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네온속으로 노을지다, 이현승...

네온속으로 노을지다 사운드트랙을 어렵게 구입했습니다. 집에 테이프로는 있었는데 시디로는 없었거든요.

테이프는 영화 개봉 후 4년 지나고 난 뒤 구매했는데 김현철, 이현승 작업콤비의 서막을 알렸던 그대안의 블루만큼이나

세련됐고 간결해서 자주 들었고 좋아하는 앨범입니다. 그 전에 비디오테이프로 영화를 가지고 있었는데 재미없어서 한번 보고

바꿔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냥 가지고 있을껄 하는 생각이 드네요. 화면은 그대안의 블루보다 더 예뻤어요.

그리고 어릴 때 봐서 재미없었는지도요. 지금 보면 다를 것 같아요. 중고비디오 온라인 샵 보니 1,000원에 팔더군요.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짐이 돼서지만 그래도 dvd안 나온 예전 영화 보는 방법은 영상자료원 가거나 사서 보는 방법 밖에 없는데

자료원 가느니 그냥 사서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1995년에 개봉한 평점 그저그랬든 실패작을 몇 없는 대여점에 여태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네온속으로 노을지다 앨범은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촉박하게 완성했던 그대안의 블루와 달리 전작의 성공 덕에

여유있게 작업한 사운드트랙인데요. 그대안의 블루 이후 이름값이 높아지고 인기도 끌던 김현철이 사운드트랙 전면에

홍보된 앨범입니다. 사운드트랙이고 노래도 3곡 밖에 없지만 그냥 김현철 앨범처럼 나왔어요. 디지팩인데 깔끔하게 제작된

CD에요. 이현승 감독 스타일이 많이 묻어나온 cd죠. 정말 시대를 앞서간 감독이라고 할 수 밖에 없어요. 대사나 영상이나

스타일을 보면요.

 

네온속으로 노을지다에는 나중에 이소라 1집에도 실렸던 그냥 이렇게가 실려있습니다. 네온속으로 노을지다 사운드트랙이 1994년 발매됐으니

이소라 1집은 재수록한거죠. 그리고 김현철의 히트곡, 끝난건가요와 이소라가 코러스를 넣어준 네온속으로 노을지다가 있습니다.

이 세 노래는 노래방에도 다 있는데 이 중 네온속으로 노을지다는 노래방에서 부르기엔 무척 쑥쓰러운 곡입니다. 이소라 부분이 특히 그렇죠.

곡수는 총 11곡 이지만 실제 편곡을 많이 해서 실제론 6곡 입니다. 그냥이렇게,끝난건가요, 네온속으로 노을지다가 각각 2~3개 버전씩 있어요.

그대안의 블루 때랑 비슷하죠. 김현철을 곡을 많이 안 만들고 한 곡을 변주하는 식으로 다르게 만들었는데 들어보면 편곡이 너무 훌륭해서

단순히 앨범 곡수 채우기 용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정말 잘 만들었어요. 이 시기 김현철은 90년대 초중반 붐이었던 재즈열풍에

가담하여 가장 성공한 대중뮤지션이 아니었나 싶어요. 네온속으로 노을지다 개봉 때도 김현철을 재즈뮤지션 쯤으로 추켜세웠죠.

사실상 재즈풍의 음악을 선보였던 건 재즈열풍 끝물이었던 1995년~1996년쯤까지였고 나머지는 평범한 김현철 표 대중가요였습니다.

그 당시 국내식으로 흡수시켰던 재즈장르를 김현철은 허영심과 겉멋으로 흡수시키면서도 그 나름대도 실험적이고 신선한 음악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고 90년대의 풍족함과 막 유입된 재즈장르에 대한 환호와 열기가 가득 느껴져요.

 

이 앨범은 지금은 희귀앨범 정도로 취급되어 정가보다 높게 받고 있는데 가요프로그램 1위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끝난건가요 같은 노래보다

배경음악이 더 주옥같은 앨범입니다.

 

영화는 실패작이었죠. 채시라 영화 데뷔작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채시라 연기가 드라마만 못해서 사람들이 실망했고, 앞서 당시 브라운관

라이벌 대결구도였던 김희애가 한참 전성기 시절 101번째 프로포즈에 출연하여 연기면에서 기대만 못하단 평을 받은데 이어 채시라까지

그런 결과를 낳자 사람들이 많이 당황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둘다 문성근이 여주인공을 받쳐주는 배역을 맡았군요.

101번째 프로포즈는 흥행이라도 했지만 네온속으로 노을지다는 그대안의 블루보다 더 페미니즘 메시지를 파고들어 일반 관객들이 보기엔

좀 무겁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서울관객 5만 정도에서 끝났죠. 거기다 과도한 PPL로 심의가 보류돼 1995년 2월 들어 개봉했던 것도 어느정도는

치명타였습니다. 서울의 달과 아들의 여자로 승승장구했던 채시라가 두 드라마 사이에 시간을 빼내 홍보에도 열심히 참여했고 중간에 말미잘에도

특별출연하는 등 영화배우로 나설 것처럼 굴다가 영화가 망해버리자 그냥 드라마에만 지금까지 매진하고 있죠.

대신 사운드트랙은 성공했습니다. 아니, 사운드트랙만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영화도 좋았어요. 양금석의 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게 많았죠.

막판에 아프리카 가서 김원준,이병헌 나왔던 트윈엑스 화장품 광고를 너무 심하게 하는 바람에 흠을 남기긴 했지만 정말 그 당시 영화 치곤 화면

때깔은 근사했어요.

 

    • 그대 안의 블루는 나중에 비디오로 봤고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는 당시 개봉관에서 봤어요. 둘 다 꽤나 어정쩡했던 기억입니다. 책상에 앉아서 머리로 생각한 페미니즘. 그런 느낌이었죠. 이현승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도 그런 느낌은 항상 따라다녔어요. (하긴 남들이 별 생각 없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일입니다.) 행동은 파격적인데 정작 대체 왜 파격적인지 그다지 와 닿지가 않았달까요. 마지막 장면은 좋았습니다. 장면만 기억나지 그 남자가 문성근인 건 까맣게 잊었어요.주인공으로 자꾸만 주인공의 모델이었다는 광고 감독 얼굴이 떠올라서요.
    •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는 막판에 이야기가 붕 뜨는 것 같았고요, 그대 안의 블루는 완전히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참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영상도 그대 안의 블루가 더 기억에 남네요.
      저는 두 영화 모두 시디로 가지고 있어요. 온라인에선 희귀성을 따져서 더 비싸게 팔지만 오프라인에서 그냥 제 값에 살 수 있었지요. 사운드트랙은 둘 다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그대 안의 블루에서 김현철이 영어로 부르는 노래 한 곡이 있는데 그건 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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