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가끔은 이런 일도

 외근하고 바로 집에 오는 길이었습니다. 

 지하철역을 향해서 걸어가고 있는데 운동화-옥스포드화만 파는 가게가 눈에 띄더군요. 대부분 운동화고 끈을 묶는 낮은 구두도 몇 가지 있고요. 


 소공자 (소공녀가 아님) 구두를 보면 눈이 뒤집히는 저는 넋을 잃고 이 신발 저 신발 구경하고 있었죠. 그나마 이성이 발동한 것은 굽이 너무 얇은 구두는 발이 아프다는 거였어요. 이것도 이쁘다, 어머 저것도, 하면서 차례대로 집었는데 다들 종잇장처럼 뒷굽이 납작한 겁니다. 1 센티는 있어야 뒤꿈치가 안 아플 것 아니냐고요 ㅠㅠ 

 계속 실패하고 들었다 놨다만 반복하는데  안에서 주인이 나오더군요.  너무 오래 구경하고 있는 바람에 그냥 갈 타이밍을 놓친 찰나, 주인 아저씨의 한 마디가 결정적으로 제 뒷덜미를 낚아챕니다. 


 "아가씨 어떤 거 찾아요?"


 아가씨!


그냥 갈 수 있습니까? 그렇지만 정말로 다들 납작납작 투성이라 재빨리 눈동자를 굴려서 '만 원 균일' 더미를 찾아냈습니다.  이거요! 이런 거요! 전 거의 부르짖었어요. 


"남자 건데. 여자 건 여기랑 저기 저쪽에도 조금 있으니까 천천히 찾아봐요."


오오 이런. 이젠 정말 물러설 수가 없는 상황인 겁니다. 어쩔 수 없이 매의 눈을 동원해서 가장 싼티나는 놈을 골랐습니다. 다행히 만오천 원이라더군요. 좀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저는 안에서 다른 손님이 계산하는 걸 슬쩍 엿보고 있었단 말입니다. 예상 외로, 음 그러니까 그냥 길가다가 주머니에서 꾸깃꾸깃 잔돈 꺼내 사는 기분으로 내기엔 큰 돈이더란 말이죠.  어쨌거나 만오천 원이라니까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계산하러 들어갔어요. 

제 사이즈를 말하고 여유를 가지고 (우훗) 가게 안을 둘러보는데, 이번에는 주인 아저씨가 ^^;; 이런 표정으로 오시데요. 


"손님 미안합니다, 내가 지금 바빠서 그 사이즈를 찾아다 줄 수가 없어요. 다음에 다시 오실래요? ^^;;;;;"


 전 정말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 가게를 나왔습니다.  



    • 이마트 이야기와 더불어 다시한번 현실을 일깨워주는 생활바낭..나도 이만 나가서 일해야 하는데..
    • 김전일 / 한 쪽에선 자영업자가 유유자적 음풍농월 장사하시던데요 뭘.
    • 자영업자가 유유자적한다는 비겁과 폭력을..(농담입니다.)//아..소공자 구두...소공녀 구두...전 아직도요 고딩때 이름모를 선배가 교복 치마밑 하얀양말,
      까만 ..그런 구두 신고 앞에 가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 정말 기뻣겠어요 이뻐보였죠? 그 주인
    • 뭘 찾아요 그럴 땐 구경 좀 합시다 그러는겁니다.
    • 가끔영화 / 오늘은 '아가씨'라 그럴 수가 없었어요.
    • 음 다 아줌마라 그랬군요.
    • 장사를 하려면 아줌마보다는 '손님'이죠. ㅎㅎ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1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