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에 있었던 열불났던 일.

제 사촌누나 남편되시는 분, 즉 매부가 계십니다.

모 대기업에 근무하시고 선하고 덩치도 좋은-상관 없지만- 분입니다.

인척들 중에선 상대적으로 친하기도 합니다.

이 형님 전화를 하셨습니다.

 

 

뚜루뚜르야, 니가 도서편집을 한다고 들었다.

이번에 우리 사업부에서 모바일 앱을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니가 디자인을 해보지 않겠니?

 

엥? 제 분야는 디자인이 아닌댑쇼? 디자이너를 찾아보셈요.

 

아니, 디자인은 대충(...)하고 기획자도 필요해서 그런다. 디자이너가 필요하면 다른 사람을 구해보면 되지.

프로그래머는 내가 구해놨다.

 

기획자라고 다 같나염. 제 분야가 아니라서 어렵네요.

 

그러지말고 함 이야기나 해보자. 언제 함 볼까?

 

 

 

만났습니다. 솔직히 저런 식으로 말을 하는데 제대로 된 이야기가 나올리는 없다고 예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어쩌나요. 형님께서 함 보자는데 나갔죠.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니 블로그 형식으로 앱 상에서 포스트를 작성하고 그걸 자동으로 정리해서 하나의 결과물로 만드는 것까지 하는 초 고난이도의 앱을 바라는 거였습니다.

 

 

아니, 형님. 그래서 이거 하면 돈 얼마나 나오나요?

 

그게 당장 수익은 안 되지. 그렇지만 이걸로 부가적인 수입이 생기면 니캉내캉(회사를 뜻함) 갈라먹는 거얌.

 

보쇼 형님. 일단 제가 이런 거 안 만들어봐서 모르겠는데요,  들어보니 그 기능 구현하려면 시간 댑따 많이 걸릴 것 같은데요. 최소 몇 달은 걸릴 것 같은데 그 동안 땡전 한푼 안 받고 일하라굽쇼?

 

... 그 정도 노력 없이 되는 일이 있겠어?

 

 

이때부터 분노 폭발.

물론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냥 대놓고 그 앱과 연동되는 사업-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지는 안 밝힙니다만-은 그냥 수입이 안 될 것 같다,

돈도 안 되는 사업에 몇 달씩이나 시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형님도 빈정이 상한 듯 한 눈치였죠.

관계가 틀어지면 안 되니 난 빈말은 못한다,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많은 문제가 보이는데 실재 실현되는 과정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거다,

그럼 일을 벌이기 전에 대충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라고 대충 무마(라지만 무마 안 됐을지도...)하고 나왔습니다.

 

솔직히 제가 도서편집 쪽에서 쪼렙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취급을 당하니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

아님 프리랜서라고 무시하는 건지, 그냥 생각이 없는 건지 원...

더 무서운 건 매부는 순전히 '호의에서' 이 일을 주선해보고자 했다는 점입니다.

사업성도 없고,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는 일을 해보라면서 호의라 착각한다니 참 무섭습니다.

자기 위치가 갑 中 갑 이다보니 저런 사고가 박히는 걸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긴 어렵지 않을텐데요.

어쨌든 사람들의 무심함이란 한도 끝도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갑질을 오래하다보니 저런 마인드가 박힌듯 하네요.
    • 원래 갑중갑이시면 그렇게 되는 듯요.
    • 어느 대기업 어느 사업부에서 저런 식으로 사업을 하나요;;
    • mad hatter// 그러니까 더 어이가 없었죠.
    • 상대방에게 일을 의뢰할 땐 적어도 그 분야의 상식 정도는 인지하고 있어야 하고, 자신의 요구사항을 디테일하게 전달해주는게 예의라고 생각해요.
      저렇게 무작정 좀 해보라고 밀어붙이기 식이라면 당연히 화날 수 밖에 없죠. 더군다나 돈도 안 되는 일이라면...-_-;;
    • 자세한 얘기는 모르겠지만 그냥 대충들어도 사업성이 떨어져 보이는 일이긴 하네요.
      매부되시는 분은 그냥 깊은 고민없이 처남이 이런일 하니까 이런일 주면 좋아하겠지란 단순한 생각으로 그러신듯 한데
      아, 진짜 갑갑한 상황이네요.
    • 사촌 매부 되시는 분 담당 업무가 App.기획과 관련이 있나요?
      좀 의아한 게... 대기업에서 프로젝트 진행하게 되면, 협력 업체가 거의 붙여서 기획부터 진행합니다.
      당장 별로 돈 안되는 프로젝트라도, 지속적으로 오더를 받을 수 있는 '갑'이라면 하려는 업체도 꽤 있어요.
      프리랜서가 고용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전문 분야가 아닌 분께 무보수로 부탁을 하는 경우는 처음 보네요.
      비용을 최대한 아끼라는 미션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협력업체들이 대부분 개발/디자인 인력이 함께 있거든요. '알아서 해라'고 업체에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굳이 개인적으로 인력을 구하신 게 좀 의아하네요.
      회사에서 진행 확정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하시는 일 아닌가... 조심스럽지만 그런 생각이 드네요.
    • sweet-amnesia // 앱 기획과는 관련 없고, 일단 자유도가 높은 부서에서 일하다는 감은 들었지요.
      가능하면 본인도 내부 팀을 구성하고 만들고 싶은데, 팀 구성에서 결재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재량권 내에서 일을 벌려보고 싶은 모양이더라고요.
      쉽게 말해 '꽂힌' 상태랄까요. 근데 그게 택도 없었던 것이지요.
    • 재량권.. 이요? 흠, 예산 확보를 못하고 진행하는 일은 이미 재량이고 뭐고 없습니다. 그냥 개인적으로 진행하시는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잘 되면 이걸 사업으로 채택해 달라고 사업부 내에 보고할 수는 있겠죠. 안되면.. 그냥 끝이죠.
    • 뚜루뚜르 / 결과물을 본인이 직접 내고 싶어하시는가 보네요. 근데, 진짜 '갑질'하시는 분은 아닌가 봅니다. 아는, 혹은 줄 닿는 업체 불러서 '나중에 챙겨줄테니 좀 잘 만들어봐~'하고는 감독질만 하다가, 프로젝트 채택안되면 입 싹 닦는 '갑'들도 많은데...
    • mad hatter// 예산도 확보 못하고 진행되는 일의 결과가 좋을리가 없죠. 진짜 괜찮다고 생각했다면 본인이 출자를 하던가.
      그냥 니가 노가다 뛰라는 거니 원...
    •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프로라서 돈 받지 않는 일은 안 합니당' 해줘야 함 ㅎㅎ
      원래 사업하겠다는 사람들 착각이 좀 심합니다.
    • sweet-amnesia// 저도 되려 순진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굳이 저 같은 비전문가 말고 업계인을 말로 꼬실 방안도 없지 않았을텐데요.
      그러니까 '호의'였다는 거죠. 호의.
    • 저도 아는 사람이 저한테 외주를 부탁하는줄 알았는데 친분을 이용해 그냥 해달라는 뜻이더라구요.그래서 그냥 좋게 거절했는데 나중에 두고 두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안 좋더라구요;
    • 그저 돈만 보고 자기관련된 분야에 관심도 지식도 흥미도 없는 사람이 직업선택을 함으로써 생기는 비극입니다.
    • 사과식초// 그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자기 분야가 아니라서 쉽게 여겼다, 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7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9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