로 살아있는 인간하나를 껴안으면 되겠군요
    • 어제 그 '지들이 피해 안봐서' 는 정말 그 날의 드립으로 선정될만 하더군요.
    • 타인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고, 타인이 자신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고 함부로 탓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서로 모르고, 서로 달라요.
    • 저도 인간은 다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태어나 교육받고 살아온 기후나 환경등에 의해 기질들이 많이 변화되겠죠.
    • 저도 그 댓글보고 욱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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