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전쟁 그리고 월드컵



1.


장기, 바둑 등 많은 유사 전쟁 게임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전쟁과 유사한 종목은 바로 축구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축구를 이야기하면서 평화를 위한 스포츠 운운 하는 것은 사실 좀 아니라고 봐요.




 2.


중세시대, 전투를 위해 넓은 평지에서 적과 대치하는 상황을 머릿 속으로 상상해 보십시오.


수천명 혹은 몇 만명의 군대가 있다고 생각하고 맨 뒤의 고지에 왕 또는 대장군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대열을 어떻게 세우시겠습니까?


여러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만약 저라면 인원을 세부분 혹은 네부분으로 나누어 겹겹으로 배치하고,

각 군의 성향에 따라 그 비율은 4:4:2 혹은 4:4:3 또는 4:2:3:1 등등으로 구분하여 세울 것 같습니다.


제일 맨 아래 라인 중앙에는 발이 좀 느리더라도 방어에 적합한 덩치크고 튼튼한 창과 방패를 가진 보병, 사거리 정확한 궁수 등을 두고,

중간에는 말그대로 파이터 기질의 부대, 혼전에서도 밀리지 않고 공격과 방어에 핵심이 되는 전차부대 중심으로 주둔 시킬거구요.

후미와 전방 양사이드에는 속전 속결이 가능한 날쌘 기마병을 배치할 겁니다.

맨 앞은 말그대로 일격필살, 동귀어진 스타일의 전투부대를 배치.


게임 미디블 토탈워. 이미지 검색 구글



자, 전쟁을 진행합니다.


중원에서 피터지게 싸우는 동안, 후미 중앙은 궁수를 통해 지원사격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들 본연의 임무인 방어에 힘을 쓰겠지요.

후미와 전방의 양사이드는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일진 일퇴를 거듭하며 정신없이 본진과 적진을 왔다갔다 할 것이고,

맨 앞 침투부대는 상대가 가진 최종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자기 위치를 벗어나 보병도 전방으로 나가 싸우고 기마병도 중앙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전차부대가 외곽으로 빠지기도 하고 공격에 최적화된 침투부대도 적을 막느라 애를 씁니다.


하지만, 이렇게 혼란스러운 전투 중이라도 각 대열은 무너지지 않도록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유지해 나가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적에 의해 처절하게 유린 당할 테니..


 파일:4-4-2.svg

  4-4-2 포메이션



3.


그러고 보면, 축구용어에 전투용어가 쓰이는 것도 그런 이유인가 봅니다.

입성, 전차부대, 무적함대, 대포알 슛, 태극전사, 폭격기, 침몰, 잘하는 감독을 명장이라고 부르는 것,

나라별 축구협회, 축구클럽 등은 중세 왕가와 비슷한 엠블럼을 가지고 있고.. 등등..

뭐, 하나하나 예를 들자면 끝이 없겠군요.

스포츠 정신 당연히 중요합니다만, 축구가 다른 종목에 비해 유난히 승부에 집착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겠지요.




4.


축구열기가 높은 많은 나라들이 지역주의, 민족주의에 기반한 것도 그렇습니다.

각 축구스타일이 그 나라의 성향과 비슷한 것도 그렇구요.

영국과 독일이 맞붙을 때나 또는 우리나라의 한일전은  왜 다른 나라와 경기보다 보다 더 격렬한 걸까요?

한, 중,일, 축구.. 자존심 대단하기도하지만 실력에는 분명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잘 인정하지 않습디다. ㅎㅎ

서구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딸리아 세리에A, 스페인 프리메라리그 등등은 각자의 리그가 세계 최고라고 주장하고 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질투와 경쟁을 통해 더욱 발전해 나가는 거고..


 

 한일전




5.


이렇게 접근해 보자면, 결과적으로 축구는....

인류가 전쟁을 무기없이 피흘리지 않고 사망자 없이 치룰 대리전의 한 방법으로 고안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수천, 수만명의 전투병력을 가장 최적화 할수 있는 비율로 축소시켜 11명의 인원을 산출합니다.

그 활동 장소는 약 100  x 70 m 로 규격화 시키고, 잔디를 깔아서, 어느 지역의 경기장에서나 비슷한 여건에서 겨루도록 평준화 합니다.

몇 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관람하도록 시설을 세우고, 수십억의 인구가 미디어를 통해 이 전투(?)를 생생하게 지켜볼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전투인 경기를 보며, 우리는 감정을 이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울고 웃곤하지요.


현대판 콜롯세움.



 6.


어? 글을 쓰다보니 앞서 말한 것과 다르게 역설적으로 축구는 평화의 스포츠가 되는군요.


위기상황에 긴장해서 스트레스로 인해 분비되는 것이 아드레날린인데,

환경이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쾌감과 흥분의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나요?

그래서 놀이기구나 번지 점프가 재미있는 거고...


축구는 전쟁과 달리 지더라도 영토를 빼앗기는 것도 아니고.. 싸움 중에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으며..

무엇보다 생존을 위협하지 않아요.

치열한 경기 후, 결과가 나오면 만약에 졌으면 패배를 밑천삼아 노력해서 후일을 도모하면 되는거고,

승리하였다면 그 영광 만을 취하면 됩니다.


picture/2009/j3/20090608/20090608085555875j3_102927_0.jpg

영광... 영광.. 김영광(응?)



7.


뭐.. 결론은 버킹검(?) (아악.. 나이 드러나는 이런 고릿적 유머를...)은 아니고..


여튼, 인간은 참 재미있는 동물입니다.

생존을 위해 치루던 전쟁조차도 그 양식을 모방하여 하나의 유흥거리로 만들어 버리니...


우리는 거칠고 열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안전한 이 행사를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마음껏 즐기면 되는 겁니다.




끝.




--


제가 뭐 전문가도 아니고, 전술이나 축구 테크닉 그런 것은 잘 모릅니다만..

축구경기를 이러한 시각으로 보다보면 그 재미가 나름 더하더라구요.

이런 생각, 저런생각 나눠 볼까해서 졸필에 썰 좀 풀어봤습니당.




덧. 아르헨전 우리나라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 축구로 전쟁을 멈춘 사나이도 있죠.
      코트디의 드록바.
      그런 일이 가능하다니.
    • 마르타/펠레도 잊지 말아주세요^^
    • 와. 5번에 있는 축구장은 어디인가요? 진짜 콜로세움같아요.
    • 밀란 홈구장인가요? 산시로??
    • 이런 류의 많은 말들에 대해 동의도 하면서도 한편으론 진부하기도 한게 대부분의 스포츠가 그렇기도 하죠. 이현령 비현령같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인지 스포츠와 문화사를 비롯한 인문학적관점을 결합하여 쏟아지는 많은 말들에대해서도 시큰둥합니다.

      인터넷에 많이들 쓰는 비유(특히 전쟁.인생_)는 애호가들이 우리 운동 좀 재미있게 봐주십사하는 애교섞인 간청이거나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많이 보여주는 마니아들의 은근한 과장과 비슷한 그 무엇이라고 봐요.

      전 꽤나 야구의 열성팬이지만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같은 말을 할때마다 "그랬던가?뭐 그렇기도 하겠네"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마라톤, 축구 ,바둑 심지어 당구도 그런거 같더군요. 운좋아서 모이면 순식간 돗대, 뽀록 뒤 장타... 이 어찌 인생과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전쟁과의 유사성이야 가장 전쟁에 유사하여 웨스트포인트에서 그 전략을 가르친다는 미식축구. 포메이션의 공격형태가 강력한 농구, 흡사 1차대전의 진지전을 연상케 하는 야구 기타 등등 사실 끼워 맞출려면 끝도 없죠.

      민족주의와 지역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서 축구가 흥한다는것도 축구자체가 가장 광범위하고 전통적으로 대중적인 스포츠여서 그런거지, 민족주의가 발달 안해도 어차피 축구는 번성할 여지가 많은 스포츠라는거죠. 사실 민족주의나 지역주의 자체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거 같아요. 그냥 대리전의 양상일 뿐이죠.

      승부세계의 용어야 뭐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이 군사용어나 무력과 관련된 용어죠. 야구만 해도 무등산 폭격기, 핵타선, 소총수, 기관총타선 기타등등 바둑이야 의외로 더하죠. 단기필마, 강호의 고수, 전격전을 연상시키는 속력행마, 평론을 보면 무협지가 따로 없죠

      사실 다 전쟁이죠.
    • 저는 미식축구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역사책에서 이미지로 나오는 전투 전개도를 볼 때와 축구 전술을 분석할 때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껴요. 농구는 일단 인원이 적고 코트 사이즈도 작고, 야구는 각 회마다 수비하는 쪽과 공격하는 쪽이 딱 정해져 있다는 것 때문에 덜 전쟁스럽게 느껴지고요.
    • 축구의 기원이 원래 전쟁 후 적병사들 머리를 차고 놀던 것에서 비롯한 것 아녔나요?;
    • 축구구경하고 돌아와 늦게서야 댓글 보았습니다.

      백수광부님 / 펠레도 그런 유사한 사례가 있었나요? 오오..
      노란잠수함,큰숲님 / 네에, 구글로 이미지 검색할 때 보니 산 시로 스타디움, AC 밀란과 인터밀란의 홈경기장으로 나옵니다.
    • 가지볶음님2 / 이런 류의 댓글들에 대해 동의도 하면서도 한편으론 진부하기도 한게 대부분의 반론이 그렇기도 하죠. 거대담론으로 보면 모든 것이 비슷해지지요. 그래서인지 이러한 댓글에 관해서도 시큰둥합니다.

      민족주의와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축구가 발달한 나라로 서유럽 영국, 이탈리아등을 들고 그렇지 않은 나라로 미국을 들더라도... 공감하실까요? 그렇지만, 크게 그리고 넓게 비교해보면 나라들은 다 비슷하니..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전쟁을 많이 겪어서 축구용어에 군사용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역시 그렇게 전쟁용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반박해도 -브라질에서는 훌륭한 스트라이커를 '킬러'라고 부르고 독일에서는 '폭격기'에 비유한다. 분데스리가 시절 차범근의 별명은 '갈색 폭격기'였다. 선수가 경기에 임하는 것을 '출격'이라 하는가 하면 팀이 이기고 지는 데에는 '격침', '침몰'이라는 용어를 쓴다. 외국의 경우 표현이 더욱 과격하여 '(대량)학살', '살육', 심지어 '토벌'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한다. 축구만큼 폭력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스포츠도 없다.- (출처 http://old.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269&article_id=4683) 거시적인 관점에서 비판을 하자면 다 비슷비슷하죠.

      "사실 다 전쟁이죠." 라고 하신다면 맞습니다.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군요. 네에. 세상은 다 전쟁이니까요.

      다만 비유컨데, 산에 오르려고 하는 사람에게 "글쎄요. 저는 산에 올라가는 것에 관해 회의적입니다. 올라가는 이유가 무얼까요? 어차피, 내려와야하는데요.", "등산해서 XX KM 가는 것과 수영장에서 XX 바퀴 도는 운동량은 결국 비슷합니다"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댓글에 대한 비유가 좀 그런가요? 원자도 우주도 그 구조를 크게 보면, 다 비슷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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