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가 <조디악>에 대해..

전부터 <살인의 추억>이 <조디악>보다 낫다고 하는 이들(진중권 포함)을 접하면

<살인의 추억>도 참 잘 만든 영화지만 <조디악>은 클래스가 다른데..라고 생각했었던지라

(마치 김연아의 <세헤라자데> 09월드 버전과 <거쉰협주곡> 10올림픽 버전의 차이랄까요;)

2주전의 씨네21 봉준호 인터뷰를 오늘 읽다가 봉준호가 <조디악>에 대해 감탄하는걸 보면서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그리고 겸손하다 싶어서 봉준호에 대해서 호감도가 급상승 ㅎㅎ

 

임상수였으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계속 그렇게 생각하도록 적정한 선에서만 멘트 하고 넘어갔을 거예요 ㅋㅋ

마음속으로 자기 작품이 더 낫다고 생각했을 것도 같고요.

(이렇게 쓰고보니 갑자기 불려나와 엄한 소리 듣는 임상수한테 미안해지기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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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 아까 연쇄살인범 장르의 5대 걸작 말씀하실때 <조디악>을 포함시켰잖아요. <조디악>이 한국에서 개봉했을때 <씨네21>의 모 평자가 20자평에서 "왜 <살인의 추억>이 훌륭한지 알겠다"라고 썼던 게 기억납니다. 그 논평을 보면서 정작 <살인의 추억>을 만든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궁금했습니다.

 

봉준호 : <조디악>의 살인범은 제가 알아요. (모두 놀라자) 아, 물론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일동 웃음) 알고 지냈다는 게 아니라, 워낙 연쇄살인범 리서치를 많이 했잖아요. 굉장히 슈퍼스타급 살인범이거든요. 그런데 핀처가 그걸 다룬다니까 흥분했지요. <세븐>도 물론 멋진 영화였지만 <세븐>을 보다가 <조디악>을 보면 <세븐>은 완전 아기 영화, 유치원 애가 똥 싸는 영화예요. 두 영화 사이의 그 12년 동안에 이 사람이 무슨 일을 겪었기에 저런 거장의 리듬, 호흡을 갖췄을까. 좀 다른 의미가 되겠지만 저는 <소셜 네트워크>도 재미있게 봤거든요. 말로 하기 참 어려운데, 그런 리듬이라는 문제가 논리적인 분석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 같아요.

폴 토마스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를 봐도 그래요. 물론 저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고 저하고 차이가 있다면 약을 좋아한다는 거! 현장에서 약을 하다가 모니터 앞에서 막 쓰러지고 그런대요. <펀치 드렁크 러브>도 완전히 약 영화지요. 약기운으로 완벽한 영화를 찍은 거다, 라고 저를 자위하죠. 완벽한 리듬의 음악을 보는 것 같은 거지요. 단 한 프레임을 늘리거나 줄일 것도 없는 것 같은 느낌. 편집 뿐 아니라 숏의 설계나 사운드라든가, 어어 하다가 끝나버리거든요.

 

<조디악>도 그런 경험이었거든요. <조디악>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느릿하고 그 어떤 흥분이 없어요. <살인의 추억>은 어떻게든 흥분시켜보려고 아등바등 애를 쓰잖아요. 감정적이고 찔찔 싸고. <조디악>은 차분히 가라앉아서 리듬을 장악하는데 완전히 충격이었어요. <세븐>과는 완전히 달랐어요. 이 사람은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 사람 영화야 늘 재미는 있었지만 <조디악> 보고 호흡이나 리듬이 정말 부러웠어요. 놀라운 경지였어요.

마지막에 제이클 질렌홀이 상점에 가서 남자가 일하고 있는 걸 보고만 나오잖아요. 그 행위만 보면 얼마나 심심한 행동인지. 하지만 그 영화를 2시간 넘게 보면 주인공이 조용히 범인을 대면하고 뒤돌아 나올 때 그 뒷모습에서 묵직한 바위 같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화성살인사건을 다시 찍는다고 하더라도 난 결코 그렇게 찍을 수는 없겠다라는 생각도 들고. 리듬을 장악하는 게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결국 그런 거 못해보고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마크 러팔로 등 배우들도 놀랍지만 감독이 더 놀라웠어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그냥 그렇게 되는 건가. 

 

    • 데이빗 핀처와 '리듬'...공감합니다. 소셜네트웍도 그랬고. 저는 조디악에 대한 심층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화를 봤는데 그래서 비교하는 재미가 막 있었습죠 ㅎ
    • 폴 토마스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에 대한 극찬은 저도 동감하는데 <조디악>은 글씨요..
      폴 토마스 앤더슨 영화는 좋아하지만, 데이빗 핀처 영화는 좋아하는 영화가 없어서요...
    • 결국 영화란 2시간여동안 어떻게 시간을 쪼개서 보여주느냐에 달린 거죠. 음악과의 비교는 적절해요.
      펀치 드렁크 러브가 약기운으로 만들었다니...제목도 약기운이 나고, 인물들의 행동도 평범하진 않죠.
    • <소셜 네트워크>도 재미있게 봤거든요. 말로 하기 참 어려운데, 그런 리듬이라는 문제가 논리적인 분석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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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네트워크, 영화 관객에게 참 좋은데 직접말하기도 그렇고 표현할 방법이 없네.
    • 저도 소셜네트워크를 잘만든 영화라고 봤는데 왜 그런지는 설명하기 어려웠어요. 근데 '리듬'으로 설명할 수 있군요. 다시 한번 봐야겠네요.
    • 조디악을 봐야겠네요.
      소셜네트워크 보면서 저도 그 리듬감에 혀를 내둘렀거든요.
      이전 핀처의 영화를 본 기억이 가물거려서 소셜 네트워크가 오랜 만에 본 그의 영화였는데
      이 사람 대체 언제 이런 경지에 다다른 거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의 최고작은 조디악이라는 분들이 많아서 궁금하네요.
    • <조디악>은 뭐랄까...이게 정말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진짜 이야기구나 싶었어요. 아무튼 최고의 영화!
    • 조디악에서는 진짜 깜짝! 놀랐어요. 그 앞에 최근작이 패닉룸이었는데 난데 없이 이런 영화가.....
      조디악에 충격받은 이후라서 소셜 네트워크도 정말 감동적이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놀라진 않았었죠.
    • 조디악을 심심하게 본 건, 저도 그랬는데, 아마도 살인의추억 영향이 있지 않나 싶어요. 줄거리가 거의 비슷하게 돌아가는 영화니 덜 집중하게 되었겠죠.
    • 조디악도 빠르게 대사가 난립하는건 마찬가지더군요.
    • 호불호가 갈리지만 봉준호 감독의 평은 정말 공감합니다. 조디악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선의 요동없이 그렇게 리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건
      대가들의 경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셜네트워크를 보면서 이제 핀쳐는 무슨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서 만들던 제대로 된 의미의 전달과
      극적인 효과를 다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연쇄살인범 장르의 5대 걸작중 나머지 4개는 몬가요?
    • 조디악과 살인의 추억은 어떤 요소를 중요시할 것인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것 뿐이겠죠.
      이야기를 풀어가는 리듬이나 편집을 중요시하는 분께는 조디악 쪽이 더 매력있고 잘만든 영화라는 느낌이겠고..
      내용 자체나 감정을 이끌어내는 쪽에서는 살인의 추억의 거친 호흡이 오히려 유리하구요.
      저도 데이빈 핀쳐를 매우 좋아하는데 조디악은 좀 심심했어요 리듬은 훌륭하지만 소재나 소재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는 크게 새로운 점이 없었고..
      전 오히려 세븐의 거친 방식이 좋더라구요. 조디악이 화면이나 편집이 세련되서 보는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 탐스파인/ <큐어>, <조디악>, <짙은 선홍색>, <양들의 침묵>, <복수는 나의 것>(이마무라 쇼헤이)
    • 같은소재로 동서양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작품이죠. 둘 다 좋습니다. 비주얼로이 정말 뛰어난 감독에서 지금은 비주얼을 초월해버렸더군요. 비주얼이 없거나 무시하는게 아니라 완벽하게 장악해버렸다고 할까요. 이상하게 핀쳐감독은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는 영화를 만들다가 드디어 현재진행중인 영화까지 만들었습니다. 핀처의 다음 타임라인이 기대되는 감독입니다.
    • 사과식초/ 주옥 같은 댓글이네요. 비쥬얼을 완벽하게 장악, 타임라인에 대한 이야기..
    • 이 인터뷰 전문을 읽고 싶은데 아직 웹에는 안 올라왔나요? 씨네21 웹사이트에서 봉준호로 검색해도 나오지 않네요.
    • rough/ 아마도 웹에는 영원히 안 올라올것 같아요; (본문 제가 직접 타이핑한 거.)
      인터뷰 길이가 굉장히 긴 데다, 정성일&허문영과의 대담 코너로서 씨네21이 보물로 여기는 꼭지일 것으로 사료되는바 안 올라올 거예요 ㅎ;
      한달전의 장선우(제주도에서 까페 하고 계신) + 정성일&허문영 대담도 재밌었는데 것도 인터넷엔 안 올라왔더라고요.

    • toast / 답변 감사합니다 ㅠㅠ
    • 조디악은 수학 과학은 100점 받는애인데,,,국어 60점 받고 체육도 그저 그렇고 인기도 별로 없이 내성적인 애 같았다면

      살인의 추억은 수학 과학 영어 국어 평균 89점에 체육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 활달하고 호감가는 아이 같았어요,,,,
    • 똑같이 아주 유명한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긴 했지만 조디악은 정말 그 살인과 범인에 대한 범죄 영화고
      살인의 추억은 사실 시대 풍자가 더 주인공 같은 영화잖아요. 범죄 영화로는 조디악이 더 재미있었어요.
      살인의 추억은 잔재미가 많은 영화고 아주 약간 산만한 반면 조디악은 목적이 분명하니까요.
      근데 살인의 추억이 더 정이 가요. 왜냐면 그 와중에 웃기기까지 하니까. ; 그 균형이 좋은 것 같아요.

      데이빗 핀처의 작품은 데뷔작부터 근작까지 하나도 안 빼놓고 다 봤는데
      소셜 네트워크와 조디악 등을 생각하면 리듬이 좋다는 말이 공감이 가지만
      그 둘 사이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음.
      그건 정말...
      전 뒤로 갈수록 진짜 답답했어요, 이건 무식하다 못해 일부러 작정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
    • 아, 한참 웃었어요. <세븐>이 유치원 애가 똥싸는 영화군요. ㅋㅋㅋ
    • 고수가 고수를 알아보는 이야기를 들으니 벙어리 냉가슴이 풀리는듯.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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