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맥아가 10프로 이상만 들어가면 법적으로 맥주라고 하는 반면 일본의 경우 맥아 함량이 67프로 이상이 되어야 맥주라고 하고 그 아래는 발포주라고 하면서 가격도 싸지요. 제가 처음으로 일본에 가서 며칠 지내게 될때 편의점에 싼 맥주들이 있어서 여러 캔을 사들고 방에 왔는데, 같이 갔던 동료가 알려줘서 발포주와 맥주의 차이를 알게 되었죠. 국내 대부분의 맥주 회사들은 일본 기준으로도 맥아 함량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고는 한다는데,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 같아요. 맥아 함량이 맥주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주장도 많이 있는 것 같구요.
푸른새벽//좋아졌나요? 저는 요즘 맥주맛은 옛날 오비 맥주 맛만도 못해진 것 같은데요. 인구 5천만의 애주가 나라에서 맥주회사가 2개 밖에 없고, 둘다 밍밍하기 짝이 없어요. 특별히 풍미있는 맥주가 없죠. 산업적 측면에서 아마 맥주회사가 또하나 생겨서 생존하긴 어려울 것 같은 환경이 맥주회사들이 별로 맛있는 제품만드는 거에 별 관심이 없어요. 한국 소비자들 입맛도 적어도 맥주는 좀 별로이기도 하구요.(폭탄주의 영향이려나?)
국내 맥주가 맛없는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는데 하나는 세금이 너무 높아서 원가 대비 적절한 가격대 형성이 어렵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원가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되었지요. 아주 적은 원재료를 가지고 이만큼 맛 뽑아내는 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라서, 오히려 최근에 맥스나 디 등 국내 상황의 제한된 범위 내에서 다양한 맥주를 뽑아낼 수 있는 것도 어찌 보면 기술력의 승리랄까요. 또 맥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맥주는 다른 술을 마시고 가볍게 입가심, 혹은 다른 술을 마시기 전에 시작하는 의미로 한잔, 그 이상을 넘지 못하지요. 그런 상황에서 맥주에 대한 선호도는 부드럽게 톡 쏘는 맛(형용모순 같지만 둘 다 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수식어죠;) 이상의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합디다. 그리고 생맥주가 맛이 없는 건 해당 가게에서 관리를 제대로 못 해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고요. 그래도 정말 많이 나아졌습니다. 저도 이거저거 많이 마셔보고 종류별로 비교도 해보고 했지만 요즘은 디(드라이피니시)가 제일 좋더라고요. 맥주에 관심이 늘어날 수록 시장도 다양해지고, 나중에는 관련 법도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
bankertrust/ 드라이 맥주 같은 경우는 원래 깔끔한 맛이 특징인데 얼마전에 나온 하이트 드라이 피니시가 꽤 그럴싸하게 드라이 맥주의 맛을 냅니다. 카스도 원래 톡쏘는 청량감만 강조된 맛이었지만 요즘은 밀맥주스러운 향이 느껴지고요. OB 신제품인 OB골든라거도 이전 맥주들에 비하면 맛이 꽤 풍부해졌죠. 그리고 꽤 오래전에 나온 레드락이나 엑스필S 같은 맥주도 꽤 먹을만 합니다만 일반 소비자들은 이런 맥주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러다 최근들어 수입 맥주를 접할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국산 맥주에 대한 불만도 높아졌는데 맥주 회사들도 이 점을 파악하고 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하이트에서 해마다 내놓는 스페셜 호프 시리즈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죠.
우리나라 맥주가 맛없는 가장 큰 이유는 주세법때문에 중소기업이 맥주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예전부터 봉쇄된 탓이 크죠. 오로지 진로와 하이트 두 대기업만이 존재하는 독과점 시장이다보니 특별히 맥주의 맛을 경쟁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일본은 맥주회사가 260여개라고 합니다. 260여개의 회사가 서로 경쟁하는 시장에서 나오는 맥주들과 단 2개의 회사가 경쟁하는 시장에서 나오는 맥주의 맛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낯뜨겁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