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사람 컴플렉스, 육체노동, 강남좌파 등등
0. 최근에 정치 관련 글을 읽으러 듀게에 자주 들어옵니다. 그런데 정작 정치 관련글보다 무슨 패러디 사진이나 연예인 이야기가 더 재미있네요.ㅎㅎ
1. 착한사람 컴플렉스, 육체노동
저는 학창시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공부 잘하고 칭찬듣고 인정받고 이런건 좋은데, 정작 저는 남의 눈에 불필요하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년 드라마에 나오는 "공부는 잘하는데 재수없는 아이"가 되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했었죠. 내 행동 하나하나가 친구들의 눈에 재수없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며 자기검열도 많이 했습니다. 일종의 착한사람 컴플렉스랄까요. 이런 제 태도로 인해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성인이 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게 더 재수없었을 것 같기도 하네요.
공부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몸으로 하는 일은 완전 꽝이었습니다. 그래서 체육시간이 정말 싫었습니다. 특히, 체육 실기시험이 있는 날에는 뒤뚱거리며 우스꽝스럽게 시험을 치르는 제 모습을 친구들 앞에서 보여준다는 사실에 정말 스트레스 받고 부끄러웠습니다. 어쩌면 제가 가진 착한사람 컴플렉스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남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다는 욕심 혹은 강박이었을지 모르겠네요.
이런 제가 군대에서 정말 자신없는 육체노동을 혹독하게 경함합니다. 정말 하늘이 노래질때까지 삽질을 하고, 눈도 치우고... 이런 일은 쉽기라도 하지, 무슨 시멘트로 공구리라도 치는 날에는 정말 긴장되더군요. 제가 친 공구리는 울퉁불퉁한데 옆 동기는 훨씬 빠르게 말끔한 공구리를 만들곤 했죠. 또 느끼는 컴플렉스. 군대는 주로 육체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일이 많아서 항상 저는 낙제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어려운 시기였죠.
어쨌든 요즘은 정신노동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이것도 쉽지는 않지만, EBS에서 하는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을 볼때마다 지금 얼마나 돈을 쉽게 벌고 있는지 절실히 느끼곤 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한겨레21에서 정말 인상깊에 봤던 기사인 "노동OTL"시리즈를 기억하면서, "내가 받는 소득의 크기가 정당한가?"를 되묻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도시근로자 상위 30% 언저리에 위치하고 있는 제 소득으로 열심히 소비생활을 즐기고 있는 위선적 태도도 가지고 있습니다.
2. 강남좌파
최근에 정치 관련 글을 읽으면서 눈에 많이 띄는게 "강남좌파"라는 말이었습니다. 강남좌파는 진짜 좌파들이 좌파연하는 강남사람들을 조롱하는 언어로 많이 사용되더군요. 저는 강남좌파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정치세력이란 모름지기 사회적 부에 대한 재분배 원칙을 정치활동으로 실현하려는 사람들이고, 그 중에서 좌파로 불리는 사람들은 국가라는 강제력을 동원하여 불균등하게 배분되어 있는 사회적 자원을 조금이라도 더 균등하게 만들려는 사람이니까요. 따라서 강남사는 사람들 혹은 사회적으로 부를 평균보다 많이 소유한 사람들이 좌파세력을 지지하는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가진 부를 일정부분 포기하게 만들수도 있는 정치세력을 선택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좌파 정치세력은 강남좌파들의 지지를 그냥 수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특별히 그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필요도 없고, 좌파정책을 실현시키는 지지세력으로만 활용하면 되겠죠.
강남좌파라는 너무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비난하는 언어로 사용되기 때문에, 강남좌파를 이유로 상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반대편의 강남좌파들에게 "엄숙주의 좌파", "구시대적 좌파"로 찍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강남좌파와 관련된 글들에는 경청할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불균등한 부의 분배를 균등화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평균이상의 부를 가진 사람들에게 일정한 희생을 요구합니다. 그것은 세금의 증가일수도 있고, 자산가치의 감소일 수도 있고, 소비생활의 축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강남좌파들도 "인간"이라는 동물인지라, 자기 것을 빼앗기게 되면 화가 나고 불만이 생깁니다. 이런 불만을 사회적으로 표출하지 않는 것, 자기 것을 빼앗김에도 불구하고 좌파세력을 꾸준히 지지할 수 있는 것, 이런 자세를 "엄숙주의 좌파"들이 "강남좌파"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라면 분명히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3. 참여당/민주당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게시판에서 이야기 되는 요즘 최대의 정치이슈는 참여당/민주당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는 참여당/민주당이 비슷한 정당이라고 생각했고, 특별히 한 정당만 선호하지는 않았는데, 최근에 게시판 글을 읽으면서 참여당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강이나 정책에 큰 차이도 없으면서 따로 떨어져 나와 당을 만드는건 분명히 진보정치세력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생각하고, 그런 선택은 존중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민주당과 다른 길을 가기로 한 참여당의 선택에 대한 설득력있는 대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정책적 목적도 분명하지 않은데 노란색으로 도배를 하고 유권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모습은 속이 텅텅 빈 이미지 정치의 전형입니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물론 좋은 이미지를 열심히 활용해야겠지만, 이미지의 옷 안에는 탄탄한 정책적 목표가 자리잡고 있어야 하겠죠. 그런데 그게 안보입니다. 오히려 속물적 정치집단이라고 비난받는 민주당이 최근에 무상시리즈를 내놓는 것을 보고 민주당에 대한 호감, 신뢰가 높아져 갑니다. 저는 유권자들이 매우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명박대통령을 선택한 것도 당시 상황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죠. 이미지로만 승부하려는 정치는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