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미국에 잠시 귀국, 기타 등등

1. 미국에 왜 '귀국' 했다는 표현을 쓰느냐고 누가 그러던데 제 입장에서는 명백하게 한국 가는것이 "외국 나들이" 하는 것이죠.  전에는 이런 질문들이 은근히 시비조로 들리고 했는데 이제는 세파에 시달려서 그런지 다 무덤덤합니다. 

 

2.  연구 여행이 1/3정도 끝난 상태인데 중간보고를 하자면 의외로 저를 초빙한 학교의 자료들은 별로 이용을 못하고 있습니다.  관료주의적인 상황도 한몫했지만 이상하게 운이 안 따라 주네요.  요번에 객원교수로 온 이상 이 학교와의 이러한 불가해한 불운의 역사는 이제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물론 구루가 죽는 바람에 제가 망연자실 일에 손을 놓고 있었던 탓도 있고, 자료 모으는 것 이외의 활동에 대해서는 여러분들께서 각종 편의를 봐 주셔서 감사할 따름인 상황도 많습니다만.

 

역사 연구보다는 영상자료원에서 오래된 영화를 본 것과 만화규장각의 존재를 비롯해서 70년대 이전의 한국만화에 대한 지식이 비약적으로 진전된 쪽의 임팩트가 크군요.  (이쪽도 문화사이긴 하지만)  장래의 연구 주제로 받아들이기에 너무나도 좋은 상황에서 처음 발옮김을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도움 주신 분들에 대해 각별히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유현목 감독의 [문]을 비교적 깨끗한 트랜스퍼의 DVD 로 보았는데 이창동 감독의 [시] 보다도 더 강렬한 감동을 주는 위대한 영화였습니다.  삼십몇년전에 동도극장인지 명륜극장인지에서 다 잘려나간 프린트로 보고 최불암선생의 가야금연주 신만 뇌리에 남아서 살아있던 작품인데 이렇게 완정한 형태로 보게 되니 감탄의 신음소리와 감동의 눈물이 저절로 몸에서 흘러나옵니다.  순전히 이 [문] 때문에 연말의 베스트 디븨디/블루레이 선출에는 비매품 공공기관 자료용 디븨디도 포함시키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들을 볼 시간이 없는데 다음번에 한국에 장기로 나오면 한 두 달 정도 아무것도 안하고 영상자료원에서 비데오화된 옛 한국영화들을 백편이고 백오십편이고 밤낮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음 그 허영만 [각시탈] 관계의 영어논문은 결국 썼습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비교 대상이었던 고우영의 [대야망] 이 더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더군요) 그러나 이제 60년대 이전에 해방 직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각종 장르 만화의 계보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니 이 논문에서 결론 비슷하게 쓴 얘기도 결국은 수박 겉햟기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군요.  앞으로 많이 연구가 진전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저도 동참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일단 쓴다고 해놓은  "보통 역사책" 책 을 마무리지어야 하니...

 

결론적으로 나는 역시 영화의 신과 만화의 신의 사랑을 역사의 신과 교육의 신의 그것보다 더 받고 사는 모양입.

 

3. 짤방은 Dancing Cats, Designed by 3Crows.

 

 

 아아 책을 빨리 완성하고,  다른 프로젝트로 넘어가고 싶소이다. 그리고 어째 한국에 오면 소설/각본/영화쓰고/만드는 분들이 화각 부럽네여.  미국에 있을때는 같은 업종에 종사하시는 무지 잘나가시는 분들 봐도 감탄스럽긴 해도 부럽지는 않은뎅.

 

 

 

 

 

 

    • 응, 고양이 미소가 노말한데요. 무슨 좋은 일로 춤도 추고. 한국 좋은 시간되셨음 해요~
    • 전 고양이들 무서워요 흐엣 ㅋㅋ
    • 만화규장각은 몇 번 가보긴 했는데, 정작 제대로 이용하지는 못했어요. 소년중앙 같은 옛 잡지에 수록된 만화도 다시 확인할 수 있는지 모르겠군요.
    • 제가 본 첫인상으로는 아직 없는 게 많다는 것이었습니다만 첫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으니까요. 영상자료원도 솔직히 여기까지 모으리라고는 예상했던 분들이 거의 없지요 뭐 솔직히 말하자면... 돈만 제대로 준다면 콜렉터들을 설득시키는 거라던지 일본이나 외국 등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으는 것도 가능할 텐데 말씀이죠.
    • 잠시 귀국하셨군요.
      유현목 감독 작품 꼭 보고 싶네요.
      고우영 대야망 아련한 추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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