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듀게에서 질문도 했었는데 <어떤 여름방학>이라는 TV 문학관이요.
조금 전에 K-TV에서 앵콜 TV 문학관 시리즈에서 이걸 해줘서 방금 봤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저에게는 너무 꼬꼬마일때 봐서 끝까지 못보고 잠들었기 때문에 미완의 환상의 드라마에다가, 나중에 소문으로만 명작이라고 전해들었고... 뭔가 실체는 뚜렷하지 않은데 서핑해보면 다들 무지하게 좋게 평가하고 인기도 많았던 TV 문학관 시리즈라고 했었어요.
그때 듀게에서 질문했을때 어떤분이 이 작품이 TV 문학관 시리즈 중에서 다시 보고 싶은 작품 1위였다고 알려주시기도 했구요.
와... 그런데 막상 보니까... 제가 기억했던 or 상상했던 것과는 좀 다르네요.
전 이상한 아르바이트에 휘말린 여대생이 납량물 비슷한 공포심리극 구도 안에서 정신병에 걸린 청년과 사랑에 빠졌던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공포만 제외하면 거의 비슷하기는 해요), 송승환이 분했던 그 청년이 되게 연기도 잘했던 걸로 기억했는데....
막상 드라마를 보니까 자본주의 사회에 편입되는 대학생들에게 심리적 저항감을 가지고 있는...나름 되게 의식이 있는 여대생(정윤희가 분했는데...그게 참... 생각보다 연기를 너무 잘해요. 전 이분을 원조 김희선 내지는 원조 김태희류의 미모는 되는데, 연기가 안되는 분으로 기억했는데..왠걸요. 캐릭터 해석이나 표현을 너무 잘하는데요???) 이 특수한 아르바이트를 맡아서 망집증에 걸린 송승환과 연민에서 비롯된 사랑을 하기는 하는데.. 그게 거의 이 여대생의 정신적 성장을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더라구요.
막상 이 드라마가 80년대 초반의 시대상황을 잘 반영한거 같지는 않고, 세팅 자체는 굳이 한국이 아니어도 이해될것 같은 상황이에요.
그리고 원래부터 여자를 불신하는데다가, 첫사랑의 여자가 죽은 다음에 망집증에 시달리는 청년 역할을 맡은 송승환은 한마디 한마디 연극적이고 현학적인 대사를 가지고 씨름하고 분투하는 반면에, 정윤희는 상식적인 대사와 상식적인 심리 상태를 표현하고 그리고 설득력있게 연기를 보여주네요. (겨울여자 류의 그런 여대생보다는 훨씬 설득력있어요. 물론 시대차이도 있겠지만...)
그런데 왜 정윤희씨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그렇게 평가가 박했던걸로 기억하는지 모르겠네요. 발연기의 원조라고 생각했던 제가 막 이 분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아무튼... 드디어 제 추억속의 신비의 드라마를 결국 이렇게 완성본으로 보게 되었어요. 아 감격스럽다. .
K-TV 에서 계속 자막으로 2MB 소식이 나온건 좀 짜증이었지만, 아무튼 이 티비문학관 시리즈 재방은 고마운 일이에요.
베스트극장도 다시 해주면 좋겠어요. <초록빛 고깔>이라던가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라던가..뭐 그런 작품들 다시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