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인간으로 사는 슬픔과 괴로움(약간 19금)

  지극히 개인적 경험과 주관에 의한 글입니다. 욕설이 난무하지는 않지만 여과되지 않은 표현이나 단어들이 있을 수 있어요. 지적하시면 반영할게요 또한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라 수정하거나 삭제될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1. 언제 적을 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대학시절. 저도 솜털이 보송보송하고 여고때 바르던 존슨즈베이비로션만으로도 반짝반짝 눈이 부시던 시절이 있었음을 회상해보는 건 너무 짧은 순간이고요. 오히려 다분히 그릇되고 편협할 수도 있는 남성관에 대한 정립의 시기는 분명했던 것 같습니다.

  

   시절은 바야흐로 운동권 막바지였고, 신세대니 엑스세대니 하는 단어가 난무하면서 요즘 애들 너무 싸가지 없어라는 늘 있어왔던 고루한 평판마저 때마침 활성화(?)되기 시작한 개인주의와 맞물려 절정을 이루었죠학교생활을 시작도 하기 전에 운동()에도 연극()에도 끼어들지 않으리라 미리 다짐했던 나는 문학판에 투신함으로써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자랑스러워하는 문학청년이 되었어요. 그 시기는 너무 짧았지만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내 인생 중 가장 강렬한 기억과 온통 모순적인 가치관만 심어준 몇 년이었어요. 어쩌면 그 전까지의 삶은 삶이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죠. 이 표현엔 부정적, 긍정적 모든 의미가 함축되었다고 해도 무방해요. 또한 그 집단이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해서 그 속성이 달라졌을까에 대해서는 지금 생각해도 회의적이죠.

 

   하여튼, 그 시절엔 여자로서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 라는 최초의 자각과 함께 이것을 인간으로서의 삶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라는 확장 단계에서 오는 혼란으로 일상과 정신에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었고, 생각이 많은 아이또는 메고 다니는 가방만큼 생이 무거운 아이라는 평판을 내심 자랑스러워하던 저에게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는 그 연령대가 흔히 겪는 범상한 혼란이었을 뿐임을 뒤늦게 깨닫고 많이 부끄러웠죠. 그래봐야 그것도 나이 서른 넘은 뒤, 고작 몇 년 전입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성에 관한 한 어떤 부분에서도 쿨하고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가치나 사고는 사람마다 너무 다르니 내가 기준이 될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겠지요. 그런데 지금보다 훨씬 어렸고 소위 말해 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던 20대 초반에도, 갑은커녕 을을 넘어 병, 정으로 넘어가게 생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십대에 몇 번의 경험이 있었다한들,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이고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수치심 또는 은닉해야 할 일로 여겨야 한다는 게, 타고난 성정에 따른 본능이었는지 학습된 결과였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제게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물리적 사건이나 사고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만, 지금도 기억나는 건 이를테면 이런 거죠.

 

  *걸어가는 뒷모습만 봐도 처녀인 지 아닌 지 알 수 있다.

  *손가락으로 코끝을 눌러봤을 때 가운데가 갈라지면 처녀가 아니다.

  *남자가 팬티를 벗길 때 엉덩이를 들면 처녀가 아니다.

  *여자가 얼마나 많은 남자를 상대해 봤는지, 관계하는 남자는 삽입 시 직감한다.

  *깡마른 여자애들은 남자 코피를 터뜨린다.

  *진짜 색*들은 관계할 때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어렸을 적, ‘섹스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된 이후부터 저런 종류의 화장실 낙서와 괴담 수준의 뒷담화가 늘 불온한 공기처럼 떠돌았고 그 가운데서 나는 혹시라도 내가 처녀로 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싶은 걱정에, 소위 말해 아다가 분명했던 시절에도 걸음걸이에 신경 쓰고 우울한 얼굴로 코끝을 눌러보기도 했어요. 이 부분에서 혹자들은 그런 남성우월주의의 왜곡되고 폭력적인 사고에 주눅든 제 소심함에 대해 비웃거나 한심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는데, 저는 과연 이 부분에서 진짜 자유롭고 아무렇지도 않은 여자 또는 남자들이 얼마나 있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실재의 사생활이 어떻든 간에, 자기기만 어쩌고 하는 것도 떠나서, 성적인 도덕률의 색안경에서 진짜 자유로운 사람들요. 간혹 주변에서 그런 것 같은 사람()을 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공공연하게 개인의 경험을 공론화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일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더욱이 더 이상 처녀가 아니게 된 이후부터는, 이성의 남자들이 평가하는 성개념보다 동성의 여자들이 평가하는 도덕적 잣대가 훨씬 더 까다롭고 냉혹하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죠. 같은 동성의 커뮤니티 안에서 누군가에게 걸레라는 주홍글씨를 갖다 붙였을 때 발생되는 엄청난 강도의 폭력과 회복되기 어려운 자존의 손상을 목도하면서, 진보적 여성관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다수의 이론적 목소리가 한 개인의 정신에 어떤 위로도 이득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조리돌림을 하는 인간들이 나쁜 것이지, 당하는 사람이 잘못은 아니다 라고 말해봐야, 언제나 고통은 후자가 겪는 것이니까요. 가혹합니다.

 

   1과 관련하여, 제가 들었던 가장 씻을 수 없는(그래요, 잊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씻을 수 없어요, 저는) 담화는 이것입니다. 혈기왕성하고 감수성 예민한 남학생 몇몇이 밤새 술을 마시고 논쟁하다가 하필 그 쟁점이 성매매 여성에 다다랐답니다. 그때가 지금보다 십몇 년 전이니 요즘처럼 합리적이고 묵직한 고민들로 해결책을 간구해보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을 리 없음에도(공교롭게도 임권택 감독의 창' 이라는 영화도 개봉되었죠), (소수의 페미니스트들과) 대다수의 남자들에게 이 화두는 늘 뜨겁고 새롭기만 한 주제인 것인지요. 성매매에 대한 가치판단부터 시작해서 개인적 경험들(대부분 과장 되었거나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한) 그리고 더 나가 사회적 구제책 등등이 난사되는 가운데 그들은 새벽을 맞았고. 그 지난한 논쟁의 현장에 부재했던 저는 간밤의 일화를 자랑스레 털어놓는 남자선배에게서 이 모든 핫이슈를 일축하는 한 마디를 듣게 됩니다. 아마도 논점이 성매매 종사자들의 구제책의 일환으로, 감정적 교류를 통해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결혼함으로써 개인을 구제(?)하며 점차적으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는 것에 대한 논의였던 모양인데, 결론은 저 모양이었습니다. 제가 부재한 상황이어서 다 파악은 되지 않았지만 밤새 벌어졌을 그 논쟁이 결코 치기어린 감상에서 나온 쓰레기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진지하게 듣고 있던 제 입의 지퍼가 자동으로 닫힌 건 순간이었죠. 나름의 지성을 갖고 의식화 되었기에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하는 거라는 간밤의 이야기를 요약본으로 듣고, 그래서 다 같이 내린 결론이 뭐냐는 내 물음에,

 

   “미쳤냐? 창녀랑 결혼하게?”

 

     이것은 제겐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었습니다. 소수의 논쟁을 일반화 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껏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경험하게 되는 남자들의 ‘(이중적)여성관이라는 것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의 근원이 됩니다성매매와 가족론이 도저히 공존할 수도 없고 상상될 수도 없는 건 아마 이 지점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물론 이것은 듀게에 주기적으로 올라와 게시판을 달구는 성매매‘(합법화)론과는 사뭇 다른 관점일 수도 있고 어쩌면 하등의 관계가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언제나 대체적으로 남성분들 사이에서 뜨겁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한 것이죠. 많은 여자분들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이 적거나 또는 앞서 말한 대로 동성에게 요하는 더 높은 도덕적 잣대내지는 이중적 태도로 인한 적대감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 경험치 자체가 지극히 적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성매매에 직접 해당되는 직군이 아니어서인지는 몰라도 '호스트빠'를 근절하자는 구호나 움직임 같은 건 이제껏 못들어봤다는. 쉽게 말해 관심을 갖게 될 만한 루트가 전혀 또는 많이 다른 거죠. 자칫 잘못 건드리면 부스럼이나 만들 수 있다는 오래된 피해의식도 알고 보면 모종의 직간접적인 피해에서 기인한 것일지도요.

 

   듀게에 올라온 관련글들만 보면 그나마 나름 진보적이고 합리적이고 인격적인 남성분들이 대대수인 것 같지만(그러나 내 실생활에서 검증된 적도 없는), 일개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지나지 않는 게의 몇천 명 또는 만 명 정도의 인식을 가진 분들을 현실에서 만나는 건 손에 꼽을 지경이라 착각하지 않으려고 늘 경계합니다. 이젠 경쟁력도 전투력도 없어서 어쩌면 여성으로서의 매력이나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진 지금도 이 지점은 늘 피곤하고 늘 바짝 날이 서있습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고 찬송할 건 아니지만, 그저 나는 운이 좋았다라고 자위해야 하나 생각을 하면 그게 슬퍼요.

 

   덧붙임 : 근무시간에 쓸 수 없어 퇴근시간에 남아서 쓴 글이라 개발괴발인데, 지하철 타고 집에 오면서 생각한 부연해야 할 지점을 역시나 다른 분들께서 써주신 것 같아요. 제가 말한 운이란, 운 좋으면 평범하게 살고 운 나쁘면 성매매에 종사하는 직업을 갖는다는 이분법적 의미가 아닙니다. 자발적이건 비자발적이건 성매매에 종사하는  그들보다 내가 그들보다 낫다는 우월의식이 아닌, 일종의 씁쓸한 자조인 셈이죠.     

    • 운이 좋았다, 라는 마지막 줄과 성매매 관련해서 오래된 기억이 떠오르네요.
      대학 1학년 어느 여름쯤? 막걸리 마시며 둥그렇게 앉아 노래도 부르고 놀던 저녁,
      동아리 남학생이 술취해서 동아리 여학생들을 가리키며 너, 너, 너, 너희는 운이 좋았다.
      운이 없었으면 어디서 술따르고 몸팔고 있을 수도 있었다, 는 요지의 말을 했어요.(맥락은 기억안나요)

      저는 충격 받았어요. 엥? 내가, 우리 친구들이, 아무리, 그랬을거라고 본단말이냐?
      '창녀'들을 낭만적으로 그린 소설이나 오페라 같은 걸 보기도 했으니, 딱히 더럽다 나쁘다는 생각을
      해 온 것도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나는 그랬을리가 없다, 고 자신했죠. 이후로도 지금까지 그럴일은 없었긴 한데,
      정말 내가 운이 좋았다, 라는 걸 깨달은건 한참 후 였어요. 그럴 형편에 처할 일 없게 태어난 게
      제가 제일 잘한거였으니까요. 그리고 그 남학생을 다시 봤습니다. 스무살밖에 안된 남자애가 사실은
      편견없이 그녀들을 볼 수 있었고 그녀들과 나를 가른 게 운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니, 싶어서요.
      그친구는 우리에게 그런 얘길 한 걸 기억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 댓글 달려고 로그인했네요.
      두가지,
      우선 게시판에서의 글을 통한 모습은 별로 신뢰할만한 게 아닙니다.
      그거 믿었다가 뒤통수 제대로 맞는 일이 종종 있어왔고 최근에도 있었다죠.
      그러니 어쩌면, 오히려 현실에서 더욱 인격적인 상대를 만날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른다는 말씀 드리구요.
      또 한가지,
      여성으로서의 매력은 나이가 들수록 완성되는 겁니다. 세월의 깊은 매력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죠.
      위축되지 마세요.
    • 그 남학생 운 좋았네요. 운 나빴으면 그런 얘기 한 순간, 원 펀치 쓰리 강냉이 나갈 수도 있었는데.
    •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성매매 이슈에서 한번도 글을 쓴 적이 없는데... 링귀네님 댓글 보고나니까 더 혼란스러워요. 저는 운 문제라고 생각 안합니다. 저한테 그런 얘기 했다면 그 남학생과 상종 안했을 겁니다. 생각이 짧은 사람이라 여겨진데도 타협안되네요. 이건.
    • 제가 보기에도 그 남학생이 말한 의미는 그런게 아닌데 링귀네님이 너무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신 듯 한 느낌입니다.
      저도 갑자기 혼란스럽군요;;
    • Koudelka /후반부에 묘사해주신 논쟁을 보니 지난번 느슨한 독서모임 책이었던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 떠오릅니다. 비슷한 시절의 운동권 학생들이 갖고있던 망상에 가까운 여성관을 적어놓은 부분이 있는데, 작가는 아마도 그들이 얼마나 어리석기 짝이 없었는지를 보여주려는 의도였을 텐데도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어요.
      링귀네/ 그 맥락에서 운이 좋기로는 그 남학생이 더한 건데 그는 몰랐나보네요. 제가 지금보다 더 어릴 적에는 쓸데없는 소리들도 잘도 들어주었던 것 같아요. 혹시 뭐 있는 거 아닌가 하면서.
    • 어렸을 때 제 주변에서 심하게 개떡같은 소리를 늘어놓던 몇 명의 남자아이들이 생각나네요. 그 중 몇몇은 표면상으로나마 그 때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음을 확인했죠. 그 애들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다행이지만, 오히려 더 분하기도 해요. 그 때처럼 지금도 개떡같은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나이도 먹은게 인간성도 개떡같다는 평을 듣고 있으면 훨씬 더 통쾌했을텐데. (말이 좀 과격해졌군요;;)
    • 링귀네님께서 민망하시지 않을까 싶어 망설이다 답니다. 그 남학생이 지금 얼마나 대단한 꼰대가 되어 있을지 상상 갑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 문제라니. 그 남자나 링귀네님이나 그쪽 시장과 그쪽 시장에 일하는 사람들의 성장기, 과거, 심리 상태 등등 얼마나 알고 있는 지 궁금합니다. 관련 다큐나 책을 좀 읽어보길 권합니다. 운이 좋아서 대학에 앉아 있고 운이 나빠서 성을 팔고 있다? 참으로 단순한 세상이군여! ㅋㅋㅋㅋㅋㅋ
    • 저도 링귀네님 댓글을 보고... 링귀네님이 무척 너그러우시구나 생각했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 분위기가 꼰대같은 분위기가 아니고 뭐.... 그랬을지도 모르죠. 운동권틱한 분위기였다면 더 그렇고요.....
    • 아무리 봐도 "우리 때 태어났으면 소나 키우고 있었어 ~ " 란 말로 들리는데요.
    • Koudelka님 글에 괜한 흐름을 불러일으킨 것 같아서 죄송해요. 제가 그 친구와 운에 대한 얘기를 한 건
      Koudelka님이 편견에 쩐 남자와 동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가진 여자들의 부당함을 얘기하신 것에
      동조하고 싶어서였거든요. 그 편견과 이중적 태도의 근거란 그렇게 취약하다고. 그런데 이건 뭐 동조도 안되었고...

      어쨌든 많은 분들이 분개하시니 그 친구에 대한 변호?를 해야 하나 싶어지네요. 그 친구는 당시
      우리들 중에선 낭만적인 편이었고 그 얘기할 땐 차라리 약간 슬픈 분위기에 가까왔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까지 기억하는 걸 보면 충격이 크긴 컸는데, 그친구에 대한 경멸? 뭐 그렇게 되진 않았어요.
      저만 거기 있던게 아니었고, 다른 남녀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흐르진 않았거든요. 그러고보니
      우리들 중에 그친구가 짝사랑 하던 여자애도 있었구요. 우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 글쎄요, 제가 링귀네님 자리에 있었다면,
      '그래, 너도 운이 참 좋다. 남자로 태어난 덕에, 네가 몸 팔면서 손가락질 받을 가능성은 정말 적겠구나, 성폭력에 두려워하며 모든 곳에서 조심해야 할 일도 없겠지. 그 측면에서 우리보다 몇배 운 좋은 네가 우리에게 운좋다 말해주니 고맙긴 한데 넌 너 자신의 운 좋음에 대해 성찰은 하고 있니?' 라고 말했겠지요.)

      그렇게 낭만적으로 접근하는 남자들이, 다른 여성들의 이분법을 공격하기 전에
      자기들 안의 성적 이중잣대를 공격하는지, 혹은
      성매매 여성들 혹은 빈곤여성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실제로 어떤 노력을 하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성매매 문제의 본질은 결국 성별 권력 차이의 문제로도 연결되는데
      그 권력 차이에서 우위에 서있는 자가
      그런 식으로 말했다는 것이, 저는 좀 가증스럽습니다.
    • 제가, 순진한 낭만주의자였구나 싶네요. 그러니 이 에피소드 떼어 올 때 부터 망댓글의 운명이었나 봅니다.
      지금 그 친구에 대해 이리저리 설명을 하면 나으 친구는 그러치 않아, 의 변주일거고...
      꼰대나 남성우월주의자 하고는 제일 거리가 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이래서 맥락이 중요하고
      캐릭터가 중요한거지 말입니다. (그런데 맥락은 기억이 잘 안나고 캐릭터 구축해줄 능력도 없고 한들 누가 읽겠어요)

      아무튼 댓글들 보면서 저는 그 친구에 대해 제대로 화를 냈어야 되나, 흠 그 친구를 좋게 보다니
      아직 나한테 수용적인 여자 착한 여자 컴플렉스가 남아있나 고민 좀 하고 있어요. 고민하는 걸 보면 맞나봅니다만.
    • 링귀네 / 그러실 필요 없을거 같습니다. 저도 그냥 얼핏 읽기에는 헐....저런 개소리를 이렇게 생각했는데 다시 잘 읽어보니 뉘앙스와 그때의 분위기에 따라 분명히 저렇게 받아들이는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대로군요. 듀게에서는 일단 여성에게 불리하거나 어쨌든 여성입장에서 기분좋을수 없는 이야기에는 무조건 성질부터 내고 보는 버릇이 있는거 같네요....

      hybris / 그건 권력의 문제와 별개로 남자라고 해서 말할수 없고 여자라고 해서 말할수 있는 문제는 아닌거 같습니다. 앞뒤 분위기와 맥락에 따라 용인될수 있는 이야기였다면 남자라고 해서 못할 말은 아닌거 같습니다.
    • 시러/ 제가 여기 계시는 남성분들을 매도할 생각이야 결코 없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신뢰하는 인간은 또 아닌지라;;; 저의 여성성은 한 번도 과시된 적 없지만 위축된 적도 없지요. 다만 어떤 상황이 불편해지면 타인에 비해 무척 피로를 느끼는 지점이 분명히 있어요.
    • 다행입니다. (두번째는) 힘내시라는 의미의 댓글이었는데 기우였다면 다행인거죠.
    • 링귀네/ 어떤 말씀인지 못알아 듣지 않습니다. 케이스는 다르지만, 그런 경우 흔한 시절이 분명히 있었고, 그 진의를 추적하기엔 모든 것이 모호하고 애매한 관계들 기억들 또한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더 비극인 건, 한 귀로 듣고 흘릴 수도 없이 무시할 수 없는 지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라는 것도요. 저 또한 그랬습니다. 말하고 들었을 땐 진심이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 생각해 보면 너무나 화가 나는, 당시엔 아무렇지도 않았던 말들이 얼마나 많던가요. 지나고 보면 어떻게 반박했어야 한다고 주먹을 부르르 떨지만, 시간은 돌이켜지지 않고 나쁜 기억만 화석처럼 남아 있어요. 게다가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상대방에 대한 연민마저 생기게 되면 뭔가 더 끔찍해지는... 요즘 대학생들은 진짜 어떤지 모르겠어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통장잔고로 기천만원쯤 쟁여놓고 사는 지, 아니면 취업준비 하느라 이런 문제 따윈 안중에도 없는지.
    • bruntte/저도 그 작품 읽으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기시감을 느꼈죠. 암묵적으로 흔하게 벌어지던 공공연한 폭력들, 어떻게 거부하고 저항해도 낙인을 피할 수 없었던 분위기들, 그리고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낄 법한 여학우들의 오히려 더 냉담하고 경멸에 찬 시선들까지도요. 지금은 세상이 더 따뜻하게 변했나요? 더 젠틀하고 세련된 척 하지만 뭔가 더 끔찍할 것 같아서 외면하고 싶을 지경입니다.
    • 확실히 80년대가 참 폭력적인 시절이긴 했지요.
      저는 그때 초중고를 다녔었으니까 그 때가 제 유년기의 대부분이기도 하군요.

      근데 저는 저런 '처녀성'과 관련된 저열한 농담들을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이곤 했어요. 뭐랄까...그냥 저라는 인간 자체가 원래 그랬던건지-_-;;

      '먹다 버린 년' 이런 욕설을 듣는다면 '평생 먹을 일도 없는 새퀴 주제에' 이렇게 맞받아칠 욕설이나 그냥 할 정도?
      아무튼 쓰레기 같은 소리는 그냥 쓰레기 같은 말로 화답해 주면 되는거죠.
    • 맞아요, 상당히 야만스러운 시절이었죠. 지금이야 그런 비슷한 소리만 들어도 주먹이 날아가겠지만, 그땐 모든 게 혼란스럽고 두려웠죠. 여성으로 인간으로의 단단한 자존감이 형성되기에도 어렸던 나이. 빅캣님은 담대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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