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텍 나다의 마지막 날.

사실은 멜랑꼴리하고 꼰대돋는 90년대 시네필의 넊두리를 아주 기~일게 쓰고 싶었지만,

밤은 늦고 피곤하고 할 일은 많은지라 

그냥 대강 찍은 사진 두 장과 함께 간단한 말만 적습니다.








나다가 어제부로 문을 닫았습니다.

오늘 마지막 영화 상영 후 짧은 대화 시간.

한 관객분의 제안으로, 예전에 영화 상영전에 열어주던 그 커텐을 마지막으로 열었습니다.

커튼을 열면서 작별인사를 하다니, 아깐 미처 생각못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이러니컬한 장면이었군요.


수많은 단관 영화관들, 예술영화 전용관들이 문을 닫고 장소를 옮겨왔습니다만,

어쩐지 나다는 제게 동숭시네마텍 시절을 상기시켜주던 곳인지라, 기분이 좀 싱숭생숭합니다.


좀 이상하죠. 


분명 소격동 시절의 서울아트시네마는 

지금 허리우드의 서울아트시네마와 연결되는데,


제 머릿속에서 예전의 동숭시네마텍(그리고 영화 틀던 시절의 동숭아트홀)은 

씨네큐브나 아트하우스모모, 씨네코드 선재가 아닌

하이퍼텍 나다하고만 연결된단 말이에요.


아마도 어릴 때 가슴을 콩닥거리며 영화를 보러 왔던

대학로라는 공간과 동숭아트센터가 지닌 아우라 때문이겠죠.


나다를 한번 리뉴얼하면서 본래 있던 정문이 벽이 되어버리고

엉뚱한 비상구같은 철문이 출입문이 되면서

왠지 그 갑갑한 느낌에 나다를 잘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만,

그리고 나다의 특징인 "유명 인사가 써진 좌석"을 보면서

좋아하는 유명인사가 빠지고 거지깽깽이같은 작자들이 명단에 오를때마다 짜증을 내기도 하고,

언젠가 내가 아는 사람이나 나 자신의 이름이 적힌 의자도 이 자리에 낄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만...

이제는 다 현재가 아닌 과거가 되어버리는군요.


하여간 이렇게 또 하나의 영화관이 추억으로만 남아버리고,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바뀌어갑니다.


굿바이 하이퍼텍 나다.




    • 언젠가 함박눈이 펑펑 오던 날, 이 곳에서 창밖의 눈 쌓인 경치를 감상하며 지금까지도 제 인생에 베스트로 꼽히는 영화 한 편을 봤더랬죠.
      굿바이보다는 씨유어겐이라 하고 싶어요ㅠ
    • 전 소격동 시절 아트시네마와 현재 아트시네마도 잘 연결이 안 돼요.
      그 시절 하던 활동이 우연히 이전과 같은 시기에 단절된 것도 있지만
      화사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잃어버린 것 같아요.

      남은 큐브, 모모, 선재, 그리고 현재의 아트시네마라도 잘 챙겨야겠죠.
    • 신입생때 좋아하던 누나랑 있어보이려고 여기로 제목도 모르는 영화보러갔다가
      격렬한 정사씬때문에 서로 민망했던 기억이 있네요..
      아 ㅠㅠ 나다가 없어지다니 !! 여기서 영화보고 앞에서 순대국먹는 낙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 마지막 상영작은 어떤 작품이었나요?
    • 마지막 상영작은 "씨민과 나데르, 별거"였습니다.
      아직 정식 프린트가 없는 관계로 dvd 상영이더군요.
    • 다행히 전주에서 본 작품이네요. 알모도바르의 나쁜교육 볼때 기억이 있어요.
    • 학교 다닐 때 가끔 갔었는데, 아쉽네요. 에고.
    • 영화 보고 나다의 캔버스백과 알라마르 포스터, 우리학교 폰 스트랩도 받아왔지요. 손은 푸짐하지만 마음은 허전 ㅠㅠ
    • 당분간 닫는거지요? 진짜 끝난 줄 알고 깜짝 놀랐네요.
    • 그럼 이제 풍경이 있는 영화관은 사라지는 건가요..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도. 여러개의 추억이 막 뒤섞여 아쉽네요.
    • 자꾸 이별을 고하는 것이 쌓여가네요. 고마웠어요. 나다.
    • mithrandir/ 어제 오신 것 봤는데 인사를 못했네요. 저는 어제 캠코더를 들고 찍느라 바빴거든요. 정성일씨의 말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마음 속으로 다짐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찍어놓은 영상들을 가지고 그것이 비록 허접할지언정 반드시 영상물로 만들어야겠다구요. 카메라를 들고 장엄한 롱테이크 트래킹 샷으로 나다와 작별했어요. 돌아오기가 쉽지 않겠지만 나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듀, 하이퍼텍 나다. ㅠㅠ
    • 20대의 잊지못할 많은 영화들을 혼자 또는 같이 그곳에서 봤고 지난 1월, 2월 백수 기간동안 줄창 다닌 곳 중 하나에요.
      이럴 줄 알고 그렇게 갔었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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