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한국 남성이 성평등적 태도를 갖게 되는 건 무엇 덕분일까요?

 

아래 쿠쿠호랴님 글 읽으면서 꼬리를 잇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제목에 적은 것처럼, 성평등적 태도를 지닌 한국 남성은 그 태도를 주로 무엇으로부터 습득하게 되는 걸까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실제로 남성분들을 통해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어서 궁금해요.

성평등적 태도를 가진 채로 그렇지 않은 남성들과 섞여 사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는 얘기도 들어봤구요.

(이번 해병대 사건으로 드러난 사례 중 '성매매계'처럼 말이죠.)

 

성인이 된 후에 전반적으로 pc한 관점을 갖게 되는 경우들도 있겠지만,

특별히 어떤 관점이나 정치이론을 접하지 않았어도 자라면서 여성친화적이고 성평등적인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그게 가정환경 덕분이라면, 좀더 구체적으로 어머니와의 관계, 또 여자형제들과의 관계 등이 어땠는지도 궁금하고.

 

 

저는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에서는 남-녀 관계가 성별을 떠나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로 정착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여성이라고 하면 함부로 대하거나 아니면 내가 보호해줘야 하거나, 이런 식으로 양분된 시선이 아직 유지되는 듯.

그래서 어색해하지 않고 여성을 그냥 '여자 사람'으로 대하고 친구가 되는 남성들을 만나면 매우 반갑고 그렇습니다 ^^;;

 

제 주위엔 딱 한 명 있었는데 서로 바빠지면서 연락을 못 하고 지내는지 오래라 물어볼 수가 없네요.

사족인데, 그 친구 진짜 연애도 잘 했습니다ㅋㅋ 완전 인기 많았죠 :)

 

 

 

 

+ 쿠쿠호랴님 글 읽다가 든 생각.

한국의 남녀관계 및 성역할이 과도기인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여성들도 당당하게 평등을 주장하려면 경제적으로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태도를 버릴 필요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살기가 어려워지니까 다시 여성들 사이에서도 '남자 잘 만나 시집가는 걸로 팔자 피겠다' 류가 늘어나는 것 같더라구요.

뭐 연애할 때 남자가 내야 하고, 남자는 차가 있어야 하고, 집은 남자가 사 와야 하고, 이런 것들도 아직 강한 편인 것 같고.

계급 문제와 성역할 문제가 꼬이면서 서로 피해의식만 심화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 가난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예쁜 커플들이 늘어나면 좀 완화가 될까요? ㅎㅎ

 

 

    • 가정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어떻게 아들을 대했나 같은게 결국에는 관계에서 보이더라구요. 저 역시 충분히 그렇게 읽힐 거라고 봅니다.
    • 소소가가/ 음, 가령 '넌 남자니까 이래야 해/하지 말아야 해' 이런 태도가 아닌 양육방식이면 될까요? 아니면 만약 여자형제가 없다면, '여자친구랑은 이렇게 이렇게 지내렴' 이런 교육도 필요할까요? 아마도 부모님이 평등한 부부면 그걸 보고 배울 것도 같고. 역으로 안 평등하면 그게 안 좋아 보여서 난 그러지 말아야지 그럴 것도 같고. 제가 위에 사례로 든 친구는 외동아들이었어요. 아버지는 언뜻 느껴지기로는 과묵한 가부장이신 것 같았고.. 그래도 잘 컸더라구요ㅎㅎ
    • 집안에 여자가 정말 희귀하지만 어린나이에 독서를 통해서(...)
    • 불별/ 오오 독서라. 어떤 책들이요? 소개해주세요ㅎㅎ
    • 요거트/ 아, 중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그냥 '합리성'만 습득한다면 가능한 부분이 있겠네요. 상식이나 교양, 합리성의 습득 같은 지점에는 한국교육의 문제점도 한 영향 하겠어요. 그리고 여성과 어울릴 기회라는 말을 보니, 남중/남고, 여중/여고/여대의 단점이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에 어떤 책에서 성별로 분리된 학교의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다른 성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판국에 학업성취도 높은 게 더 중요한가 싶네요.
    • 여기서 말하는 이른바 성평등론적 태도가 여성을 함부로 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보호해주지도 않으려는 태도인가요??
    • 대충 몇 권이 있는것 같은데.. 그 중 한권은 무려 로버트 하인라인의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성화자의 입장에서 쓰인 책을 많이 보는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 제 주변의 경우, 매너가 좋거나 (이건 성평등적인 것과는 좀 다른거긴 한데 꼬여있지 않고 마음 씀씀이가 이쁜 거였어요) 차별의식 없는 친구가 있는데 전자의 경우는 아버지가 가부장적이지만 어머니에게 잘하시는 분이었어요. 후자의 경우는 아버지가 다정한 분이셨구요. 어머니도 누나나 여동생과 다르게 훈육하지 않았던 분위기였어요. 특별히 뭘 해줬다기 보단 집안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물론 다른 다양한 경우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 루크스/ 네, 거칠지만 대략 그런 태도죠. 그러니까 성별과 상관없이 상대의 본질을 나와 동등한 인간으로서 여긴다는 건데요. 설명이 뭔가 이상한가요?

      불별/ 아, 말씀을 듣고 보니, 린 헌트의 <인권의 발명>이란 책에서, 유럽에서 인권 개념이 형성되는데 '소설'의 발달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생각나네요. '소설'의 대중화를 통해서 처음으로 사람들이 소설 속 주인공, 즉 '타인'의 감정과 입장에 이입해서 느끼고 생각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분석하더라구요. 여성화자의 입장에서 쓰인 책! 이것도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로버트 하인라인은 제가 몰라서 검색해보니 SF작가네요! SF물들이 현실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이상적인 모습들이 그려지기 쉬운 측면이 있는 덕분일까요? 이 작가의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ㅎㅎ)
    • 소소가가/ 아, 어떤 건지 알 것 같아요. 소위 말하는 pc함을 알고 있지 않더라도 "꼬여있지 않고 마음 씀씀이가 이쁜" 것만으로도 너무나 훌륭할 때가 많죠.
    • 보호해주지 않는 태도를 함부로 여긴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 제 부족한 설명을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번째 친구는 저랑 아주 친하진 않아도 누가 소개팅 해달라고 할때 꼭 생각나요. 여자 일반에 대한 매너도 나쁘지 않지만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평범하면서도 착해요. 그렇다고 맹탕으로 사람만 좋은 것도 아니구요.ㅎㅎ 두번째 친구는 가끔 마음에 안맞는 구석도 있지만 저를 동등하게 봐주는 시선이 자연스러워요. 그래서 더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 로버트 하인라인은 사실 페미니즘과는 꽤나 먼 작가입니다; 오히려 남성 우월주의자에 가깝죠. 그런 사람의 책에서도 남녀평등적 요소를 발견해낸 제가 웃기다는 취지의 리플이었습니다;



      참고로, 페미니즘 SF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어슐러 르 귄의 <어둠의 왼손>을 읽어보세요 :)
    • 루크스/ 음. 이건 '보호'의 의미를 어떻게 한정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가령 '모성보호'같은 개념에서는 '보호'라는 말을 쓰죠. 임신과 출산, 양육 등의 활동에 대해 사회적 가치를 두는 것을 합의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여자가 '난 여자니까 난 보호받아야 해. 무거운 건 니가 들어.' 뭐 이런 식이면 이걸 성평등하다고 하지는 않죠. 마찬가지로 남자가 '여자는 남자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야. 남자 없이는 불완전해.'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역시 성평등하지 않고요. 현재 사회가 여성에게 좀 더 위험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성에 대한 보호가 필요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것을 절대화시키는 것을 '성평등'이라고 하지는 않아요. 페미니즘의 지향으로 놓고 본다면, 보호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되는 게 성평등한 사회이겠죠.

      소소가가/ 좋은 친구들을 두셨네요ㅎㅎ 그런 남성분들이 남성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또 주변에 좋은 모델이 되고 그럼 좋겠어요.

      불별/ 아하, 그렇군요. 그러고 보면, 인간은 어떤 소재에서도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해내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ㅎㅎ 어슐러 르 귄은 주변에서 워낙 추천을 많이 받아서 이름은 알고 있어요ㅋ 꼭 읽어보고 싶은데 제가 게으르네요. 이번 여름 피서는 르귄으로 해야겠어요!

      우아한유령/ 아.. 이건 성선설을 뒷받침하는 사례인가요ㅎㅎ 좋은 분과 같이 사시는 것 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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