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던 콜센터 언니 이야기

아래 글 하나를 보다 보니 며칠 전부터 맴맴 돌던 그 언니 생각이 나요

 

몇년 전에 일하던 팀은 꽤 작아서 컨텐츠 개발자인 저와 디자이너와 콜센터까지 한 사무실에 있는 구조였죠

반찬 한 종류씩 도시락을 싸와서 휴게실에서 모여서 정담 나누며 먹던 분위기였는데

 

밥 다 먹고 그 언니가 휴대폰을 땋!  듭니다. '아아.' 목소리 체크하더니 뭔가 '출동!'분위기

 

지마켓인지 11번가인지에 전화를 걸어서

'나, 어제 전화한 김땡땡인데 너네 아직까지 콜백이 없더라? 사람이 우스워? 내가 우스워? 야. 너 뭐하는 애야. 일처리 그따위로 밖에 못해'

 

그때의 충격은요...아...

그 언니 목소리가 사무실을 뚫고 복도까지 퍼졌거든요. 왜 그 있죠. 야밤에 술 먹고 꺄아아악 소리 지르는 여자. 혹은 부부싸움 격하게 해서 "죽여라 죽여" 할 때의 여자 목소리 데시벨 정도.

 

아니, 일분 전까지 '땡땡씨, 숙주나물 이렇게 고소하게 무치는 비결이 뭐야?''아유 아가씨라고 소세지에 문어모양 낸 것 좀 봐 귀엽다 귀여워' 하던

괄괄한 콜센터 언니들과 다르게 유독 상냥해서 맘속으로 그 중 제일 좋아하던

왠지 데이지 꽃이랑 비슷하다 생각하곤 하던 그 언니가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 정도로

언니는 오분 정도를 최고조 데시벨을 유지하며 욕을 해댔어요. 상대방 얘기에 주고받고를 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그냥, 미쳐서 모터 달린 듯 내뱉는다는 느낌?

언니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죠. 그야말로 그 언니의 다른 인격이 툭, 나와있구나. 느낌.

 

나빼고 다른 분들은 그런 모습을 여러 번 본 모양인지 절보고

"뭘 놀래. 이 언니 항의전화할 땐 항상 이래." 하며 태연자약.

 

 

슬펐어요.

 

누구보다 그들의 고충을 알만한 언니가 그들에게 그런다는게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보통 사람이 평생 들을 욕설과 비아냥을 하루, 혹은 몇시간 안에 들으며 몇년을 버텨냈을 그 언니의

분노와 스트레스가 향한 곳이 다른 콜센터였다는 사실이요

나보다 더 약한 위치에 놓인 사람을 찾아가는 게 분노로구나 싶기도 하고.

 

며칠 후 콜전화가 제 자리로 잘못 걸려와 받은 적이 있었는데.

겨우 일분 정도의 통화를 한 것만으로 콱 체기가 생기는 듯 했었죠

"언니 전화 돌려드릴게요-"하고 젤 유능한 그 언니에게로 불만 고객 전화를 돌렸는데

언니는 정말 그 유능하고 상냥한 표정과 목소리로 그분을 나긋나긋 대하고, 마음을 살살 돌려주더군요.

 

    • 폭력은 물과 같아서 가장 아래로 흐르죠. 저도 그렇게 아래측에있었던 사람인지라 생각하면 이가 갈리다
      못해 바스러집니다.
    • 핸드폰 종료 버튼을 누르며 "아유, 스트레스 확 풀었네"라고 말하던 기억도 생생해요. 어차피 그 쇼핑몰 직원도 다른 사람에게 스트레스 풀면 될 것 아냐, 라고도 말했죠. 정말, 그 언니를 안고 다독여주고 싶었어요. "언니의 잘못도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그러지 마요"하고요. 내가 뭔데 오바냐 싶어, 그냥 묵묵히 밥만 펐지만.
    • 원래 호스트바에 가장 많은 고객이 호스티스라는 말도 있잖아요. 마음이 아픕니다. 콜센터도 그렇고, 관공서 민원실도...일하던 친구가 세상의 마이너스 기운이 모두 모인 곳이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슬펐어요.
    • 핸드폰 종료 버튼을 누르며 "아유, 스트레스 확 풀었네"라고 말하던 기억도 생생해요.
      --> 진심 무섭습니다 ㅎㄷㄷ
    • 아....... 그 고객들이 그러니까............
    • 누군가와 싸울 일이 생기면 "아싸!스트레스 풀 기회!"한다는 사람을 저는 많이 봐와서 그렇게 놀라진 않았지만, 누구에게나 경우 바르던 그 언니가 얼굴 모르는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변한다는 건 좀 의외였어요.
    • 삐뚫어진 사람들은 어째야 할지.. 전 서비스업 일하면서 더더욱 그 쪽 사람들 한테 엄한 말 못하고 이해하려고 하는데...
      뭐 좋은 소리 들으려고 하는게 아니니 이런 사람 본다 해서 괜히 노력했네 할 것도 아니지만.. 좋게 좋게 살아도 힘든 세상인데
      뭐하러 큰소리 치고 들으며 살려는지...
    • 기세를 점한달까요 상대가 치고 들어오기 전에 먼저 윽박을 질러놔야 사람 무서운 줄 알고 못 대든다, 는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잠깐 그래봤던 적이 있어서 알고요 그런게 '요령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했죠;;불만사항이 있으면 을에게는 최대한 까탈스럽고 고약하게 굴어야 해결이 된다..고 어른들이 말씀해주셨었거든요 몇년 그렇게 해보려고도 했는데 역시 안 되더군요 그 언니도 세상의 그런 흐름을 체득했을지도요.
    • 그 언니한테도 무척이나 슬픈 일이네요
    • 콜백 해준다 그렇고 안해주면 일처리가 왜 그러냐는 소리 나올만도 합니다. 스트레스 풀려고 그런거면 심하긴 하지만요.
    • 관련 부서 관리자로 오랫동안 있었는데 쉬는 시간 휴게실 같은데 가보면 장난 아니었던; 그 언니분 같이 딴데 화풀이 하는 직원들이 심심치 않게 있었는데..보기 싫으면서도 왜 저러는지 이해되고 안쓰럽고..정말 세상엔 상상할 수 없는 미친 인간들이 진짜 많아요..그거 끝도 없이 상대하다 보면 자기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
    • 그냥 슬프네요... 내가 당사자였다면 폭발했겠지만...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니까 악순환이란 게 돌고 도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 미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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