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를 보고 나서 듀나님을 비롯한 평론가들의 좋은 평점이 이해가 되지 않네요.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한나를 보고 왔는데 보고 난 뒤의 느낌은 촌스럽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나더라고요.
액션 영화라고 하기에는 심심하고
성장 영화라고 하기에는 얄팍하고
로드 무비라고 하기에는 번잡하죠.
장점이라고 한다면 나오는 캐릭터들이 유럽 화보 잡지에서 툭 튀어 나온 듯한 서늘하면서도 날카로운 멋을 뽐내고 있다는 점인데
그 멋을 위해서 스토리나 캐릭터의 개연성 따위는 전혀 신경쓰고 있지 않다는 점이란 말이에요.
마치 CG를 위해서라면 다른 것은 다 망가져도 좋다는 심형래 감독의 마음가짐처럼 멋을 위해서라면 다른 것은 다 아무래도 좋아라는
느낌일 정도니까요.
액션 장면은 그야말로 장점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는데 가장 큰 문제는 그 액션 장면에 일관성 마저 부재하다는 사실.
설정상 한나는 격투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하는데 그 강함이 영화내내 변덕스럽죠. 심지어는 한 시퀀스내에서도 일관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에요. 에릭바나가 얼마나 좋은 액션 배우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과 그렇게 액션이 많지 않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고요.
무엇을 위한 성장 영화라고 해야 할지. 가장 중요한 비밀은 비밀이란 말이 무색하게 구글 검색 한 번으로 뚝딱 해결되고
야생의 한나가 소녀가 되어가는 모습을 담아내기에는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너무 전형적이라 따분하죠.
로드 무비라고 하기에도 애매하지 않나요? 한나가 처해 있는 상황은 좋지 못하고 한나가 만나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죠.
사람의 감정을 냉소적으로 다루는 영화인지라 여유 있게 사람의 길을 반추하는 여행자가 되기도 어렵단 말이에요.
물론 장면 장면은 참 좋아요. 그 중에서도 초기 겨울의 숲장면은 인상적이고요.
하지만 전체적인 얼개로 함께 보기에는 참 성기단 말이에요. 마이클 베이의 영화보다 더 심각할 정도로.
아 물론 재밌게 보긴 했어요. 전 이렇게 균형감각이 망가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니까요.
하지만 이 재미는 잘 만든 영화에 대한 호평이라기 보다 무너진 영화를 맘대로 조립해서 보는 즐거움에 가깝죠.
어떤 영화를 재밌게 보는 것과 좋은 영화라고 아는 것은 별개이잖아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장점 보다 단점이 훨씬 큰 이 영화가 호평을 이끌어 내는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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