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태지 사건 보면서.. 서태지 팬들이 좀 부러워졌어요..

 

 

여기 듀나 리플은 그렇게 격한 반응은 없지만

다른 커뮤니티 반응들, 그리고 가까운 서태지 팬 언니오빠들 쭉 보면서 느낀건데

서태지 팬들한테는 서태지라는 한 뮤지션이 완전히 말 그대로 '히어로'이자 '이정표'네요.

 

다 자신을 쏟아붓는 좀 극단적인 경우뿐만이 아니라 그냥 팬이라는 사람들조차,

정말 순수하게 아 이 뮤지션의 음악을 통해 발산됐던 수만가지 감정들은

 내가 두고두고 평생 간직할 추억이야, 라는 신념같은게 아주 확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상'이라는게 바로 이런걸까요?

 

 

저도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고 지금까지 지켜보는 연예인이 있고 그 연예인 인터뷰 보면서 참 많이 감동하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이 내 우상이다라는 생각은 또... 없거든요. 그런 확고함도.

그냥 그 연예인 인생은 그 사람 인생. 나는 내 인생.

 

그런데 서태지의 팬들은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저 사람 인생의 반은 내 인생, 내 인생의 반도 서태지 인생.

너무나 교감이 확고해요. 아무도 무너뜨릴 수 없는 것 처럼.  그렇다고 그게 광팬의 무서움, 스토커팬의 무서움 그런 거랑도 다르구요..

그렇게 어떻게 보면 좀 과하지 않나 싶을정도로, 일체감을 박탈당한것에 대해 절절이 배신감을 토로하는 반응들을 보면서

아... 저 사람들에게는 정말 당시에 '조용한 혁명'이 일어났었구나, 하는 느낌이 어느 순간 스치는데

 

참, 소름이 끼치게 부럽더라구요.

 

 

어떻게 그렇게 강한 유대를 갖게 된걸까 생각해봤는데

뻔한 얘기지만... 정말로 '지금과는 제법 다른' 시대를 살았기 때문이 아닐지..

자유보다는 억압이 강조됐고 사랑이라는 게 지금보다 가볍지 않고 한층 애틋함이 느껴지는 단어였던...

그 자유와 억압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거렸던, 요즘 말로 '포텐터지기 일보직전인' 시대를 대변해준 게 바로 서태지의 음악이었기 때문에

그때 느꼈던 감동과 에너지가 그대로 여과없이 리스너들, 팬들의 삶에 체화된 것 같아요.

 

 

부러워요. 그런거.. 그 시대에만 느낄 수 있는 감동과 에너지..

제가 고등학생, 대학생일 때는 인터넷도 팍팍 활성화되고 또 여러모로 진짜 많이 자유로워졌으니깐.,,

솔직히 서태지 노래가 인기를 얻던 시절의 감정, 에너지, 가치관,

금세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부글거리던 '밖으로의' 자유에 대한 의지... 이런거 잘 와닿지가 않아요.

 

 

그게 아마 제가 서태지 노래를 들어도 크게 와닿지 않는 이유겠죠...

그 시대적 에너지를 이해하지 못하니깐..

제가 어느 순간 느낀다고 해도 아마 그 시대, 그 사람들이 느꼈던 것의 100%는 느끼지 못할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런 거 겪어보는 거... 진짜 멋진 경험일텐데.. 부럽네요.

서태지랑 동시대를 살아가서 행복하다는 사람들..그게 어떤건지.. 정확히 어떤 감정일진 몰라도... 이해가 됩니다.

 

 

서태지 같은 사람 다시 안 나올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확신하지만..

전 저를 위해서 다시 나와줬으면 좋겄네요 ㄲㄲㄲㄲ;;;

예전보다는 자유로워졌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의 자유라는 가치에 대한 이 뭔지모를 무료함을 날려줄 뮤지션이.. 과연 나와줄지....

 

 

 

아무튼! 이렇게 생각이 이지아의 등장이 왜 그렇게 서태지의 팬들한테는

그 어떤 스캔들보다도 충격적이었는지 또 이해가 가네요... ^^;;

그 사람들한테는 서태지의 뮤즈는 바로 '동시대인'이라고 생각했을텐데 꼭 그런것만은 아니었다니..

물론 더 인간적이라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ㅎ

 

 

 

    • 대체적으로 글 내용에 공감하구요.
      오랜 팬으로서 한가지 확신하며 드리고 싶은 말은.... 팬들의 초기의 당혹감 내지 배신감(그렇게 보이는 부분이 있었는지 의문;;) 은 시간이 지날수록 또 다른 포용과 이해로 변하고 있고 변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제 주변의 골수올드팬들이 그래요. 충격은 하루도 안가더군요. 인간적인 모습에 대한 재해석 그리고 히로인? 이지아에 대한 재발견 내지 애틋한 감정 등등 참 복합적이에요. 이렇게 될 수 있는 이유는 서태지가 그런(프라이버시를 중시하고, 상식과 규범에서 자유롭고 싶어하던 열망이 강한) 인간이었고 그런 면 때문에 공감했던 팬들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참 자연스러운 일이죠.
    • 서태지 팬은 아니었어도 앨범은 여럿 가지고 있는 저만 봐도 그때 문화 아이콘 그 이상이었다고 할까.
      컴백홈 부르고 실제 가출 청소년들이 집으로 돌아온 사례들도 봐도 필승이나 교실 이데아를 들었을때
      짜릿함 태지 매니아가 주변에 있어서 앨범 살때마다 밤새고 레코드 가게 앞에 서 있을때 늘 한장만
      더 사다줘를 외치곤 했는데 ㅋㅋ

      서태지의 데뷔도 드라마틱했죠. 아시려나 모르겠는데 임백천이 진행하는 연예 프로에서 신인 발굴
      비슷하게 나왔는데 바닥 점수 받았어요. 성공할수 없다는 거의 저주에 가득한 말 듣고
      그런데 앨범은? 난 알아요가 완전 가요계를 뒤흔들죠.
      기성세대가 하라는대로 하는게 반드시 정답만은 아니다. 서태지는 뭔가 외계인 스럽다고 할까
      다른 방식이나 다른 해답을 주는...그때의 기억. 저도 소중한 추억같아요.
      • 댓글을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돋네요~ 전 팬이 아닌데도요. 그 당시 야자하는데 서태지 음반발매일에는 반대표가 돈 걷어서 30~40여 개의 테이프와 몇 장의 cd를 사들고 왔었죠. 그리고 그 날은 전부 귀에 이어폰. 손에는 앨범자켓.. 한번 앨범을 카세트에 장착하면 일주일은 내리 들어야 해서 누구한테도 빌려 들을 수 없었기스스ㅡ태지 데뷔 아마 78점인가 그랬죠? 전무후무한 최하점수
        • 모바일 로는 댓글 수정이 안되는군요;;; 여튼 빌려들을수 없었기에 들을 의사가 있는 사람은 앨범을 전부 구매했었다는 이야기 였어요.
      • 참, 버스타고 수학여행 가는데 반전체가 서태지 1집 1번 트랙부터 2집 마지막 트랙까지 떼창했던 일도 있었어요..
    • 지금 이시대 자체가..다시는 그런일은 발생하기 힘들거에요.최소한 10~20년간은..


      이젠 대중음악 자체가 단순 뮤지션으로서가 아니라 그이상의 영향력으로 자국인 틴에이저들을 선동까지 하던 시대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합니다.(산업적으로 한류열풍 우와와아 이런거 말구요..)

      그저 화려한 비주얼의 껍데기만 물려받은채 비루한 후크송류만이 BGM처럼 스쳐지나갈뿐인 시대라고나 할까요.

      지금의 아이돌에 열광하는 10대들 예전 10~20대들이 서태지에 열광하던때처럼 광적으로 흥분하는거 같지도 않구요..

      사생팬?그런건 더 조직화되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활동양상자체는 사실 흥미로울것도 없이 지루한경우가 더 많죠..
    • 서태지 데뷔 무대였던 임백천이 진행하던 프로 저도 기억나요.
      정작 그 프로에서 점수는 얼마 못 받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반 애들 대부분이 '난 알아요'를 흥얼대며 다니더군요..

      저에겐 너바나가 그런 느낌을 줬더랬어요. (내귀에 혁명?;) 네 그 커트 코베인이 이끌던 밴드요.
      그런데 꼭 서태지나 기타 뮤지션, 음악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애정을 갖고 열정을 쏟는 대상이 있지 않을까요. 하긴 시대적 변혁까지 체감하게 해줘야 한다는 조건에선 해당하는 게 많지 않겠네요.
    • 이미 서태지가 3집 발해를 꿈꾸며,교실이데아에서 통일,지옥과도 같은 삭막한 입시교육 정면으로 폐부를 찔렀고 결정적으로 시대유감을 통해 사전심의제도까지 철폐하게 만든 일은 ..한낱 딴따라가수를 대중문화면보다 1면인 정치.사회면에 더많이 거론되게 만들었죠. 이미 그동안 못건드려오던걸 짚어내는 걸 정면으로 건드리며 선동했는지라..;;;; 음 블루오션이라는 경영학/경제학적 상식에 사실 가장 걸맞았던 행동들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제일 인기좋은 인기가수라함은 거대 기획사 아이돌들인데...음...뭐 할말이 없네요.. 서태지 키드들중에 기타를 멘 친구는 홍대씬에서 자학이나 하거나 싸구려커피를 마시며 별일없이 산다고 살짝 이슈나 됐을뿐이고 일부는 힙합비트를 타기 시작해서 사람들을 착하게 만들었더니 세상은 왜이래라고 하긴 하는데(umc/uw) 대중적으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고 뭐 그러네요.
    • 전 서태지 난알아요 다들 가사적어서 흥얼거릴때 공일오비 ,이승환노래가 노래 더좋은데 애들 왜이래?하던 부류라 학창시적 미시적 경험들 시시콜콜한건 일일이 말하진 않겠지만 돌이켜보면 지금10대들이 아이돌열광하는것과 비교도 안될정도로 뭔가 다들 들떠서 흥분하는 분위기였던건 맞는거 같네요. 그땐 서태지와 관련된 매일매일이 마치 2002월드컵 포르투갈전 이태리전 스페인전같은 분위기였다고 보면 될까요 물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진 못하고 쉬는시간마다 분출하고.각급 소풍 수학여행 학교축제등을 통해 또 분출하고 그랬었지만.. 아 그리고 대형 콘서트등을 통해서도...
    • 한번 고전은 영원한 고전입니다.. 서태지도 마찬가지에요
    • soboo/ 네 맞아용. 다른 커뮤니티를 가도 그런 배신감은 만 하루 정도. 그 다음에는 인간 서태지에 대해서 더 애틋함을 느끼더라구요. 어떤 사람들은 그걸 보고 또 다른 신격화라고 하면서 비난(?)도 하더라지만... 그렇게 절대적인 신뢰와 애정을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게 너무 부럽습니다. 그리고 서태지란 사람도 그의 음악도 잘 모릅니다만 그런 믿음에 부합하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묘한 믿음이 이번 스캔들에서 제가 얻은 어떤 확신이라면 확신이에요.ㅎ

      utopiaphobia/ 짜릿함. 드라마틱. 외계인스러움.. 표현이 어떻건 '변화'로 수렴이 되네요 ㅎ 뜨거운 경험이었겟습니다.

      달빛부유/ 음음. 공감합니다. 누군가의 음악에 광적으로 흥분하기에는 어린(?) 사람들에게 주어진 업보(!)들이 지루한데다가 많기까지 하니깐요.
      그런 짜릿함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어째 시대가 흐를수록 퇴화되어져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일단 저부터... -_-? 10년, 20년후에 뭔가 이 판도가 뒤집혀진다면 기대해볼만도.
      윗 글들을 죽 보니깐 서태지도 시대의 조류를 아주 잘 타고 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역시 난세에 영웅나나 ^^

      그나저나 으아 님 흥분하셨근요! 댓글을 연달아 세개나..^^ 덕분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흐흐.
      음 뭐 할말이 없네요라는 한 문장이 정말 많은 걸 함축하고 있는듯 ㅎㅎ
      참 저도 공일오비를 더 좋아했어요 :)

      도로테/ ^^ 말씀하신 것처럼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이야 음악 그런게 아니라도 많겠지만
      의외로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컨텐츠'라는건 매우 소수인 듯해요. 영화나 배우 정도는 생각해 볼 수도요!


      마당/ 그렇죠... 新고전도 등장해주었으면 하는 ㅋ 아 그러면 더 이상 新이 아니려나 --;;

      선케/ 저도 그래서 솔직히 이번 스캔들 터지기 전까지는 서태지 신격화에 약간 반감을 ㅋㅋ 갖고 있었어요. 아니 뭐 잘나면 을매나 잘났누..
      근데 지금은.. 뭐 솔직히 아직도 그게 정말 멋진건지? 는 잘 모르겠지만 그게 마냥 인위적인것만은 아니구나 생각이 들어요.
      그냥 그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끌려 합류한 것 뿐인거죠. 본능적으로 새로운 탈출구에 혹은 욕망의 분출구를 좇는 느낌..
      그렇게 되니 그 팬덤의 독특함도 약간 이해가 가더라구요 ㅎ 어떻게 보면 지금 그 어떤 팬덤들보다도 가장 정직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서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서태지 팬이라면 어느정도 연령대가 있는 (늙었다는 말 아님) 팬덤일텐데, 의외로(?) 못잖게 순수해요 정말.
      결론은 팬덤은 다 같다...-_-? 글이 쓸데없이 길어졌네요 ㅋㅋ;;
    • ㅎㅎ 맞아요 그 동시대성. 저도 서태지 세대여서 이번 사태가 큰 충격입니다. 근 십년이 넘게 잊고 산 인물인데...
      전 얼마전까지 전 세대 음악인들과 동시에 살았던 사람들이 무척 부러웠거든요. 근데 제게도 있었네요;;-_-;
      음악보다는 시대의 인물이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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