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힘든 것이 아니에요" 라는 말.

“당신만 힘든 것이 아니에요” 삶의 힘겨움을 토로하는 저에게 때론 질책으로 때론 위로의 말로 가장 흔하게 듣게 되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듣는 순간에는 그 피상적인 느낌에 “당신은 제가 얼마나 힘든지 알지 못해요!”라고 쏘아 부치거나 체념의 끄덕임으로 의미 없어 보이는 대화를 서둘러 끝내고자 합니다. 그리고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의 벽이 두터운 것을 새삼스레 확인한 채 스스로의 고통에 익숙해지도록 자신을 무던하게 담금질 하는 방법을 강구할 테지요. 하지만 저 또한 무심결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와중에 “당신만 힘든 것이 아니에요”라는 말을 내뱉고는 합니다. 타인의 힘든 삶의 단면이 애써 방기해 두었던 제 자신의 초라함과 불안의 기억을 상기시켜 제 자신을 아프게 하기 때문입니다. 전 이제 어른의 시간을 살아 왔건만 살아가는 이유를 여전히 찾지 못했고 단지 견디어 내는 순간만을 알고 있기에 다른 사람에게 더 좋은 현명한 위로가 될 수 있는 대답을 찾지 못한 채 얕은 공감만을 내뱉곤 합니다.

 

 자신의 삶의 무거움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할 수 있는 것일까요? 살면서 수많은 크고 작은 불합리와 화가 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됩니다. 어떤 불합리는 나 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짐이 되기에 같이 힘을 내어 극복해야 할 때도 있지만 어떤 불합리는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되돌아오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모든 짐을 선택할 수가 없기에 어떤 짐은 체념으로 짊어 지고 어떤 짐은 힘들어서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이는 이것을 이해해 주기 보다 이런 약함과 비겁함에 대한 질책을 먼저 말하기 쉽습니다. 특히나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일수록 함께 짊어야 할 짐을 나누고 있기에 내가 포기하고자 하는 짐의 무게만큼 그 사람이 짊어질 수 있기에 쉽게 이해와 공감을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나의 고민을 쉽게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란 나의 짐을 가벼이 여긴 어리석은 사람이거나 타인의 짐조차 의연히 짊어지는 강인한 사람이거나 나를 정말로 생각하는 사랑하는 사람이겠지요. 하지만 어떤 경우든 자신이 힘겨울수록 짐을 타인에게 무작정 위탁하는 순간 그 서로의 무게가 더해져 모두의 삶을 내려앉게 하는 추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서로에게 충전이 될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은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닙니다. 물론 주위의 평범한 많은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우애라는 호칭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를 형성하고는 합니다. 이런 삶의 에너지를 공유하는 사람은 외로움의 결핍을, 낯설은 두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쉽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연애를 해봐요.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될 테니”, “사람을 믿길 바라요. 희망은 언제나 곁에 있는 거니까”라고 밝은 미소로 타인의 상처를 섣불리 어루만지려고 하는 경우 그 찌릿한 전류가 더욱 상처를 저릿하게 하여 아픔을 더욱 크게 하는 어리석은 호의가 되곤 합니다. 어떤 연애는 자신의 충만하게 하기는커녕 자신을 방전하게 하고 어떤 믿음은 긍정적 에너지의 순환이 아니라 기만과 배신이라는 부정적 에너지의 순환으로 되돌아 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일수록 하나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관계란 매우 짧고 어려운 특별한 순간임을 행복한 사람은 쉽게 잊나 봅니다.


 하물며 어떤 사람은 거짓과 유혹으로 자신의 삶과 타인의 관계를 부풀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올가미처럼 타인을 끌어들인 후 거머리처럼 타인에게 주어져야 할 작은 행복을 빨아들여 그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타인의 행복을 빨아들인다는 것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달콤한 믿음으로 기만하고 때론 그들과의 관계에서 유착된 관계가 크기에 자신과 떨어질 경우 그 상처가 매우 보기 흉할 거라고 협박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숙주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은 힘겨운 관계일수록 두려움과 보상에 대한 갈망은 커질 따름이라서 어리석은 관계를 개선해 보려 노력하곤 하지만 타인의 행복을 쉽게 앗아오는 사람은 타인의 행복을 쉽게 되돌려 주지는 못합니다 머지 않아 더 큰 상처와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억지로 관계를 단절한 후에 그 사람에 대한 긍정이 자신의 부박한 기대였음을 회환으로만 토로할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고민이 어렵고 무거운 것만은 아닙니다. 타인의 삶으로부터 기만 당하기 쉬운 것 이상으로 스스로의 삶에 기만 당하기란 더욱 쉬운 것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하염없이 커져 버려 두려워진 자신의 고민이 다른 누군가가 지적해준 작은 바늘 같은 따끔함만으로도 마치 풍선처럼 펑 터져 해소된 버리는 것도 간혹 있는 일이라서 어리석음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몸 둘 바를 모를 기억 또한 갖게 됩니다. 이런 부끄러움 때문에 이런 자신의 고민의 이유를 삶에서 쉽게 망각하려고 하지만 부끄러움 조차 잊혀지는 순간 그 어리석은 고민은 다른 풍선의 모습으로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꽉 메우는 고민이 될 테지요.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어리석음과 부끄러움을 더욱 자신의 경험으로 담아두고 있나 봅니다.

 

 타인의 삶의 단면에서 제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거울 조각을 발견하게 됩니다. 타인의 고민은 저의 과거의 회오일 수도 있고 작금의 불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토로하는 자리는 언제나 허울 뿐인 답만을 내린 채 가벼운 농담과 취기로 서로의 고민을 잊으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투정처럼 가벼운 고민에서부터 삶의 기로에서 선택해야 할 무거운 고민까지 경중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삶은 중력처럼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무거움을 항상 저에게 상기시킬 것이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힘겨울 수 밖에 없는 삶의 무게가 있기에 시간이라는 대지 위에서 기억과 꿈의 자취를 남길 수 있는 것 또한 알게 되겠지요. 그러기에 외로울 수 밖에 없는 혼자만의 여행을 하더라도 사람이 지나가던 길 위에 따를 수 밖에 없기에 알 수 없는 두려움 대신에 무거운 삶을 살아온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전 저의 어수룩함을 알고 있기에 아마 제가 위로의 뜻을 표할 수 있는 사람이란 결국 위로의 말이 필요없는 사람에게만 전달될 따름이지만 "당신만 힘든 것이 아니에요"라는 무겁지만 얕은 공감 대신 삶의 무게에 주저 앉아 먼지 투성이가 되더라도 서로의 옷깃을 툭툭 털어줄 수 있는 가볍지만 짙은 태도가 함께 하길 바라곤 합니다.  그것이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한 채 견디어 내는 순간만을 알고 있는 사람의 삶의 방법중 하나가 될 테지요.  : )

    • 정말 그래요
      내가 누군가가 될 수 없고 누군가 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그 간격만큼
      온전한 위로라는 건 없지만요 그래도
    • 으. 댓글을 달고 싶은 말은 많은데... 지금 나가야 해서 스크랩해 두고 읽어야겠어요.
    • 너만힘든게 아닌란말은 누구나할수있죠

      진정 아끼고 소중한 사람의 아픔을 위로하고싶을땐 공감해주고 옆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죠.

      그 떠난다는게 심적인것을말해요

      이미 세상에서 몰아부침당하고온사람을 더 몰아세우는건 좋지않죠..



      아픔이 왔을때 상대와 같이 아파해준다는건 걱정을해주는게 아니라



      방황하고 아픈모습도 인내하고 옆에있어주느냐의 문제죠.
    • 정신과 의사가 쓴 상담 책에서 이런 사례를 봤어요.

      아이를 낳은지 얼마 안 되서 아이가 죽고 슬픔에 빠진 엄마가 여러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들어도 마음을 달랠 수 없었지만
      '그 아이의 이름은 뭐였나'며 물었던 의사의 말에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털어놓았대요.
      아이의 죽음을 잊으라는 말만 들었지 그 아이의 이름을 물어봐준 사람은 여지껏 없었다구요.

      전 위로의 재능을 참 갖지만 넉넉하지 못한 그릇의 한계로 상투적인 말만 하게 되는데
      아이의 이름을 물었던 의사처럼 상처받은 사람의 눈높이에서,
      잘잘못과 옳고 그름과 조언을 떠나서 상처받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지점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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