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은 중2병 문화에 대한 완벽한 비아냥이더군요(스포)

한때 일본 문화에 빠졌지만 지금은 그 특유의 과장적 감성이 맘에 안들어 지금은 일본 문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고백이 끝내준다는 말을 듣고 영화 보러 갔죠. 좀 먼 곳에 있더군요. 도착해보니 상영시간이 늦어서 4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 영화 보려고 이렇게 기다려야 하나, 써커 펀치를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충동적으로 표도 구매한 이상 일단 기다렸다 보기로 했죠
후회할 선택은 아니더군요

시작부터 꿈결같은 영상들이 나오더군요. 종업식의 지루함을 잘 표현하는 듯한 영상. 그리고 꿈결같은 목소리들이 들리고 하죠. 그러다 갑자기 펑, 하고 터뜨리는데, 포스터 때문인지 생각보다 큰 충격은 없었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스토리텔링 방식이었는데, 대화가 많은 소설을 영화화하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최선은 아니지만 가장 강렬한 방법을 썼더군요. 초반 30분 정도의 종업식 시퀸스는 그야말로 극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그 중2병 중증의 과거사가 나오는데, 후반 1시간이 지지부진하다는 말을 듣고 아, 이 영화도 사실 이 자식도 나쁜 놈이었구나, 라는 식으로 가는구나 싶었죠. 사실 그런 줄 알았기도 했어요. 그 보통 중2병 귀여운 여자애와의 로맨스나, 과거의 트라우마 같은건 참 진부하거든요. 여타 일본 만화에서 자주 쓰는 방법 아닙니까. 역겹죠.
그 말고 다른 멍청이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 전 얘 이야기에는 별 관심 없었어요. 관심 없다기보다는 보기 싫었죠. 특히 엄마가 꼴보기 싫어서요. 그런데 전 얘 엄마가 얘에게 일부러 목을 들이댄거 같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맞나요?
사실 이 부분은 별로였어요. 다만 보통 중2병 여자애가 가장 현명한 방식으로 고백을 끝마친건 맘에 들었지만요. 그래도 다시 선생이 나올 때 까지는 그렇게 큰 흥미는 없었습니다. 영상은 역시 좋았지만요.
자기 손에 피내서 여자애 구해주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이 소년만화 스러운 전개는 뭔가 싶어서요. 진짜 만화적인거 아닌가? 이게 걸작에서 급 졸작으로 떨어지는 과정인가? 싶기도 했고요.

근데 다시 선생이 나오자마자 영화가 급격하게 흥미로워지더군요. 네. 왠지 모르게 이 아줌마가 안 나온다 싶었어요. 내심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지나칠 정도로 멍청해 보이던 베르테르 선생의 행동도 제대로 설명이 되었고요. 그리고 나서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듣는거 자체가 고역인 중증 중2병의 대사가 나오는데, 네, 그 귀여운 여자애를 죽이는 장면에서는 욕이 나오더라고요. 진짜 귀여웠는데. 그리고 나서 중2력을 폭발시키려고 하지만, 선생이 그 중2력을 완벽하게 자근자근 밟아주죠. 그제서야 지지부진한 중반부가 이해되더군요. 

네, 중2병 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요. 근데 그거 가지고 죄 없는 사람에게 해를 주면 그건 병이죠. 아니, 죄죠. 자기 문제는 자기가 해결해야지 왜 남한테 터뜨립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제가 원했던 부분을 완벽하게 긁어주더라고요. 전 이 영화가 일본 문화 전체적인 모습에 대한 비판이라고 느꼈습니다. 나쁜 놈이 펀치 한대 얻어맞고 갱생하고 이런게 말이나 됩니까? 요새야 중2병에 대한 비판도 좀 나오고 있지만 에반게리온으로 대표되는 이 중2병 문화는 아직 여전하죠. 요새는 같은 작품 리메이크로 자기 디스를 하긴 합니다만.
이 영화 초반 30분이 청소년 보호법에 대한 비판이었다면, 후반 1시간은 일본 문화의 총체적 문제에 대한 비판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소중한 것이 사라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틱, 하고.' 이 들을 때마다 넘쳐나는 허세에 절로 시공간이 오그라들던 이 대사를 완벽하게 비꼬는 그 대사가 나왔을때, 저는 킹스 스피치에서 제대로 된 연설을 하던 왕을 보던 라이오넬과 비슷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쾅. 짝짝짝

제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자기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인간인 양 행동하는 인간들입니다. 왜냐면 자기가 아무리 바닥까지 떨어졌다 느껴도, 그 바닥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은 분명히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전 이 근성부터 썩은 중증 중2병을 완벽하게 밟아주고 자신이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그 바닥 아래 지옥을 맛보게 해 주는 이 영화가 더 맘에 들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난이에요, 라는 마지막 대사까지도 완벽했습니다.
    • 아, 이 영화 한 번 더 봐야 하는데... 쩝쩝.

      스포라고 하셨으니 하는 말인데 "장난이에요"는 원작에 없는 대사라고 하죠.
    • 해리포터//그게 원작에 없는 대사였군요. 전 그 대사로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셔터 아일랜드 같은 느낌이군요.
    • 각색이 잘 되었죠. 만약 원작 그대로 갔다면 여교사에겐 도덕적/법적 문제가 남게 됩니다. 아무리 복수를 한다고 해도, 성인이고 한 때 교사였던 사람이 아이가 스위치를 누를 걸 뻔히 알면서도 아이 엄마 연구실에 폭탄을 갖다 놓았다면 범죄자인 거죠.

      말씀하신 대로 중2병/허세를 격파하고, 아이에게 심리적 지옥을 맛보게 해 주는 선에서 그치는 게 현명합니다.
    • 폭탄은 터진 거 아니었나요? 장난이에요는 아이가 장난으로 죽였다는 말에 대한 비아냥처럼 보였는데요....
      하긴 그게 뭐든지 간에 별 상관없긴 합니다만....
    •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전 저렇게 해석했어요.
      감독은 마지막 말에 대한 해석은 관객에게 넘겼군요.
    • 글 잘 읽었습니다.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제 머리 속에서는 잘 정리되지 않았거든요.
    • 마지막대사로 오히려 한방 더 먹이는거죠
    • 소년A는 그냥 사신없는 야가미 레이코더군요.-_-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일본정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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