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학당' 이야기, 2

 

 

- 이전 시간에 이어, 아테네학당 이야기를 계속해보겠습니다, :) 에피쿠로스 밑의 고개를 내밀고 있는 세 번째 인물에 대해 얘기하기 이전에, 아테네학당이 어떤 배경하에서 그려졌는지 한 번 알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아테네학당은 교황 율리오 2세의 주문에 의해, 1509-1511년 제작됩니다, 율리오 2세는 아테네학당이 그려진 이 방(현재는 서명실이라고 부릅니다)을 1530년까지 개인도서실로 사용합니다(...좋겠다, 나도 교황...), 이하 서명실로 표기할 이 방의 사면에는 각각 '철학', '신학', '시', '법'을 주제로 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르네상스 시대 도서 분류법(철학, 신학, 문학, 법학)이기도 하고, 당시 교황청의 도서 분류법이기도 했습니다, 역대 교황들은 항상 로마제국의 이상을 재현하려는 야심에 불탔고, 율리오 2세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죠, 기도 드리는 시간보다 전쟁터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전사 교황' 율리오 2세는 많은 정치적 사건들에 관여했고, 수 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해 그림을 그리게 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개인 도서실에서 책만 조용히 읽었을리는 만무하고요(...), 당연히 이 방은 외교적 용도와 과시적 용도로 사용되었고, 자신의 속내 또한 은근히 드러내는 그런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철학은 종교의 시녀'라는 말도 있듯이, 이 시대 신플라톤주의를 중심으로 한 인문주의는 완전히 신학에 종속되어 있었고 그 중심에는 플라톤이 있었습니다, 아테네학당의 원근법의 소실점에 배치된 두 철학자가 누구인지 보세요, 그리고 플라톤의 손가락은 어딜 가리키고 있는지 보시면 라파엘로(율리오 2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어느 정도는 윤곽이 보일 듯 합니다, 물론 플라톤 못지 않게 중요하게 여겨졌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손가락이 아래를 가리키며 균형을 잡아주고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당시에는 항상 선별되어 플라톤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베드로 대성당 개축, 바티칸 박물관 건립, 벨베데레 정원 조성, '천지창조' 주문, 그거 다 제가 한 거거든요,

 

- 라파엘로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짧게 율리오 2세와의 인연에 대해서만 짚고 넘어가지요, 피렌체를 중심으로 여러 도시를 전전하며 활동하던 라파엘로를 교황청으로 불러들인 것은 친구인 브라만테 덕분입니다, 당시 율리오 2세를 위해 베드로 대성당 개축을 맡고 있던 브라만테는 친구들을 로마로 대거 불러들입니다(...그놈의 지연...), 낭중지추라고, 교황청 인물들에게 라파엘로는 깊은 인상을 주게 되고, 각종 작업을 도맡게 됩니다, 브라만테가 죽은 다음에는 대를 이어 베드로 대성당 개축 책임까지 맡게 되지요, 라파엘로가 어느 정도 신임을 얻었는지는, 첼리오 칼카니니가 한 다음과 같은 말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로마를 건설하는 데에는 고대의 수 많은 영웅과 오랜 세월이 필요했고, 로마를 파괴하는 데에는 수 많은 적과 수백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이제 라파엘로는 로마 안에서 로마를 되찾았고 그것을 발견했다. 찾아내는 데에는 위대한 이가 필요하지만 발견은 신이 주관하신다.' 르네상스 최초의 미술사가인 조르조 바사리는 레오 10세가 라파엘로를 추기경으로까지 임명하고 싶어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로마에서 최후를 맞은 라파엘로는 장례 미사가 교황청에서 거행되었고, 유해는 로마의 판테온에 안장됩니다, 그를 키운 것은 피렌체였지만 그를 더 사랑했던 것은 로마였다고 할 수 있겠지요,

 

-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아테네 학당'의 세 번째 인물 - 에피쿠로스의 아래쪽에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사람 - 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인물은 아테네 학당에서 철학 관련 인물이 아닌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로, 바로 만토바 공작, 페데리코 곤차가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배고픈 예술가들에겐 허세든, 허영이든, 동정이든, 돈 많은 후원자가 필요한 법인데, 바로 곤차가 공작이 그러한 사람들 중의 하나였죠, 수 많은 예술가들이 그의 도움을 얻어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곤차가 공작의 순수한 예술적 관심도 남달랐던 것이, 바로 그의 어머니가 예술 후원가로 유명한 이사벨라 데스테입니다(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티치아노가 초상으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프란체스코 곤차가 2세 또한 야망이 큰 남자로서 화려한 궁전을 건립했습니다, 곤차가 공작이 아테네 학당에 등장하게 된 것은 아마 그가 이 그림이 제작되던 시기 로마에서 생활했기 때문일 겁니다, 당시 그는 어린 소년이었는데, 율리오 2세 밑에서 거장들의 작품이 탄생하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하게 된 거죠, 어린시절의 이 경험때문인지 몰라도 그는 훗날 만토바에 수 많은 예술가들을 초대해 후원합니다(라파엘로의 제자인 줄리오 로마노도 이 때 만토바로 불러들였죠),

 

- 인구 5만의 소도시에 불과한 만토바가 북이탈리아 필수 관광코스로 꼽히는 것은 바로 이 곤차가 공작의 공입니다(...), 만토바의 공작궁은 수백개의 방이 있는데, 그 방을 전부 꽉꽉 미술품과 사치품으로 채워서 오늘날에도 통제가 심하다니 말 다했죠; 만테냐와 티치아노 또한 곤차가 공작을 위해 작품 활동을 했었고요, 뭐, 리골레토의 배경이 되는 것이 바로 만토바 공작의 궁전이라는 것은 말 안 해도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1707년까지 바로 이 곤차가 가문이 이 만토바 공국을 지배했으나, 그 해에 오스트리아에 합병됩니다; 1796년 나폴레옹에 의해 점령되었다가, 1815년 다시 오스트리아로, 그리고 1866년 리소르지멘토 운동으로 통일 이탈리아령이 됩니다, 이래 저래 역사적 부침을 겪은 도시지만,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 유산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곳입니다(르네상스 시기 발달한 북이탈리아 도시 국가들이 안 그런 곳이 있겠습니까만...;),

 

- 그 아래 노란색 옷을 입은 네 번째 인물로 가게 되면 상황은 조금 복잡해집니다, 보에티우스, 아낙시만드로스, 엠페도클레스, 세 사람 중 하나일 것이라는 설이 있는데, 확실하게 결론내려지진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을 지지하시는지? 저 개인적으로는 그 옆에 있는 남자의 작업(그는 피타고라스입니다!)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걸로 보아, 보에티우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아테네 학당의 인물군을 5그룹 정도로 나눠 볼 수 있고, 그 그룹의 연관성을 열심히 생각해 본다면, 어느 정도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그룹의 중심점이 되는 인물은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플라톤, 유클리드인데, 그들을 둘러싸고 그들의 이야기나 작업에 집중하는 인물들은 생전이든 사후이든, 그 사람의 작업과 일정 부분 연관이 있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매우 단순한 추정이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더 많은 문헌에 접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 짧은 지식으로는 아낙시만드로스, 엠페도클레스가 피타고라스의 작업에 열중(?)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기에는 이 둘이 이뤄놓은 철학적 성과가 너무 크고 개성있지요, 그렇다고 보에티우스가 개성이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파면 팔수록 몇몇 인물들에 대한 수수께끼는 깊어져 갑니다, 마치 단서를 끌어모아 용의자들 사이에서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물 같달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 골머리를 썩히다 보니 또 다음편으로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 현재 이 인물찾기 작업을 가장 잘 정리해놓은 장소, http://www.mlahanas.de/Greeks/SchoolAthens.htm / http://www.mlahanas.de/Greeks/SchoolAthens2.htm 여기서도 이 네 번째 인물에 대해선 보에티우스쪽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입니다만... 다음 편에선 그럼 보에티우스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할 것을 약속드리며... :)

 

 

 

 

    • - 기도 드리는 시간보다 전쟁터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전사 교황' 율리오 2세 : 라는 대목에서 웃음이 피식. 땡중이었군요. 당시 교황들이 다 그렇겠지만요.
      -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손가락은 이 그림의 주제의식과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군요.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었습니다.
      - 만토바라는 곳 나중에 한 번 가보고 싶네요.
      - 설명을 듣고 보면 보에티우스가 유력한 용의자(?)라는 것에 납득이 갑니다.
      - 아테네 학당의 인물군은 5그룹 정도로 나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룹의 중심점으로는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플라톤, 유클리드 네 사람이 거명되었습니다. 그럼 나머지 한 그룹은 곤차가 공작 같은 철학 관련 인물이 아닌
      그룹(ex 후원자)인가요?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3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천천히 쓰시더라도 지금처럼 양질의 내용을 유지해주세요.
      즐거운 주말 되시길!
    • 찔레꽃/ 아, 나머지 한 그룹은 가장 오른쪽의 외따로 떨어진 소외군(?)입니다,13번으로 표기된 이 그룹의 중심 인물을 Michael Lahanas는 플로티누스로 추정하는 모양입니다만, 나머지 인물들이 밝혀지지 않아 본문에는 거명하지 않았습니다, :)
    • 율리오 2세 - 율리우스 2세 - 이 사람이 특히 유명한 군인교황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율리우스 2세 하면 미켈란젤로만 떠올렸는데, 라파엘로도 있었군요.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다음 글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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