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번역가 이야기
외화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자막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다 외국어의 청음이 가능해서 원어 그대로 듣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선으로 질 높은 자막이 필요한 것이겠죠.
자막 번역은 소설이나 산문의 번역보다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스크린 상에 자막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제약이 있기 때문에 직역을 하지 않고
최대한 함축적으로 줄여서 번역을 하는게 포인트라고 하죠. 그래서 대사 내용의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뉘렌베르그의 재판 같은 작품은 비영어권 상영시
연출을 맡았던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이 자막 상영보다 더빙을 권고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 영화 번역을 실명을 걸고 했던 최초의 번역가는 작고한 김순호 씨라고 합니다. 고 김순호씨는 70년대 초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활약을 했고
그 당시 상영됐던 외화의 엔딩 크레딧엔 대부분 김순호씨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고 하네요. 혹시 김순호 씨의 이름을 영화 자막에서 기억하는 분은
제대로 씨니어 인증을 하는 셈이 되겠습니다.
김순호씨가 영화번역계를 떠난 후 몇년간은 왜 그런지 실명을 걸고 영화번역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번역을 시작한 분이
이미도씨라고 합니다. 그게 1993년이라고 하죠.
그후부터는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영화번역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듯 합니다. 좀 까다롭게 영화 감상을 하는 매니아는 누가 번역을 했느냐가 영화선택의
키 팩터 중의 하나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번역이 제 2의 창작이라고 하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영화 번역은 그 정도가 더 큰 듯 합니다. 함축과 원 대사가 지니고 있는
뉘앙스의 정확한 전달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요즘 영화번역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번역을 하는지 궁금하네요.
1. 필름을 보고 번역한다.
2. 시나리오를 보고 번역한다.
3. 필름과 시나리오를 모두 확보해서 번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