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지 않는 것과 싫어하는 것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배가 고플 때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있다면 그래도 먹겠죠.

하지만 싫어하는 음식이라면 배가 더 고파질 때까지 다른 게 없나 찾아볼 것 같아요.

 

사람이 대상이라면 어떻게 다를까요.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저 무관심하고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대놓고 적의를 표현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요?

 

얼마 전까지 제가 어떤 사람을 그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좋아하지 않는 정도라면 출근길에 그 사람이 앞에서 걸어가는 걸 봤을 때 지각할 위험을 무릅쓰고 그 사람보다 천천히 걷지는 않겠죠.

불편해서 그렇다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해 왔지만 사실은 그 사람과 마주치는 게 싫었던 거예요.

하지만 싫어한다가 아닌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했던 건 누군가를 싫어하는 속 좁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였나 봐요.

게다가 한동안 그 사람과 밀접한 관계였으니-일적으로- 스스로에게 싫어하지 않는다고 최면을 걸 필요도 있었을 테고요.

 

그 사람을 싫어한다고 스스로 인정했지만 표면상으로 크게 달라진 것 없네요.

누군가를 싫어하는 제 자신이 그렇게 속 좁게 느껴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딱히 그 사람에게 적의를 드러내지도 않으니까요.

출근길에 사람들에게 부대끼는 게 싫어서 10분 정도 일찍 나오는데 덕분에 출근길에 그 사람을 만나는 일이 없어졌으니 일부러 피할 일도 없고요.

 

어렸을 때야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싫다는 의사를 표출했지만

이젠 좋은 게 좋다는 태도로 지내니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을 대할 때 표면적으로는 별로 차이가 없네요.

    • 좋아하지않는것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지만 싫어하는 것에는 특정 이유가 있어요
    • 단어로 표현하니 명확하게 다른 색인듯 하지만 실상은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옅어져 감과 비슷하겠죠.
      아마 그 분이 옅다고 느꼈지만 예상외로 더 검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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