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GV 저도 몇마디...

 

  금욜날 부천에서 심야를 보고 나서 서너시간을 자고 일어나... 코파에 전화를 때렸어요. 아무래도 작년 구로사와 아키라 특별전의 관객대란? 이 생각나서 표가 다 동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에 말입니다. 그런데 왠걸 넉넉하다는 말을 듣고는 출발했어요. 비때문인지 아니면 아무래도 구로사와같은 티켓파워는 아닌건지.... 

 

  저는 영화보다도 나카다이 타츠야씨를 직접 보고 싶어서 갔습니다. 작년에는 그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영상자료원에 갔다가 왠 신선같은 할배가 지나가길래 오호라 저양반 참~ 했다가 알

 고보니 저 사람이 그렇게 대단한 배우였구나...하고 알게되었거든요. 그 후에야 카게무샤,란,다이보사츠고개,요짐보.오키나와혈전,203고지 등등 같은 영화를 보고 나카다이 다츠야가 진짜

 일본영화의 최전성기에 맨 꼭대기에서 맹활약한 전설적인 배우구나 알게 되었죠....

 

   1.2부는 2주전에 보았고 어제 3,4,5,6부를 연달아 보는 강행군을 했는데 전날 심야를 봤고 잠을 서너시간밖에 못자서 카페인을 거의 들이 붓다시피 했습니다. 다행히 많이 졸지 않고 다 봤어요. 1,2,부에서 3부 정도 까지는 영화가 큰 극적인 흐름없이 주인공이 끊임없이 집단에 저항하고 다구리를 맞는 그런 내용입니다. 어떻게 보면 교훈적인 정도로 옛날 일본영화 특유의 그런

분위기가 좀 있는데 4부에서 소련군과의 전투신을 시작으로 해서 5,6부를 지나니까 아 진짜 이게 걸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5.6부가 저는 매우 맘에 들었어요. 4부까지는 가지라

 는 인물이나 영화의 분위기가 단순할 정도로 일직선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5,6부를 지나면서 전쟁의 아비규환을 거치면서 파편화되고 해체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면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더군요. 그리고 막판으로 가면서는 뭔가 추상적인 연출도 들어가고 조금은 실존주의적인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주인공이 그나마 버틸수 있었던 이유가 아내에 대한 사랑과

 결국은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 뭐 그런거였던거 같은데 소련군에 잡히고 나서 소비에트의 실상을 보면서 회의를 느끼고는...모든게 다 무너지고 아내만 찾다가 죽는 뭐 그런 느낌이거든요..

 

  관객과의 대화에서 확실히 비슷한 질문이 두어번 이어졌죠. 이 영화가 자국에서 별 문제없이 개봉이 가능했냐는..... 그런데 제가 알기로도 확실히 그때는 전쟁이 끝난지 얼마 안된 시점이라

  오히려 이런 반전무드나 군국주의에 대한 환멸이 일본사회의 주류적인 분위기였다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지금의 일본이랑은 분위기가 분명히 다르죠. 정말 재밌는것은 영화속에서도 소련군

  에 포로로 잡힌후에 일본군 장교가  '일본인은 근면한 민족이고 우리는 이제부터 열심히 노동을 해서 러시아인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근면한지 보여줘야 한다' 뭐 그런소리를 했던거 같은데

  실제로 이게 전후의 일본 분위기였죠. 웃기다면 웃긴데 일본은 서구인들이 자기들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눈치를 봤던 습성?이 있는데 그게 영화에서도 그대로 나오더군요. 물론

  그런 성향은 우리가 그대로 이어받아 지금도 그러고 있지요 ㅋㅋㅋㅋㅋㅋ

 

  5부하고 6부의 전반까지는 패잔병이 된 주인공과 몇몇 일본군들이 중국인 민병대와 붉은군대를 피해서 남만주로 이동하는게 주된 이야긴데요. 그러면서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고 사건을

  겪는데 마치 지옥의 묵시록 같은 느낌이 조금 들었어요. 젤 웃겼던게 지옥의 묵시록에 킬고어가 있다면 인간의 조건에는 소수의 잔존병력을 이끌고 숨어있던 일본군 장교가 그렇더군요.

  곧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이 발발할것이고 미군이 분명히 개입할것인데 이때 우리가 그쪽에 합류해서 우리는 또 전쟁을 할테야....ㅋㅋㅋㅋㅋㅋㅋ 

 

   GV시작과 함께 나카다이 타츠야씨가 엄청난 저음으로 안녕하세요? 였나? 이렇게 시작을 했는데요 진짜 목소리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저렇게 깊고 울림히 커다란 목소리는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굉장히 느릿하면서 한마디한마디 힘주어서 말하고 통역을 배려한것인지 아주 길게 이야기 하기보다는 어느정도 이야기하다 끊고 통역이 이어지고... 이런 식이었구요. 뭐랄까....

  60여년을 스크린의 슈퍼스타로 살아온 사람이라서 그런지 어떤 그런 기운이 몸에 밴거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인 스스로가 인간의 조건과 할복을 GV하고 싶다고 했다는게 그래서

  인지 굉장히 적극적이고 성의있는 GV였습니다.

  

    • 정말 이틀에 거친 대화 시간이 감동적일 정도였죠.
      본래 달변가이신 건지, 미리 하실 말씀들을 준비해오신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질문 중간중간에 질문과 간접적으로 연관되는 다른 대답들도 많이 하신 걸로 봐서는
      행사 전에 하시고 싶던 말씀들을 미리 준비하셨던 게 아닐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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