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물건 오래 쓰세요?

 

 

게시판이 개고기 합법화 문제로 후끈하지만. 아랑곳 않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전 좀 오래 쓰는 편입니다.

물건과 의도치 않은 정을 쌓을 만큼 오래요.

그래서 새로운 물건으로 바꿀 시기를 놓칠 만큼.

 

지금 연습장에 샤프로 계획을 정리하다가 새삼 깨달은 건데, 이 샤프랑 저랑 십년이에요. 만으로 십년.

참 징한 것 같아요. 십년 동안 어떻게 잃어버리지도 않고 사용한 걸까요.

이 샤프라 하면. 큰 삼촌이였나? 여튼 친척 어른이 해외 출장 갔다가 사오신 파카 샤프예요.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엔 학생에게 줄 해외 여행 선물로 만만한 게 파카 샤프였던 것 같아요. (아니면 초콜렛)

종종 쓰는 애들이 있긴 했는데, 제 돈 주고 이 샤프를 사서 쓰던 앤 못 본 것 같거든요.

펜대가 흔들리지 않아서 글씨 쓰는 데 좋기도 하고, 쬐끔 간지도 나지만. 이 정도 장점 때문에 사기엔 고가인 문구류니까요. 몇천원 대에서도 좋은 샤프가 많기도 했고.

중요한 필기는 펜으로 했지만, 마구 문제를 풀거나 정리를 할 땐 이 샤프를 썼어요. 물론 지금도.

제 손가락에 박힌 못의 8할은 이 샤프가 만들었겠네요.

소중해서 곱게 다루다 보니 잃어버리지 않은 건지, 아니면 잃어버리지 않아서 오래 쓰다 보니 소중하게 된 건지.

선후 관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여튼 지금은 참 소중한 물건이 되었어요.

어릴 땐 펜 꽁다리 물어 뜯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 샤프 뒷꽁무니에도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네요.

또, 이 샤프는 중요한 시험 볼 때에도 늘 동행했죠.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라곤 몇 가지 시험 정도밖에 없었기에, 저에겐 꽤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수능샤프를 받아 쓰던 세대였는데요. 규정에 맞지 않는 샤프를 쓰면 부정행위로 간주한다고 그래서 수능샤프를 썼었거든요.

왠지 모르게 첫해는 그닥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얻었었죠 -_-...

사실 규정에 어긋나는 필기구를 쓴다고 해서 감독관들이 트집 잡진 않잖아요. 학생들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시험인지를 아니까.

나름 경험자라고 배포 있게 두번째엔 제 샤프를 썼었는데. 평소 실력만큼 쳤더랬습니다.

고작 샤프 하나 때문에 잘 나올 점수가 안 나오진 않았겠지만, 허허.

최근엔 준비하던 시험에도 동행 했었죠.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내년에도 고사장에 함께 갈 것 같아요.

지금도 공부할 계획을 이 샤프로 짜고 있구요.

캬아. 시작이자 끝이나 다름 없군요.

그 사이에 잃어버리게 된다면, 엄청난 상실감이 들겠지요.

    • 저도 물건을 참 오래써요...
      이유는 게을러서 그런겁니다.
    • 음 저는 필통을 한 15년 정도
      옷은 20년 된 옷도 지금까지 입고 있어요.
    • 고딩때 입었던 옷 아직도 몇 벌 있습니다
      (물건 오래 쓴다는 자랑과 몸매가 크게 망가지진 않았다는 자랑을 동시에!!! ㅋㅋㅋ)
    • 어릴 땐 새것이 좋아서 이것저것 많이 사댔는데 나이가 들고 외로움을 알게되니 물건에도 정이 들어서 오래 씁니다ㅋㅋㅋㅠ
    • 자두맛사탕/ 저도 게으른 걸까요. 게으르다 보니 잃어버릴만큼 뽈뽈대지도 않았다? ㅋㅋ
      늦달/ 필통 15년이 더 대단한 걸요. 옷 20년은, 밑의 루이스님처럼 20년 동안 몸이 그대로라는 자랑을 함축하네요.
      루이스/ 전 못 입습니다. ㅠㅠ. 고딩 때 입던 옷은 아니고, 대학 신입생 때 입던 옷이 꽉 껴요.
    • dewy님 / 아니 제 고딩 시절이 20년 전이라고 어떻게 확신하시나요? -_- 누님(혹은 형님)! 저 올해 성년의 날에 향수 선물받은, 이제 막 민증 코팅지 붙기 시작한 꽃띠인걸요 ㅋㅋ
    • 밤꾀꼬리/ 저 같은 경우엔 이 정이 쓸데없는 경우가 있어서 물건을 제 때 바꾸질 못하게 되지요. 비슷한 이유로 엠피3을 7년동안 쓰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폰이 있긴 하지만 데헷.
      루이스/ 아앜ㅋㅋㅋㅋ 죄송해요. 늦달님이랑 엉켜버렸어요 ㅋㅋㅋㅋ 꽃띠 아우님이셨군요!!
    • 여기서 내가 나이 밝히고 물건 연식 밝히면 갑 먹을듯
    • 더플코트 학생때 샀습니다. 18년 정도 되어가네요..... 나머지는 오래 쓰고자하나 잘 잃어버립니다.
    • 애착이 생기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써요. 어떤 옷들은 구멍날 때마다 계속 수선해서 입는다고 성철스님이라는 소리도 들었어요.
      저는 물건을 살 때 오래 쓸걸 염두에 두니까 그런것 같아요. 가격이 조금 있더라도 안 질리고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게 좋아요.
      어떤 사람들은 옷을 일회용품처럼 생각하고 사더라구요. 싸구려 물건을 많이 사고, 자주 버리는 건 환경에도 좋지 않다고 들었어요.
    • 수능샤프란 것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설마 싶어서 검색까지 해봤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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