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diohead - Last Flowers / 영화 <고백>을 보고 (스포일러)
이렇게 어둡고 무거운 영화는 오랜만에 보는 듯 해요. 거의 정보 없이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이야기였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고 무거운 톤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 중간에 몸에 너무 힘을 주고 보고 있다는걸 알아차렸어요.
한숨 쉴 틈이 필요하지만 영화는 계속 내리누르는 느낌이에요. 주인공이 시종일관 짓는 표정처럼.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가 들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뭔지 모를 기분 때문에 그대로 계속 앉아 있었어요.
원래 항상 가장 마지막에 나가긴 하지만 이번엔 크레딧을 다 보려고 앉아 있었던게 아니라 그냥 움직여지지가 않더라고요.
집에 가는 길에 계속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처음엔 영화의 몇몇 장면을 떠올렸을 뿐인데 점점 가지치기를 하는 생각들.
주인공이 미즈키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주저앉아 꺽꺽거리며 울음을 토해낸 후 - 정말 말 그대로 토해내듯이 울죠 - 하는 혼잣말,
'바보같아'
이 대사가 많은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을까요, 아니면 이렇게까지 되버린, 그 누구의 탓이랄것도 없는 상황자체에 하는 말이었을까요.
이미 시작했지만 도로 발을 빼기에도 늦어버린 현실에 대한 조소 혹은 경멸일까요. 후회는 아닌것 같았어요.
진실이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오해 하고 있는것 , 진실을 알면서 거짓을 말하는것, 거짓이지만 모두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것.
무서웠어요. 후반으로 갈수록 이 영화가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차라리 귀신나오는 영화면 소리라도 꽥 질러서 공포를 없애려고도 해보겠지만 이건 그런 류의 공포가 아닌걸요.
듀나님의 리뷰에서처럼 '악이 또다른 악을 낳고' 피해자가 또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불필요한 희생이 계속되는 그 상황이 주는 공포감이야 말로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여기가 바로 진짜 지옥이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
숨겨진 잔혹함과 동시에 한심하고 유치하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아이들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과 엔딩에 하늘을 가득 담았다는 것에서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가 생각나더군요.
엘리펀트에서도 그랬지만 이 영화에서도 스크린 가득 무심하게 흐르는 하늘을 보여줘서 그나마 조금 안심? 뭐 그런 비슷한 것을 하게 되는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도 사실은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그렇게 암울한 세상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 마음일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
각색하면서 감독이 대사 하나를 추가했다고 하던데 원작이 읽고 싶어집니다. 드물게 원작보다 나은 영화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요.
+++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참 영화를 재미나게 잘도 만드는군요. 불량공주 모모코도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도 재밌게 봤거든요.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고백보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조금 더 좋습니다. DVD 사두길 잘한것 같아요. 고백 본 김에 이번주말에 한번 볼까봐요.
이 감독의 다음 영화도 기대가 큽니다. 영상과 음악이 무척 좋았고 슈야 역을 맡은 배우도 제 취향이라;; 다시 보고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네요. 이 무거움을 감당하기가.
++++
라디오헤드의 이 곡이 영화 전반에 걸쳐 아름답고 아프게 아이들의 얼굴 위로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