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소스 코드 잡담

 - 듀나님의 리뷰를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레트로 액티브'였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사랑의 블랙홀' 내지는 엑스 파일의 '월요일' 에피소드 쪽이 훨씬 맞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 아무래도 이 아이디어를 효율적으로 굴린 것으로 따지면 '사랑의 블랙홀'이나 '월요일'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이 영화의 아이디어나 전개도 흠 잡을 곳이 없긴 했는데, 그래도 아이디어를 끝까지 쥐어 짜서 뽕을 뽑아낸 정성은 그 두 편의 작품들이 나은 것 같아서요. 좀 많이 오덕스런 관련 작품을 하나 추가하자면 '쓰르라미 울 적에' 라고 아무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은 애니메이션/게임 시리즈가 있기도 합니다. (쿨럭;)


 - 회원 리뷰 게시판의 Q님 리뷰를 보니 제이크 질렌할이 본인이 주인공 역할을 하고 싶어서 감독도 찾아다녔다는 것 같은데, 역시 시나리오 보는 눈이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딱이에요. 참 순박하게(?) 잘 생겼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노숙자 포스도 풍기고 하는 질렌할의 이미지와 잘 맞더라구요. 선량하고 궁상맞게 잘 생긴 느낌이 말입니다.


 - 처음부터 범인이 너무 빤하게 보이고 (당연히 중간에 내리는, 것도 자기 물건 냅두고 후다닥 내리는 인간부터 의심해봐야죠) 주인공이 죽었거나 최소한 빈사 상태라는 것도 빤하게 보여서 미스테리가 너무 약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진상이라 할 만한 것들이 거의 밝혀진 후의 전개를 보고 납득했습니다. 이것저것 다 훼이크(?)이고 결국 중요한 건 주인공이 내리는 선택과 거기에서 우러 나오는 감정적 울림 같은 부분들인 영화였으니까요. 그리고 비록 깜짝 놀랄 그런 전개는 없을 지언정 이야기는 대략 이치에 맞고 주인공의 감정선과 그에 따른 선택도 적절했구요. 마지막에 키스 하면서 시간이 멈추는 장면에선 울컥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재밌게 봤어요.


 - 다만 역시 시간이 멈추는 장면, 혹은 시카고 시내에서 '잠깐만 그냥 이러고 있어요.' 라며 대화를 마치는 장면에서 끝냈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 후에 다시 연구소(?)가 나오면서 '소스 코드는 계속된다능~' 하는 부분이 감흥을 좀 깨 버리는 느낌이라서. SF적인 부분에 촛점을 맞춘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어울리는 마무리이긴 하겠지만 워낙 그런 영화가 아니잖아요. 애시당초 전체적인 설정들이 다 독창적이거나 신선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더더욱 그랬습니다.


 - 홍주희씨의 마지막 서비스-_-는 참. '이러니까 욕을 드시는 겁니다' 라고 한 마디 해 주고 싶은 느낌이긴 했는데. 또 가만 생각해 보면 애시당초 이런 류의 이야기에 전혀 관심이 없던 관객들에겐 나름대로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매하기도 하더군요. 그냥 '그간 본인이 쌓은 업보가 있으니 억울해도 감당하시오' 정도. 근데 아프가니스탄을 심지 굳게 끝까지 그냥 '중동'이라고 번역한 건 글자수 때문이었겠죠?


 - 암튼 참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그리고 탄탄하게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아주 기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넘치는 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했겠지만. 혹은 SF적인 부분을 아주 잘 표현한 작품을 기대했어도 역시 실망했겠지만. 미리 이런저런 리뷰들을 훑어보고 대충 기대치를 조정하고 가서였는지 대단히 만족스러웠어요.


 - imdb에서 미셸 모나한의 정보를 찾아보다 나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많이 어려 보이네요; 왠지 낯이 익다 했더니 미션 임파서블3와 본 슈프리머시. 출연작 중에서도 험하게 나오는 영화들만 봤군요. 도대체 이 영화 한 편에서만도 몇 번을 죽은 거람. -_-;;


 - 이미 많은 분들이 언급하셨듯이, 불쌍한 역사 교사 션 아저씨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그래도 주인공 아니었음 어차피 죽었을 거잖아요. 용서하시라.

    • 4번째 문단 저도 생각했어요. 거기서 영화가 끝났으면 더 좋았을거라고.
      더 이전으로 돌아가 제이크 질렌홀과 미셸 모나한이 키스하고 영상이 멈추는 그 때 영화가 끝나면 더더더 좋았을 것 같은데,
      그렇게 끝내면 열린결말을 싫어하는 울나라 관객들이 격분했겠죠? ㅎ
    • 하지만 인셉션처럼 거하게 떡밥 던져 놓고 열린 결말로 끝내면 또 열렬히 좋아하기도 하잖아요. ^^ 음. 근데 이 영환 떡밥 거리가 거의 없는 영화이니 역시 말씀대로 격분했을 것 같습니다. 하하.
    • ㅎㅎㅎ
      성향 차이인 듯요.
      저는 그렇게 결말을 내는 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그냥 끝났으면 시간여행자의 아내 비슷한 로맨스물이 되는 거였는데,
      전 아무래도 그런 식의 영화보다는 공상과학적인 전개를 더 좋아해서ㅎ
      이야기 자체는 말씀하신 영화들이랑 겹치지만 그걸 뇌과학이나 평행우주를 연결시키면서 나름 덕심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전개한건 충분히 독창적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결말로도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고요.
    • 그런데 의외로 지나치게 잔인한 느낌도 드는 영화였어요.
      어케 사람을 그렇게... 스스로 죽을수도 없는 사람을 그런식으로 무한 이용하다니... 지옥이예요. ㅡㅡ;;
    • [더 문]도 감정이입하고 보면 끔찍한 설정이죠ㅎㅎㅎ
    • 그런데 그 부분에서 영화를 끝내려면 앞쪽의 몇 장면+대사 수정이 불가피해서.. 그러면 조금 다른 영화가 되니까요. 마지막 장면이 의미있는건 제 생각에 소스 코드는 계속 된다는.. 이라기 보다는 또 다른 자신에게 '모든게 괘찮아 질거야'라는 메세지를 전달한다는데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조형물 장면에서 마치면 새로운 세계의 또 다른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닌게 되는 모양새더라고요. 그리고 키스 장면에서 영화가 끝났으려면 그 전에도 정확히 8분을 지켰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죠. 주인공은 수차례 미션을 반복하면서 무언가 조금씩 다르고 시간도 정확하지 않다는걸 눈치채니까요.
    • 미셸 모나한은 필모그래피가 참 다양하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상이라 나름 팬이었는데 본 슈프리머시에선 어떤 역할로 출연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나네요. 언제나 매력적인 배우지만 벤 스틸러와 공연한 하트 브레이크 키드에선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 미셸 모나한의 단역시절
      http://blog.naver.com/hyolee?Redirect=Log&logNo=70004256301
    • 그런 애매한 설정들을 마무리하는 대사가 바로 마지막 '운명'에 대한 대화죠. 운명을 믿느냐고 물으니까 대략 그건 그냥 운이 계속 따르는 거라고 대답하죠. 전 크리스티나의 이 대답이 마음에 들었어요.
    • 본슈프리머시에서는 파멜라 랜디 밑에서 일하는, 작전실 모니터링 요원 중 한명이었죠.
      본슈프리머시를 워낙 좋아해서 여러번 본 데다가 미셸모나한이 그 시절에 미션임퍼서블 이글아이 등등 첩보물에 줄창 나와서 신기하게 봤던지라 기억해요. 은근 첩보물 팬인가..ㅎ
    • 폴라포/ 성향 차이 인정합니다. ^^; 그리고 사실 제가 워낙 양자 역학 이런 쪽은 잘 몰라서 다양하게 해석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더욱 지금 결말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기도 해요. orz

      greenfish/ 괜찮은 설명인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에게의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다는 말씀이랑 '운명' 얘기요. 그리고 확실히 그 '8분'은 잘 지켜지지가 않더라구요. 보면서 영화 속에선 8분 맞는데 편집 때문에 느낌만 그런 건가 헷갈렸는데, 주인공이 그걸 눈치를 채고 있었군요. 난 영화 뭘 봤지. ㅠㅜ;

      푸른새벽/ 그 영화도 볼 수 있으면 챙겨보겠습니다. 감사.

      자두맛사탕/ 필모에 콘스탄틴이 있길래 도대체 누구였을까 고민중이었는데 덕택에 바로 해결되었군요. 감사합니다.
    • 자두맛사탕 / 전에도 쓴 적이 있는데 콘스탄틴에서도 제법 비중있는 조역이었는데 막판 편집에서 날아갔죠. 저기서 뜬금없이 나오지만 사실 콘스탄틴을 계속 유혹하는 새끼악마 정도로 서너 씬이 더 있었어요. DVD 써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줄잇기를 하자면 콘스탄틴에서 샤이아 라보프가 역시나 비중있는 조역인 콘스탄틴의 조수로 나왔죠. 나중에 라보프와 모나한은 이글아이란 영화에서 공동주연을 맡게 됩니다.
      뭐.. 지금까지 모나한 영화 베스트는 저에겐 키스키스뱅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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