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성 '최고의 사랑' 잡담

결국 끝까지 재밌게 봐 놓고 이런 얘길 하자니 좀 그렇기도 하지만.

매우 흔한 표현으로 '이건 포르노잖아ㅋ' 라면서 봤습니다. ^^;

인과 관계야 어떠하리, 인물의 감정선이야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달달하면 그만이지. 와방 달달한 거 배 터지게 보여주면 그만이지. 라고 중얼거리며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홍자매의 모습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었달까요.


이 작가들의 드라마를 많이 본 건 아닙니다. 제대로 끝까지 본 건 끽해야 '환상의 커플'과 '미남이시네요' 이렇게 딱 둘 뿐이었습니다만. '환상의 커플'에서 철수와 상실 커플 + 빌리, 꽃다발 등등이 아웅다웅거리면서 물고 물리는 전개에는 이야기 내부에서의 논리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심지어 10대 여학생들 취향의 순정 만화를 별다른 고민도 없이 그대로 실사로 옮겨 버린 듯 했던 '미남이시네요'도 이 드라마만큼 지 편할 대로 대충 막 흘러가 버리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이 드라마는 정말 말이 안 되는, 혹은 설득력이 없거나 급작스러운 전개들을 하나하나 예를 들며 이야기하는 게 전혀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막 굴러갔습니다. 심지어 저는 지금도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의 그 어떤 사랑의 감정도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차승원이 공효진을 좋아하는 건 시작 부분에서나마 '심장 수술 음악 때문입니다.' 라는 비현실적인 이유라도 하나 있긴 했네요. 하지만 필주는 왜 구애정을 '그토록' 좋아하는지, 세리는 뭣 때문에 저렇게 자존심 다 내팽개쳐가면서 필주를 좋아하는지... 아, 뭐 됐습니다. 따지는 게 구차해요(...) 


어쨌거나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개그는 매우 타율이 높고. 또 예의 그 '달달한 장면'들 역시 참 잘 먹혔습니다. 다른 건 다 무시하더라도 이런 방면에 있어 홍자매의 공력을 따라갈 작가는 지금 한국에 그리 많지 않아 보여요. 이 분들은 자신들에게 자신 있는 것에 역량을 집중했을 뿐이죠.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말 하지만 저도 결국 재밌게 잘 봤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이 배우들의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

일단 홍자매가 언제나 가장 정성을 들여 그리는 '성질 캐 더러운 미남자' 역을 예상 외로(?) 차승원이 잘 소화해 낸 게 크긴 하겠죠. 정말 완전히 온 몸을 내던지더라구요. (특히 오늘 마지막회의 '독고진 영상' 상상 장면은 정말...;;) 따지고 보면 그간 자주 해 왔던 허당 개그 캐릭터 연기의 변주에다가 정극 스타일을 상황따라 대충 짬뽕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잘 어울렸고 재밌었으며 스타로서의 아우라도 적절하게 갖춘 배우여서 가끔 무게 잡을 때도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원래 계획대로(?) 이승기가 했더라면... 같은 건 상상도 하기 싫군요. 일단 최소한 저는 안 봤을 겁니다.


그리고 뭣보다도 중요한 건 공효진의 연기. 사실 어제 티비쑈 고백 장면 같은 건 애초에 철저하게 예상이 가능한 부분이었고, 장면 연출이나 차승원의 연기도 그냥 그렇게 전형적으로 예상 가능한 범주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게다가 너무 심하게 비현실적이고 대놓고 판타지잖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에서 어떤 울림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던 건 100% 티비 화면 맞은편에서 보여졌던 공효진의 리액션 연기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기 도중에 가끔씩 데뷔 초기 못난이(?) 시절의 얼굴이 드러날 때마다 묘한 진정성 같은 게 느껴져서 좋아요 이 배우는. 다들 칭찬하는 기럭지야 덤... 이라고 하긴 좀 그렇겠죠? 어쨌거나 이 배우의 경력 초기엔 생존 수단이었으니까 말입니다. ^^;


그 외엔 별로 할 얘기가 없네요;


결론은 뭐. 암튼 참 이상한 작가들이고 괴상한 드라마였습니다.

앞 뒤 안 맞고 떡밥인 줄 알았던 건 그냥 상실되고 기본 설정이나 인물 관계 같은 건 작가가 필요할 때는 부각됐다가 그 장면 지나가면 바로 사라지고. '이거시 한국 드라마 오.에스.티다!' 라고 외치는 듯한 주제가는 한 시간 내내 울려 퍼지는 데다가 PPL은 파렴치함에 가까울 정도로 집요하고도 노골적으로 도배되는데, 그 와중에도 웃길 건 웃기고 달달해야할 땐 달달해줘서 욕을 하려다가도 까먹고 그냥 보게 되고. 결국 다 보고 나니 정말 어이 없을 정도로 구멍이 숭숭 뚫린 작품인데 그래도 왠지 밉지는 않은. 

사실 제가 좋아할 수 있는 타잎의 작가는 분명 아니고 돈 주고 디비디를 사서 소장하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들도 아니긴 하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막 나가는(?) 전문 작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건 어떻게 생각해 봐도 좋은 일이니까요. 일단은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 봅니다.



ps.

정용화는 저번 작품에서 맺힌 한을 이번 작품으로 푸네요.

근데... 근데... 예고편, 이건 좀 심하잖아!!;;;

    • 아무리 생각해도 홍자매 드라마는 배우빨(?)을 너무 받는거 같아요.
      미남이시네요와 구미호는 장근석과 이승기의 오글거리고 어색한 연기 때문에
      도저히 1회 이상은 안넘어가서 볼려다 포기했지만 최고의 사랑은 어쩌다 몇회 빼먹기는 했지만 재밌게 봤거든요.
      차승원이 독고진 캐릭터를 어색하지않게 맛나게 잘 살린거 같아요 공효진도 그렇고요.
    • 공효진 리액션 공감합니다. 뻔한 얘긴데도 짠할 수 있었던 건 공효진의 그런 연기가 있었기 때문이겠죠.
      차승원도 좋았고, 윤계상도 좋았고, 유인나가 좀 겉돌긴 했지만 캐릭터들이 빛났던 드라마였어요.
    • 동감해요. 독고진이나 윤필주나 구애정에게 '그 정도로' 빠지게 되는 계기가 설득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 바다참치/ 네, 배우들 덕을 많이 본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장근석은 연이어 썼던 걸 보면 홍자매 입장에선 장근석은 맘에 들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푸른새벽/ 공효진은 정말 이 드라마의 구원이었죠. 유인나는 일단 캐릭터 자체가 너무 쩌리-_-여서... 좀 아깝기도 합니다. 너무 못 되지 않고 좀 상큼한 능구렁이(?) 정도로 살려줬음 어땠을까 싶은데. 뭐 워낙 작가 스타일이 서브는 안 챙기는 것인지라.

      nutshell/ 특히 윤필주는 '도대체 왜!!!?' 라는 생각을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냥 흑기사 캐릭터니까 그러려니 해' 라는 듯한 느낌. -_-; 독고진도 심장 박동기 고장 이벤트로 인해 맘이 바뀔 줄 알았는데 그런 것 없었고. 따지고 보면 정말 이상한 드라마죠 이거. ^^;
    • 저는 맥락없이 구애정에게 빠지는 남자들이 이상하지 않았어요... 구애정은 너무 사랑스러운걸요! 어제 맛장금 옷입고 "네 제 애인이 저 남자에요" 할때 너무 예쁘지 않던가요! 전 여잔데도 거의 반할지경이에요.
      정말 보고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허술하고 뻔뻔하고 유치한 내용인데 볼때는 엄마미소 가득 품고 보게되는 신기한 드라마였어요.
      덕분에 몇 달 동안 수목요일이 참 즐거웠어요.
    • 차승원의 현실 마나님이 이 마지막회를 다시 볼 때마다 어떤 심정이 들런지 걱정되더군요.
      남편이 밖에 나가서 잘나가는 여배우와 온갖 조명 다 켜놓고 저렇게 알콩달콩 지분거리면서 돈을 벌어 온다니... 배우의 아내는 별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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