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보이지 않는 길냥이



작년 여름부터 사료를 주기 시작한 길냥이 세마리가 있어요.

 

셋이 형제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무척 사이가 좋았어요.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에 화단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셋이 꼭 붙어 자는 모습 보면 짠한 마음도 많이 들었고 

제가 만든 허접한 장난감으로 이녀석들이랑 놀기도 하고 그랬던지라 정이 많이 들었어요. 

처음 사료주기 시작할때 어차피 금방 헤어질 녀석들인데 너무 정주지 말자고 속으로 다짐도 했지만 결국 전 졌어요.  

질거라는건 사실 이 녀석들을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알고 있었지만요.

 

그런데 세마리 중 꼬맹이라고 불렀던 막내 냥이가 한달 넘게 안보입니다. 

나머지 두마리는 가끔씩 보이는데 막내 이 녀석은 혼자 어디에서 지내길래...

 

사실 안보이기 일주일전쯤 이 녀석과 처음보는 수컷이 교미하는걸 봤거든요. 

아직 일년도 안된 몸집이 작은 녀석이라 걱정되서 여기에 몇가지 질문 글 올리려다 관뒀는데...

혹시 그게 안보이는 이유일수도 있을까요? 그 수컷과 다른 곳에 터를 잡고 지낸다던지, 뭐 그런.

 

대강의 이유라도, 짐작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길고양이들의 삶이 제가 걱정한다고 더 살만하다던가 나빠진다던가 하지도 않겠죠. 

결국엔 먼저 정주기 시작한 스스로를 위안하고 싶은 부질없는 마음일 뿐이죠.

 

얼마 전에는 세마리 중 첫째 냥이 혼자 저희집에 놀러왔어요. 

전에 몇번 세마리 다 같이 놀러왔을때는 베란다 창을 열어두면 고개만 빼꼼히 내밀다 가버리더니 

이번에는 베란다로 쑥 들어와서 여기저기 냄새 맡으면서 돌아다니더군요. 

기쁜 마음에 그릇에 사료 담아서 창틀에 놓아두니 반쯤 먹고는 늘 그렇듯이 휙 사라지네요. 

이제는 거실창 열어두면 거실까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지만 한켠으론 막내냥이가 더 그리워져서 마냥 좋지만도 않네요.

 

언제라도 좋으니 꼬맹이의 그 새초롬한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는 수밖에 없다는걸 잘 알지만요.


가끔이라도 밥먹으러 오고있는 나머지 두마리도 언젠가는 안보이는 날이 오겠죠.

서서히 이녀석들에게도 거리를 둬야하나...싶지만 잘 될것 같지는 않아요.





    •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서,

      형제지간이라도 머리좀 커졌다 싶으면 각자 자기영역을 개척하러 떠납니다.

      부모자식간에도 그래요. 3-4개월령이면 자기 갈 길 찾으라고 내쫓는듯.

      막내가 교미를 했다는걸 보면 그당시 최소 5개월령일텐데 형제들과 떨어져 지내는게 당연할 나이입니다.
      • 아, 네거티브한 가능성으론 날풀려 돌기시작한 범백이나 복막염으로 사망했을수도 있습니다.

        길에사는 아깽이들의 대부분은 봄에 전염병으로 죽어요.
    • 교미를 했으면 슬슬 임신해서 안전한 곳을 찾아 갔을 때이기도 해요. 무사히 애기를 낳고 다시 나타나기를 빌어요.
    • 짠한 마음이야 어쩔 수 없죠 하지만 또 생각해야 합니다 고양이들의 삶이 또 있으니까요.
    • 루디브리아 / 처음부터 셋이 늘 붙어다니는것만 보다보니 떨어져 지낼 때가 올거라는것도 짐작 못했나봐요.
      범백을 검색해보니 '범백혈구 감소증'이라고 하네요. 불치병이라고.
      전염병으로 대부분 죽는다는 말씀을 듣고보니.. 그냥..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생각해야겠어요.
      안보이기 시작한건 역시 교미와 임신이 가장 큰 이유일 수 있겠군요. 정보 정말 감사드립니다.

      calmaria / 처음 살았던 곳으로 다시 나타나기도 하나요? 새끼 열마리를 데리고와도 좋으니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calmaria님의 댓글이 왠지모를 위안이 됩니다. 감사드려요.

      가끔영화 / 가영님네 냥이 코 옆에 점만 빼면 저희 막내냥이랑 정말 비슷해요. 개월수도 비슷한것 같던걸요.
      가영님네 고양이는 잘 있는지 모르겠네요. 우리 꼬맹이도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죠..
    • 그럼요 잘 있죠 요즘은 더 잘 안놀아주니까 전보다 안따라다녀요 혼자 놀아야 하는걸 이제 알았죠 그런데 한살 반 쯤 됐을까 두살 쯤 됐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 저희 꼬맹이와 덩치가 비슷하던데 아직 일년도 안되보이던데요. 가영님 냥이는 잘 지내는군요. 다행입니다.
    • 새끼가 좀 크면 먼저 살던 곳으로 데려올 수 있고요. 꼭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길 바랍니다.
    • 머리로는 길냥이들 삶이 험하다는걸 알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잘 있을거다 라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었나봐요.
      오프에서는 이런 얘기 진지하게 한다해도 사실...
      우리 꼬맹이 잘 있겠죠. calmaria님 따뜻한 마음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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