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슐러 르귄의 '바람의 열두 방향' 재밌네요!!

오늘 막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었는데, 잔잔한 감동이 있네요.

 

사실 어슐러 르귄의 책은 처음 읽어봤거든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원작이 르귄의 '어스시의 마법사'라고는 알고 있었는데 읽어 본 적은 없었어요.

외국이라 한국어가 사무치게 그리웠던 어느 날 친구 집에서 '그냥 저냥 괜찮다'라는 평을 듣고 '그게 어디냐!'라고 생각하며 덥썩 빌려왔었지요.

 

작가의 초기 단편들이라는데, 단편들 맨 앞 장에 작가의 말이 있거든요.

그걸 읽고 단편들을 읽으면 '아, 이게 이런 생각에서 나온 글들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지난 연말에 친구집에서 연휴를 보낼 때, 밤새 친구와 영화를 보다가 이미 해가 떠버린 아침에 이 책의 단편 중 하나인 '겨울의 왕'을 다 읽고 잠을 청했던 적이 있어요.

친구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친구는 식신 원정대(친구가 한국음식을 그리워하던 때라 ㅎㅎ) 저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저 단편의 주인공인 아르가벤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사람들의 인사를 받는데 그만 울컥하고 말았죠. 목구멍으로 뭔가가 울컥.

그렇게나 감동적이거나 뜨거운 내용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주인공의 의연한, 혹은 담담한 태도가 절 더 욱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잠깐 책에서 시선을 돌려 잠시 숨을 고른 후에, 침을 흘리며 식신 원정대를 보고 있던 친구에게 그랬어요.

 

"아, 이런. 나 지금 눈물 날 것 같아. 별 내용 아닌데 왜 이러지. 쪽 팔리게. 하하"

 

그랬더니 친구가

"어, 그러지 마. 너 지금 책 읽다 울면 완전 웃길 것 같으니까."

 

뭐 임마. 나의 감수성을!

아니 뭐. 저도 같이 흘흘 웃었지만요.

 

아코, 바낭이군요.

헤헤 *^_^*

 

아무튼 책이 참 좋았다고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글 올려요.

르귄의 책을 좀 더 읽어볼까 싶어서 여러분께 추천도 받고 싶구요. (앗, 이건 읽기만 하던 듀9? +_+)

그런데 어스시의 마법사쪽은 뭔가 시리즈물 같군요. 순서가 정해져 있는건가요.

요즘들어 이런 장르의 책을 다양하게 더 읽고 싶어요. 

특히 장편보단 단편들. 단편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조금 더 속삭여주는 것 같더라구요.

 

근데 이런 장르를 판타지라고 해야하나요, sci-fi라고 해야하나요.

전 늘 sci-fi라고 불러왔는데 전에 보니 듀나님은 sci-fi라는 용어를 안좋아 하시는 것같더라구요. 오히려 좁은 범위에 장르는 국한시키는 용어라설까요.

그럼 달리 뭐라 불러야 할까요. 흠.

장르문학이려나요. 장르문학도 '어떤' 장르에 대한 문학인건지 아니면 그냥 저런 류를 '장르문학'이라 부르는 건지 조금 아리송합니다.

 

어, 아무튼 결론은, 다시한번 더 말하자면, 어슐러 K 르귄의 '바람의 열두 방향' 참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감상이긴 하지만 추천해드려요 ;-)

    • 겨울의 왕을 재밌게 읽으셨다니(저도 엄청 좋아해요) 어둠의 왼손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겨울행성과 연합이 처음 관계를 수립하는 이야기에요.

      다른 헤인시리즈인 빼앗긴 자들도 좋아요(전 이거 읽고 울컥)..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원작이 따로 있지 않나요? 어스시는 아닐거에요 아마.
    • 그냥저냥님 말씀대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원작이 따로 있죠. 번역도 있어요. 1, 2권으로 되어있는데 우리가 아는 원작은 1권이고, 2권은 내용이 달라요.

      읽기에는 1권 보다 2권이 재밌었어요. 어스시를 원작으로 한 건 아들 미야자키의 게드전기죠.
    • @그냥저냥/GREY/ 어, 그런가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원작은 어스시가 아니로군요! 하울을 극장에서 본 후, 친구랑 애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르귄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고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그게 게드전기였던걸까..어디에서 기억의 왜곡이 시작된 건지..아코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어둠의 왼손'과 '빼앗긴 자들'이라. 이게 헤인시리즈군요. 기억해두겠슴다!! 사실 전 '겨울의 왕'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권교정님의 '데트의 모험' 프롤로그가 떠올랐더랬죠. 헤헤.
    • 영미권 국가에 계신 거라면 이거야말로 절대 찬스입니다. 도서관에 가셔서 르귄의 작품들을 훑어 보시고 맘에 드시는거 한권 골라서 시작해 보세요.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고 서정적이며 어느 순간 가슴을 한대 치는 대목들이 곧잘 나옵니다.
      어스시 시리즈는 한 번 시작해보세요. 저는 집에 'a fisherman of the inland sea'라는 단편집이 있는데 몇몇 단편은 읽고나면 바람이 싸하게 불고 지나가는 기분이 들어요. 'always coming home'도 무지 좋구요. 어둠의 왼손도 가슴을 묵직하게 할퀴고 가는 작품이에요.
    • @Elephant/ 영국입니다. 오오~절대 찬스!! +_+ 말씀해주신 단편집, 아마존에서 찾아봐야 겠어요!! 그리고 어둠의 왼손!! 완전 기대됩니다!! 조만간 독서와 작업에만 올인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인데 그때 르귄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읽어봐야 겠슴다!! 추천 정말 감사해요!! 아~~신난다 ㅇ(>_<)ㅇ
    • 어머, 저도 막 바람의 열두 방향 읽었어요^^ 전 두번째로 읽는 거였는데 두번 읽으니 전에 못 봤던 것이 보이고 그러네요.
      말씀하신 아르가벤이 귀환하던 장면, 정말 그냥 담담한 장면인데 뭔가 울컥하는게 있어요. 아니 그 글 전체가 그렇죠. 그렇게 담담한 내용이 절대 아닌데, 참 낯설고 절제되어 있고 그런 거요.

      다른 분들도 좋은 추천 해 주셨고, 헤인 시리즈 중에 로캐넌의 세계도 재밌어요. 첫 단편인 샘레이의 목걸이에 잠깐 얼굴을 비춘 로캐넌이 나와요.
      그리고 어스시 시리즈는 한국에서 출판된 순서라면 어스시의 마법사-아투완의 무덤-머나먼 바닷가-테하누-어스시의 이야기들-또다른 바람, 이렇게 나와 있어요.
    • @august/ 와! 찌찌뽕(..유치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달리 표현이..)!! 어거스트님도 '겨울의 왕' 그 장면에서 울컥하셨다니 완전 반가워요. 지금도 생각해보면, 아픈 이야기고 비극적인 역사인데 너무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강인하게 이겨내고 마는 아르가벤이 대단해요. 정말 왕이구나 싶은. 기억에 오래 남을 캐릭터같아요. 그러고보니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 하네요. 주인공도 그 전체 분위기도.
      +어스시 시리즈 순서 가르쳐 주셔서 감사해요~아무래도 출판순서대로 읽어보는 게 좋겠죠? ;-)
    • 르귄 여사님의 단편들은 울컥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거 같아요. 빼앗긴 자들도 그렇고 어둠의 왼손도 그렇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느낌을 주는 소설들을 좋아해서요.

      위에서 추천하신 로캐넌의 세계도 꼭 보세요. 책장을 덮을때 드는 느낌이 참.. 그리고 헤인 시리즈는 각 책마다 특색이 다 달라서 정말 재밌어요.
    • 르귄 단편집으로는 The Birthday of the World도 좋습니다. 헤인시리즈의 여러 세계들과 연결되는 이야기들이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중편집인 Four Ways To Forgiveness를 좋아합니다. 인종과 성별에 따른 차별과 억압의 세계인데도 어둡지 않은 이야기들이에요.
    • 달비/ 그렇군요. 르귄 여사님께선 저만 울컥하게 만든 게 아니라, 독자들을 울컥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신 분이었군요. 책을 읽으면서 관조하는 말투로 담담히 주변을 살피는 것 같다고 많이 느꼈어요. 로캐넌의 세계. 기억할게요. 감사합니다. 어스시 시리즈만 있는지 알았는데 헤인시리즈도 평이 정말 좋군요.
      ally/ 단편집 추천 정말 감사합니다!! The Birthday of the World 꼭 읽어볼게요. 제목인 꼭 닥터후 에피소드 제목 같네요~헤헤. 네, 저도 헤인시리즈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Four ways to forgiveness는 중편집이로군요. 설명해주신 내용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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