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재미있게 봤어요. (스포일러 있음)


언제나 그렇듯이 횡설수설 정리 안된 잡담.



디지털 상영이라길래 디지베타가 아닐지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선명한 hd상영이더군요.
쨍하면서 무채색 느낌의 화면이 영화랑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며칠전 나다의 씨네프랑스 상영 보러 갔다가 디지베타도 아닌 dvd상영에 경악을… 
몇년전부터 하는 말입니다만, 제 돈주고 dvd나 블루레이만도 못한 영화를 보게 되면 정말 짜증납니다.
애초에 sd급 소스로 만들어진 독립영화들도 어떻게든 좋은 화질로 상영하려 애쓰는 마당에
35mm나 hd로 만들어진 영화를 sd로 틀면서 제값을 받아먹어요? 기가 막혀서.)



영화 재미있게 잘 봤어요.
다들 극찬하는 오프닝 30분은 너무 기대해서 그런가… 전 오히려 별로.
너무 정신없고 산만하고 화면도 편집도 기교를 남발하니까 심드렁하더군요.
그래도 상황 자체가 재미있고 연기도 좋아서 지루하진 않았지만.

오히려 다들 별로라고 하는 중반부를 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특히 베르테르 등장하는 장면들보면서 계속 웃음이 나더군요.
근데 그걸 보고 웃는 저 자신이 참 야비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이러니하죠.



이 영화 보고나니 "가슴이 아닌 머리로 만든 작품"이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거 같아요.
하지만 보통 이런 표현을 쓸 때 그러는 것 처럼 "진정성이 없다"운운하면서 폄하하고 싶은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냉정하고 기교넘치는 태도가 영화의 인물들과 스토리에 안성맞춤.
영화 내내 중2병 돋는 연출과 냉철한 태도가 어우러지는데,
그게 영화 속 중학생들의 허세쩌는 자아와, 
복수를 위한 이성만 남아서 째깍째깍 돌아가는 유코 선생의 이야기,
이 양쪽에 완벽하게 맞아돌아가더군요.

하지만 중2병 돋는 등장인물들과 거리를 두면서도
그들을 놀려댄다기보다는, 영화를 만든 연출자 본인이 그 중2병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이런 태도가 지금 시대를 반영한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걸 표현하기 위해 화법을 선택하는 것과
감독 본인의 스타일에 그게 배어 있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지만요.
좀 더 야비하고 잔인하게 애들을 놀려먹었다면 어떤 영화가 되었을까요?
더 불쾌하고 위선적인 작품이 되었을지도. 근데 그건 또 그 나름 재미있었을 거 같긴 하구요.



결말의 그 장면은 자브리스키 포인트도 생각나는데,
다른 영화였다면 "뭐야 이 유치찬란한 오바는?"이라고 한숨을 내쉬었겠지만,
이 영화의 이 장면을 보면서는, 그 오바스럽고 호사스런 슬로우모션 cg를 보며
한편으론 낄낄 웃음이 나고, 
또 한 편으론 중학생 아이의 절박한 뇌내망상을 훔쳐보는 기분에 좀 안쓰럽기도 하고….

중2병이란 표현, 정말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에게도 이 영화에 스타일에도 
딱 떨어지는 표현같습니다.
아마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나중에 어른이 된다면,
자신들이 저질렀던 일들의 "잔인함" 때문이 아닌 "유치함" 때문에
자다가도 이불속에서 하이킥을 하게 될 듯.


아 참, 마지막 대사는 그냥 별로.
장난 운운하는 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사족같았어요.
기교 좀 부려보느라고, "머리로" 만들어 붙인 대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근데 위에서도 말했듯이, 그래서 이 영화 후졌다는 생각보다는
그런 기교가 이 영화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듭니다.



뮤직비디오같이 근사한 장면들이랑 재미있는 줄거리 때문에라도 좋았던 작품이네요.
그러고보면 어린 아이들이 나와서 위악적인 일들 저질러대는 모습이
예전에 '배틀로얄' 시리즈도 생각나네요.
캐릭터에서도 연출에서도 허세가 철철 넘치지만, 
그게 짜증나기보다는 재미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합니다.
가끔씩 이런 영화 고플 때가 있죠.





    • 중2가 중2병에 걸렸다면 그건 정상인 건가요 병에 걸린 건가요?
    • 테츠야감독님 정말 좋아요. 그과잉된영상미.ㅋ 결말에서 실제로 다카코가 폭발물 가져다놓은건가요? 원작소설에서는 진짜로 가져다놓은걸로 되있다던데. 영화에선 아닌거같기도하고
    • 선생이 폭발물 가져다 놓은 거로 봤는데요
      원작소설 먼저 읽고 본 영화 대부분 만족스럽게 보았는데 고백은 소설의 재해석도 별로 눈에 띄지 않고 감흥이 적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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