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에 읽기 '부적당한' 책

패트릭 네스(Patrick Ness)라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출신의 작가가 '10대에 읽기 부적당한 책' 리스트를 꼽았는데, 제목은 반어적입니다.

많은 어른들이 '우리 아이에게 부적당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자신의 경험상 10대에 읽었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책들의 목록이지요.

 

일순위로 꼽힌 것은 역시 [호밀 밭의 파수꾼]입니다.

샐린저가 세상을 떠난 직후, 이 책을 어린 날에 읽었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기억한다는 글들을 종종 보게 됐어요.

저도 비슷합니다. 십대 초반에, 이 책의 내용을 모르는 집안 어른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처음 읽게 됐는데.. 제가 지금 이 모양으로 살아가는 데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합니다.  ^^;

어릴 때 읽은 책의 영향력이라는 것이 측정 불가한 것이긴 하지만,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에 결정적인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어떤 성정을 타고났거나 어떤 기질로 흐르기 쉬운 아이에게 충분히 기름을 부어주는 격이 될 수는 있겠지요. 

 

제 경험에 비추어보거나 제가 만난 십대들을 떠올려보아도 그렇습니다.

어린 아이들이라고 해서 어른들이 느끼는 감정, 어른들이 둘러싸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기쁨과 슬픔으로 뭉뚱그려지기 힘든 감정들, 순간순간의 허무함까지도 마음 한구석에서 잡아내고 있는 것이 아이들이니까요. 그걸 자기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느냐와는 별개의 문제겠지요.

그래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데 호기심과 두려움을 함께 가지고 있는, 또 자신의 현재를 표현하기에 적당한 언어를 발견하지 못한 십대들에게는 그런 섬세한 감정을 '알아봐줄 수 있는', 기꺼이 공모자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영화 [파수꾼]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은 논술이다 뭐다 해서 별의별 책들을 십대들에게 권장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데, 어떤 면에서는 십대들이 접할 수 있는 책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 또한 입시 등의 명목으로 순전히 어른들의 계산적인 생각에서 강요되는 것이라면, 지적 소화불량에 걸려 안 읽느니만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였는지 [선악의 저편]이었는지 둘 중 하나였는데)는 저희 동네 도서관에도 청소년 권장도서로 들어가 있는데, 이걸 읽고나서 논술용 독후감을 써내라는 압박을 주지 않는다면 제게도 '십대에 내가 이걸 읽었더라면..'하는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리틀 미스 선샤인]의 드웨인이 떠오르는군요. ^^)

 

 

 

아래는 네스가 적은 목록입니다. 제가 읽은 것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유일하네요.

마지막 10번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10대에 읽은 모든 책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비록 10대에 이걸 읽었지만, 너는 읽지 말았으면 하는' 책 몇 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책이 있으신가요? 나는 10대에 읽었지만 주변의 10대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책..

저는 특별히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만..

 

 

 

http://www.guardian.co.uk/childrens-books-site/2011/apr/08/patrick-ness-top-10-unsuitable-books-teenagers

 

1. The Catcher in the Rye by JD Salinger
2. The Stand by Stephen King
3. Infinite Jest by David Foster Wallace
4. Beloved by Toni Morrison
5. The Virgin Suicides by Jeffrey Eugenides
6. Dracula by Bram Stoker
7. Middlemarch by George Eliot
8. Maul by Tricia Sullivan
9. Jitterbug Perfume by Tom Robbins
10. Unrecommended by Unnamed

    • 리스트 중 절반을 읽었네요. 리스트를 보는 이 분 취향을 알 것 같기도. <호밀밭의 파수꾼>은 제 취향이 아니었어요.
      나는 10대에 읽었지만 주변의 10대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은 ... <생의 한가운데>
    • 폴 다노 같이 생겼군요. 근데 왜 본인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면서 권하고 싶지 않은 걸까요? 권하지 않아도 알아서들 찾아볼 거 같고, 그렇게 우연히 만나면 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저는 중학교 때 학급문고를 채워야해서 1인 1권씩 권장도서목록에서 책을 사와야했는데, 듣도보도 못한 제목이었는데 발견하자마자 마구 끌려서 봤는데, 어쨌든 누가 권장해서 본 거네요 ㅎㅎ 비슷한 류(10대 때 읽으면 좋은데 커서 다시 읽으면 그 때 그 느낌보단 덜한 책)로 헤르만 헤세 책들이 생각나요.
    • 앗, 위의 사진은 폴 다노가 맞습니다. ^^; [리틀 미스 선샤인]을 언급하며 살짝 끼워넣었어요.
      패트릭 네스라는 양반은 요렇게..


      음, 마지막 10번은 '인상적이긴 했지만, 나중에 읽는 게 더 좋을 뻔했다'는 뜻인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그 책이 왜 권하고 싶지 않은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요 당최먼소린지모르겠던데 나중되서야 햐아 하는 소리가 나오더군요
    • sunset/ 10대 때 니나같은 여성을 알게 되면 꽤 파급력 강할 것 같아요ㅎㅎ
      슈퍼픽스/ 저 14살 때 읽었죠. 그것도 어머니가 사오셔서...
      제가 10대에 읽은 책 중에서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비추합니다.
    • Neverland / 압, 그러고보니 리틀미스선샤인 얘기 뒤에 사진이.. 폴 다노 극중이름이 드웨인이었군요. 뻘댓글 달아서 죄송해요, 배고파서 정신줄을 놓았나봅니다 (__* 부끄부끄!
    • 로즈마리 님, 아닙니다. 제 불찰입니다.^^; 그러고보니 점심시간이네요. (비빔면 먹으러 슝~)
    • 호밀밭의 파수꾼은 정말 최고입니다.
    • 밀란 쿤데라의 '농담'도...10대라면 아직은 세상이 조금이라도 낭만적으로 보여야죠.
    • 십대때 읽기 부적당한 책은 없어야할 것 같아요.
      제가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아무 책이나 닥치는대로 많이 읽겠어요.
    • 저는 초딩때 O의 이야기 책으로 읽었어요. 눈이야기인가는 중딩때 읽고. 아 너무 그로테스크한 에로틱 소설이었는데...속이 느물느물 했던 기억이...그런데 별 영향은 안받은것같은데...소설보다는 제 주변환경이 더 많이 제게 영향을 주고 세상을 보여주었으므로 책을 많이 읽는것보다 매일 일상에서 겪는데 ...굳이 책까지...ㅎ
    • 10대 때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지만, 그냥 한편의 청소년 드라마라고만 생각했지, 명작이라고는 못느꼈는데
      그 전에 읽어본 상실의 시대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언제 한번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10대 때 정말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은 조지오웰의 1984요. 밝아야할 꿈나무들에게 좋지 않아요 ㅋ
      하지만 전 조지오웰 좋아합니다 :)
    • 고전은 아니지만ㅎㅎ저는 다락방의 꽃이라는 시리즈 책 읽기를 금지당했던 기억이 나요. 그 때는 반발감에 마구 읽었지만...지금 생각하면 이해해요ㅠ
    • 스티븐 킹의 소설은 me가 빠졌나요? 버진 수어사이드 눈에 들어오네요. 키어스틴 던스트 때문에 보고 싶었던 영화...
      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에 대해서 남다른 애정이 생기더군요~
    • 저도 읽어보진 못했지만 [Stand]라는 제목의 시리즈가 따로 있더라고요.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171247
      저도 키어스틴 던스트를 좋아하는데 그 영화는 아직 못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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