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은 웃음과 친절에 대한 댓가인가?

팁을 주는 문화에 산지 5년 반쯤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전혀 없던 문화라 사실 처음에는 매우 불편하기도 했고 팁을 내는 것이 아깝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래에 식당 혹은 커피숍의 친절에 대한 논쟁들에 보면 많은 분들이 이상한 부분에 동의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바로 팁을 주는 문화권에서 팁이 친절에 대한 댓가로 지불되는 거라는 생각입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팁을 주는 문화권에서 팁은 친절과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물론 이곳 식당들에서 좀 더 친절한 직원을 만나게 되면 팁을 원래 주는 금액보다 좀 더 두둑하게 주기는 합니다. 

그러니까 친절은 기존에 주는 팁에 더불어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추가의 서비스지요.

여기서는 직원들이 손님을 인격적으로 개무시한다던지 완전히 내가 원했던 서비스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무조건 전체 금액의 일정금액을 팁으로 주는 것이 (법률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의무화 되어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관광지라 아무래도 한국에서 손님들이 많이 오는데,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게 어느 식당에서 팁을 내야 하고 어느 식당에서 팁을 내지 않아도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제가 드리는 설명은 단순합니다. 주문하고 주문한 물건을 테이블에 직원이 가져다 주면 무조건 팁을 내야 하고, 주문 한 뒤에 음식을 내가 테이블에 가져다 먹으면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건 그들이 친절하고 친절하지 않은가와는 결정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여기서 팁은 웨이터의 친절에 대해 지불하는 돈이 아니라 그의 노동에 대해 지불하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음식을 테이블에 세팅하지 않는 대신에 다른 사람이 그것을 해주는 것에 대해 주는 돈이기 때문에 그 가치는 사회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서는 보통 15퍼센트를 무조건 내야 합니다.)

그리고 15퍼센트라는 팁이 한국 사람에게는 많아보이지만, 그것이 그들의 친절에 대한 댓가로 지불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노동에 대해 지불되는 것이기 때문에, 15퍼센트 아래로 팁을 냈을 때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받게 되거나 심지어 나쁜 경우에는 왜 팁을 이거 밖에 안주느냐는 항의도 듣게 됩니다.


여기서 살면서 가장 적응이 안 되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식당에서 서비스를 받는 태도였습니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여기요" "아줌마"가 마법의 주문이지요. 어디서나 이렇게 부르면 달려옵니다.

여기서는 일부 한국 식당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부르는 것 자체가 매우 무례한 행위입니다.

대부분의 주문을 받는 식당은 자기 테이블 담당하는 웨이터가 있고, 운이 좋게도 그 웨이터와 눈이 마주친다면 그를 부를 수 있겠지만, 혹은 그가 가까이 있을때 작은 소리로 익스큐스미 하는 것은 괜찮지만, 멀리 있는 사람을 부르거나 담당 웨이터가 아닌 사람을 부르는 것은 기본 에티켓을 어기는 것입니다.

운이 좋으면 정말 친절한 웨이터를 만나서 5분마다 한번씩 와서 뭐 필요한게 없냐고 묻지만, 많은 경우 가끔씩 들려주시는 그분들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무진장 눈치를 봐야 하지요.


여기서 느끼는 것은 한국에서 노동에 대한 가치가 너무나도 저평가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의 음식을 먹으면서 그리고 그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의 노동에 의해 그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면서도 그러한 요구를 들어주는 것 자체를 대가를 받아야 하는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저부터도 그랬었지요.


말이 길어졌는데, 하고 싶었던 말은 아주 간단합니다.

팁을 주는 문화에서 팁에 웃음과 친절이 포함된 경우는 매우 적다는 것입니다.

팁을 주는 문화에서는 직원이 웃지 않고 친절하지 않더라도 그가 해주는 일에 대해 팁을 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가 특별히 더 친절하다던가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챙겨준다면, 대부분은 거기대해 기존에 주는 팁보다 더 넉넉하게 줍니다.

    • 궁금한 게 있는데.. 팁이 당연시되는 문화권에서는 식당 종업원들이 급여가 우리나라에 비해 유난히 짠가요? 전에 설명 듣기로는 '여기 종업원들은 급여가 거의 없다시피 하고 팁으로만 사는 거기 때문에 팁은 꼭, 당연히 줘야하는 거'라고 들었거든요.

      근데 외국은 그럴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가 좋았을 때만 팁을 주겠다고 생각하는 게 딱히 잘못된 것 같진 않아요. 그야말로 문화의 차이일 뿐이니까. 계산서에 봉사료가 따로 나와있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가게 주인이 음식값을 정할 때는 종업원의 최소한의 서비스 비용은 자기가 급여로 지급하고도 이윤이 남을 가격을 설정한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람의 노동에 의해 그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면서도 그러한 요구를 들어주는 것 자체를 대가를 받아야 하는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라기 보다는 음식값에 이미 다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아닐까 싶어요.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 자체에는 동의하지만요.
    • 팁이 단지 노동에 대한 댓가라면 음식값에 대한 일정 비율로 지급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종업원이 만원 짜리 음식을 가져다 주든 5만원짜리 음식을 가져다주든 종업원의 노동의 양은 거의 같죠.
      그런데 전자는 1500원을 받고 후자는 7500원을 받는 것이 단순히 노동의 댓가로만 볼 수 있을까요. 그 돈이 주방장한테 간다면 모르겠지만요.
    • DH/저도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식당 종업원들의 급여는 식당의 다른 직종보다 터무니 없이 낮거나 심지어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왜냐하면 웨이터들은 팁을 받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팁을 얼마를 내야 한다는 것은 법률로 정해지지 않지만, 식당 주인은 절대로 종업원들이 받은 팁의 일부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팁은 절대로 그 서비스를 한 사람에게만 지급되도록 법적인 보호를 받습니다.

      한국의 종업원들과 비교해서 그게 많은건지 낮은건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짐작에 여기 식당에서 종업원들이 팁을 포함해서 받을 수 있는 월급은 한국의 비슷한 수준의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보다 훨씬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여기가 한국보다 물가가 아주 약간 비싸기 하지만, 한국의 물가를 고려한다면, 한국의 식당 종업원들의 급여가 매우 낮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대부분 알고 있지요.

      물론 한국에서 팁을 주는 것은 서비스가 좋았을 때만 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데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팁을 주는 문화권에서 주는 팁도 그런 웃음과 친절에 대해 준다고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노동에 대한 저평가에 대해서 말한 이유는 보통 한국에서 아주 낮은 노동의 가격때문에 가능한 낮은 가격의 음식을 먹으면서도, 자기가 충분히 거기 대해서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종업원으로부터 당연히 높임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향을 많이 보았고, 여기에서의 논의 역시 그러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서 입니다. 심지어는 한국에서 적정한 음식가격에 대한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음식의 원가와 최종 가격만 생각하는 경향이 높지요. 그래서 최종 가격이 원가에 대비해서 얼마 이상이면 마치 과도한 이득을 남기는 것처럼 이야기하구요. 보통 그런 질문을 음식을 파는 회사에 할때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회사의 입장에서 음식 혹은 커피의 소비자 가격을 이야기 할 때에는 원가와 마케팅비, 건물세 같은 고정 비용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고, 실제로 음식이 생산되고 서비스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노동의 대가 부분은 종종 빠져 있는 경우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그에 대한 적절한 댓가가 지불된 이후에 웃음과 친절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밤중/저도 외국의 팁 문화가 좋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실 한국의 식당 서비스는 제가 볼 때 세계 최고입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1인당 100불 정도 내야 하는 식당에서는 극강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원 전후하는 음식을 파는 식당의 서비스는 제가 볼 때 한국이 최고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 Emu/팁이 없는 문화에서도 비합리적인 요소가 많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지금 제기하신 문제에 이런 식으로 답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가서 음식을 여러 개 시키면 당연히 웨이터는 더 많은 그릇을 날라야 하고 더 많은 심부름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당연히 더 많이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지요. 물론 한 사람이 가서 10불짜리를 먹으나 15불짜리를 먹으나 받는 서비스는 비슷하지만 돈은 더 내야 하는건 당연히 부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그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여기의 기본 팁은 15퍼센트이지만 단체 손님이 오면 (보통 8-12명 이상), 15퍼센트 혹은 그 이상의 팁이 의무적으로 부과되는 식당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10불짜리 음식과 50불짜리 음식에 대해 팁이 차이가 나는건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10불짜리 식당에서 받는 서비스의 질과 50불짜리 식당에서 받는 서비스의 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50불짜리 음식을 먹고 (그 가격에는 당연히 더 비싼 주방장의 임금도 반영되어 있을 것입니다.) 내는 팁에는 보다 훈련받고 친절하고 자주 들리는 웨이터의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가격이라면 당연히 테이블 세팅도 훨씬 복잡해 지기 때문에 더 비싼 팁에는 늘어난 노동력에 대한 비용+추가되는 훈련된 서비스(더 많은 친절이 포함된)가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 친절도 노동입니다.

      말씀대로 친절하지 않아도 일정부분의 팁은 지불하지만 친절하고 마음에 드는 서비스를 해주면 팁을 더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죠. 그런 게 '문화' 죠. 법이 아니라.
    • 일단 무례한 종업원의 반대가 친절하고 웃어주는 종업원은 아니죠;; 그냥 무례하지 않는 종업원일 뿐.
      한편, 저도 한국의 서비스업종의 과잉친절과 진상손님의 폐단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과잉친절은 아마도 서비스업종의 과열경쟁 탓이 클테고 진상손님의 문제는 꽤 복합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래전의 양반상놈 찾던 문화로부터 연원을 찾을 수도 있지만 어디 계급사회를 거치지 않았던 나라가 있었느냐? 라는 의문을 갖어보면 그게 근본이유는 아닌거 같아요. 무언가 이 한국사회가 평등이라던지 인권이라던지 따위에 전반적으로 무감한 경향이 골수에 박힌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군대문화, 돈이면 장땡, 힘센놈이 짱, 정의는 개뿔, 줘패며 처 맞으며 자란 성장배경 등등
    • mad hatter/예 친절도 노동입니다. 그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지요. 그러니까 우선은 우리에게 제공되는 기본적 노동에 대한 인식을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많은 분들이 밥가격=밥원가+이윤+생산비용+노동+친절이 모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지금 현재의 한국의 물가에 비해 싼 외식 가격은 기껏해야 밥가격=밥원가+이윤+생산비용+노동만 들어있고, 그나마 노동 부분은 저평가가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친절이라는 부분은 더욱 더 인정을 해주고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밥을 만들어내고 자기가 먹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해주는 노동이라는 부분을 간과하기 때문에 식당 종업원들에게 자기가 지불하는 것 이상의 어떤 것들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게 제가 저 위의 글을 쓴 이유입니다.
    • soboo/ 한국의 진상손님 문제는 일단 '육체 노동 천시'에 그 원을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미국식 자본주의와 맞물리면서 기이한 문화를 만들어 낸 거죠. 자본이 있는 사람이 최고고 자본이 없으면 노동을 파는 것이라는..
      이게 6~70년대 까지만 해도 물건을 갖고 있는 사람 - 즉, 가게 주인 - 이 손님보다 우위에 있었는데 이젠 자본이 우위에 가면서 물건을 갖고 있는 건 자기 소유가 아니라 단지 유통 개념이 되고 서비스 업종은 노동력을 파는 것이 되니까 상황이 역전되면서 경제 성장기에 값싼 노동력을 집중 투여해서 단기 성과를 이루는 게 버릇화 되다 보니 노동력 천시가 아예 뿌리 박힌 거죠.
    • 근데 문득 또 궁금한 것이, 전에 한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한국에서) 카드 계산서에 "봉사료" 라는 명목으로 돈이 추가되어 있었습니다. 이 경우에 "봉사료"로 걷어간 돈은 사장이 못 가지고 종업원이 가지게 될까요?
    • 공정한 관점이네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걸 자꾸 까먹는 사람들이 있는듯.
    • 오천원짜리 밥을 서빙하는 이에게 750원이 떨어지지 않는데, 그 이상 친절을 강요하는 곳.<br /><br />

      전 그래서 친절을 바라지 않아요.<br /><br />

    • DH/ 원래는 카드전표에 찍힌 '봉사료'는 종업원에게 주는 것이 맞지만, 실제로는 '봉사료'로 찍힌 만큼 비용처리만 하고 (탈세 목적) 실제로는 종업원에게는 정해진 급여만 주는 것이 관례(?)죠.
    • 제가 낸 음식값에는 종업원들의 인건비와, 서빙의 제반 교육에 대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나요?
    • todos/ 인건비는 모르겠으나 '서빙의 제반 교육'이란 건 굉장히 천차만별의 기준을 갖고 있을텐데 그걸 어떻게 정량화 하느냐가 문제죠. 안친절한 서빙에 대한 교육 비용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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