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처음 써요
듀나 영화낙서판 오랜 독자입니다만, 오랜 고민 끝에 등업결심 후 등업 고시(사실 고시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 정도의 시간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를 통과하여 첫 글을 씁니다.
요즘 바쁘고 정신없이 살다보니 긴 글은 차분히 앉아서 읽을 여유조차 (시간은 분명히 있어요) 없어서 글쓸 엄두도 못냈었는데,
빌어먹을 어린이날까지 출근하고 여러모로 지친 하루의 끝에 김빠진 맥주 한잔의 힘을 빌려 겨우 첫 글을 남겨봅니다.
듀나는 제가 가는 3가지 커뮤니티 사이트 중 하나입니다. (다들 아실만한 사이트들인데요)
나머지 2개는 사실 실망스러운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끊지 못하는(끊을 수 없는) 사이트입니다. 둘 다 젊은 남자 위주의 공간이기 때문에 다혈질도 많고 때로는 마초적이고 실망스러울 정도로 까칠하기도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대략 중도좌파적이고 우리 나라를 사랑하는 어쩌면 바보같이 순진한 부분이 많은 사람들이죠. 게다가 각 사회 전반에 걸친 전문가들이 많은 사이트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수준이 후덜덜이죠.
듀게는 묘합니다. 사실 몇년을 들여다봤어도 아이디가 생각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 분들이 뭐하고 사시는 분들이지 글에 힌트라도 있었는지는 몰라도 제 머리속에는 학벌은 물론, 직업이나 나이, 심지어는 남녀 구분마저도 전혀 모릅니다. 그만큼 사회적 구속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 모인 사이트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여기 오면 다들 편하게 허리띠 풀고 있다는 그런 느낌?) 제가 연식이 좀 오래되다 보니 요즘 친구들과 대화를 할 기회가 많지는 않은데요. 그들의 생각들을 알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도 합니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하물며 바낭이라는 글들에도 기승전결이 있어 보이고, 걍 생각나는 대로 쓴 글에도 아우라가 엿보이는 느낌이랄까? 홈피 디자인처럼 꾸미지 않아도 뭔가 기본이 되어 있다는 그런 느낌? (이 시점에서 폭소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제가 겉으로는 그러지 않은 척하지만, 상당히 경직되어 살고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계속적으로 투덜대지만 세속적으로 보면 뭔가 가진 것은 많은 사람이거든요. 상당히 자유로운 열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이성에 대한 세심한 배려, 올바른 도덕관념과 정치의식까지 갖고 있다고 혼자 생각하지만, 사실은 꼰대일 수도 있는... (이 대목은 사실 슬픕니다.)
이러한 이중적인 제가 듀게와 함께 하면서 젊은이들의 기발함과 신선함을, 때로는 당혹스러움을, 때로는 가지고 있는 지식들에 대한 놀라움을 느끼고 있고, 그들이 가진 열정에 대해 경외심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 미안함도 가지고 있고요.
가끔 저더러 동료들은 영화면 영화, 음악이면 음악, 모르는 것이 없는 만능 박사라고 추켜세우지만, 사실 제가 저를 아니깐요, 듀게의 회원들을 생각하면 한마디로 어이가 없고 웃기는 이야기죠. 그만큼 제 주위나 직장에 이런 문화와 친할만한 사람들이 안보인다는 것이니 참으로 얼마나 답답하고 깝깝한 노릇입니까?
횡수했네요.. 아무튼 허리띠 풀고 (오해 마시길)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꾸벅
아, 제가 너무 듀게를 신성화했나요? 아무튼 제 오해(?)도 화끈하게 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