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은 필요 이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는 정당한 부분 이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몇 가지 지적할 만한 것을 말해 보지요.

 

 

1. 인맥으로 선수를 선발한다.

 

이것만큼 결과론적인 얘기가 없는데요. 일단 허정무 감독은 연세대 출신인데 축협은 고대라인이 강합니다.

친축협 인사라는 얘길 듣긴 하지만 딱히 학맥으로 뽑힌 건 아니고, 학맥으로 선수를 선발하지도 않습니다.

이번 대표에 연대출신은 한 사람도 없고, 사실 고대출신조차 박주영, 차두리 말고 없습니다. (근데 차두리보고 고대라인 인맥 선발이란 얘긴 안 하죠)

 

이 인맥드립이 웃긴 게 어떤 선수가 까일 때쯤에 나오다가, 그 선수가 괜찮아지면 쑥들어가는 경향이 있지요.

예를 들어 보면 조용형이 선발되었을 때, 정해성 감독 제주지휘시절 수비수라고 인맥으로 까이다가, 수비가 안정되니까 쑥 들어갔지요.

이승렬은 허정무 감독이 만든 용인FC 출신이라고 까이다가, 조커로 잘 하니까 쑥 들어가고 그러죠.

기성용이야말로 유명 기영옥씨 아들인데.. (근데 인맥의 인자도 안 나오죠)

 

어떤 선수가 못해 보인다 싶으면 그때서야 인맥을 주섬주섬 꺼내 들더군요. 그냥 결과론 아닙니까?

 

사실 이번 대표팀이야말로 인맥에서 가장 자유로운 선발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의 이야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허정무는 명지대 박지성을 급발탁하고 데려갔습니다.

근데 결국 탈락하고 박지성은 그 비난의 중심이 됐습니다.

그 때 나온 얘기가 '명지대 김희태 감독이랑 바둑두다가 뽑은 박지성'이란 인맥얘기가....

 

 

 

2. 선수가 다 한거고 감독은 선수빨을 얻은 것 뿐이다.

 

단적으로 비교해 보죠. 한국보다 훨씬 우수한 선수자원을 가진 프랑스의 도메네끄이나 이탈리아의 리피는 왜 조 꼴지를 했을까요?

아무리 이 나라 선수들이 막장막장 됐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과 일대일로 비교했을 때 최소한 열등한 선수가 있기는 할까요?

 

감독이 하는 일이 전술짜는 일이 다가 아닙니다. 이건 FM이 아니거든요.

기본적으로 적절한 선수들을 갖다 박아놓고 전체적인 그림을 짜는 것. 그냥 두면 모래알이 될 선수들을 '팀'으로 짜는 것.

그것이 감독의 일입니다. 특히 모여서 훈련하는 시간이 부족한 국가대표에선 그런 감독의 역할이 두드러지지지요.

 

한국에서 이례적으로 이운재, 이영표, 안정환 등의 노장들을 제끼고 박지성을 주장으로 세워 그를 중심으로 하는 '팀'을 지어낸 것.

그것이 감독의 역할이고, 허정무는 그 역할을 평균 이상으로 해 냈습니다.

 

 

 

3. 무전술 감독인가?

 

많은 분들이  안정 지향, 새가슴을 비판하는데, 이것은 '무전술'은 아니죠. 그의 전술 컨셉일 뿐.

 

예를 들어 그리스전은 미들막장축구를 구현해서 그리스에게 뻥축구를 유도시킨 후 셋피스나 압박 후의 역습으로 느린 공격수들을 밀어낸다는 분명한 전술적 컨셉이 있었죠.

또한 아르헨티나전. 선수비 후역습의 계획은 잘 짰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자책골이 너무 일찍 터진 점이 운이 없었지요. 거기서 계획이 다 어그러졌으니까요 ㅡ.ㅡ;

(+ 후반 초반 역습시의 노골과 그 바로 이후에 터진 아르헨티나의 오프사이드 골..)

나이지리아 전 또한 체력적으로 지친 염기훈 때문에 미들이 불안정해진 것을 김남일로 잘 커버했지요. 근데 그런 PK를 준 것 또한 불운이었지만...

 

물론 교체 타이밍에 대한 불만이나 처음 계획에서 어그러졌을 때의 대처는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는 것을 이해합니다만, (근데 그 불만 지점도 팬들마다 갈려서 좀..)

결국 허감독은 조별리그에서 평타 이상을 해 내었고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만족할 결과를 내었습니다.

 

성적에 대해 '운이 너무 따랐다'라는 평가들도 많지만 실제로 보면 위에서 말한 대로 운을 상쇄하는 만큼의 불운 또한 많았구요,

그것을 이겨낸 것을 허정무 감독 이하 대표팀 전체의 공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선수빨만으로 일정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은 단연코 '없습니다.'

 그렇게 비난하기엔 도메네끄나 리피가 너무 불쌍하지 않습니까 ㅋㅋㅋㅋ

 

 

 

+ + +

 

감독 선발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

월드컵 전체를 통틀어서 감독의 선택이나 플레이면에서 저 또한 아쉬운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팀을 맡을 당시 '아시아 예선 통과도 어렵지 않겠냐'라는 평가를 듣던 팀을 데리고

이란-사우디-북한-UAE의 어려운 팀으로 이루어진 최종예선 A조를 1위로 무난하게 뚫었고,

원정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16강이란 성과를 냈습니다.

 

히딩크 이후 국내감독들에 대한 색안경이 많다 보니, 허정무호에 대해 특히 '잘하면 선수덕 못하면 감독탓'하는 분위기가 좀 심해졌는데,

일단 어려운 상황에서 목표로 한 결과를 낸 그를 인정하고 나서 아쉬운 점에 대해 말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인맥같은 근거가 적은 비난은 좀 자제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동국 선발도 이회택 조카라서 뽑힌거라고 까던데..

염기훈 선수가 부모님 농사 지어서 인맥이 없어서 천만다행이지요.. )

 

 

 

아무튼 결과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선수들 23인, 감독 포함 코칭스탭들을 모두 포함하는 이번 월드컵 국가대표의 플레이 하나 하나, 선전 하나 하나에 행복했습니다. 모두들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ps. 졸린 상황에서 퇴고 없이 글을 써서 좀 엉망입니다. 양해를 ㅡ.ㅡ;;;

    • 동감입니다. 물론 안정지향적인 전술을 선호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비난을 받는 듯해요.
      그리고 허정무 감독과 아울러 사실 염기훈도 과도하게 욕먹고 있다고 생각해요.
    •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인정해요. 그런데 감독 자신이 매를 번 감도 있어서 별로 나서서 옹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도 않는 케이스; 한마디로 그의 오랜 감독생활을 지켜보아온 축구팬들 사이에 이미 오랫동안 왕따, 찍힘 당했던 근거들이 죄다 뻥만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요 기사 한번 보시면 좋을듯.....
      http://sports.media.daum.net/cup2010/news/breaking/view.html?cateid=1172&newsid=20100627205107604&p=SpoHankook
      사실 체력전이 장기이고 중원의 압박이 팀 전술의 근간인 국대에서 허리진의 백업이 튼실하지 못했던 것은 치명적인 수준의 문제점이 아니어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거기서 허정무의 자기라인 선수를 집어 넣으려고 밸런스를 맞추지 못하였다면 그 부분만큼은 욕을 먹을 필요가 있는거 같아요. 거기에 안정환을 기용안한 근거라고 제시한 내용이 좀;;; 미들이나 수비수도 아니고 조커로 기용할 선수에 대해 저런 기준이 대체 멍미 -_-;;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안정환이 국대선발전까지 반년 이상 쉬거나 벤치워머였는줄 알거 같네요;; 젠장)
      다 떠나서 역적으로 몰아부치는 것도 넌센스이고 일부 네티즌의 광적인 비난에 공감 별로 못하면서도 별로 칭찬하거나 변호해줄만한 감독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냥 가루가 되도록 까지게 냅두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 저는 허정무가 지금보다 더 대차게 까여야 된다고 봅니다. 지금 까이는 건 아무것도 아니예요. 왜냐면 그렇게 까이고도 축협의 전적인 신뢰를 받고 있잖아요. 허정무의 전술에 대해서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는 얘기엔 공감합니다. 하지만 허정무는 단순한 시각 차이 이상으로 전술적인 문제가 있는 감독이죠. 나이지리아전에서 염기훈을 빼고 김남일을 투입한 것은 그저 공격-1 미들+1 이렇게 해서 잠그겠다는 그간의 허정무식 축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미들진의 체력 문제를 고려해 유기적인 미들 강화를 꾀했다면 단순한 공격-1이 아니라 원래부터 수비가 약한 기성용을 교체해주고 공격이 막히던 염기훈도 다른 공격진과 교체했어야 된다고 봅니다. 당시 우리팀에겐 어떻게든 골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허정무는 김남일 투입 후 2대2가 된 상황에서도 기성용이 다리에 쥐가 나 뛰지 못할 지경이 될 때서야 바꿔줬고 나머지 한 장은 인저리 타임에서 시간끌기용으로 썼습니다.

      어제 우루과이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를 쓰고 쫓아가야할 상황이지만 허정무는 세 장의 교체카드 중 이동국과 염기훈 투입. 그리고 한 장을 남겨뒀습니다. 팬들은 허정무가 한 장의 카드를 남겨둔 것은 2대2가 돼 승부차기를 할 시에 정성룡 대신 이운재를 투입시키기 위해서였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물론 허정무의 속마음까지 알 수는 없지만 승부차기에선 이운재를 투입시킬 것이란 예상이 경기전부터 나왔으니 무리한 추측은 아니라고 봅니다. 2대1로 뒤지고 있고 지면 그대로 끝인데도 그런 플레이를 하는 감독이 어딨습니까.
    • 선수빨만으로 일정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은 단연코 '없습니다.' - 맞습니다! (마라도나 왈)
    • 즐기는 축구를 한 것도 아니었고, 즐기는 축구경기 할 단기간의 월드컵시스템에도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월드컵역사에 외관적으로 하향변화는 아니었지만, 월드컵우승도 바라지도 않았지만, 아쉬움이 많이 없었으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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