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을 만들면서 시연해 본 소소한 아이디어 두 가지

 

이런 아이디어 어떤가요?

딱히 독창적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 구현

번역서, 특히 소설을 읽을 때 신경쓰이는 것 가운데 하나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복잡한 이름입니다. 

낯설고 눈에 금방 익지 않다보니 등장인물 이름 따라가다가 소설의 흐름을 놓치기 일쑤지요.

 러시아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3단 변신쯤 간단한 식사로 하곤 해서

저도 도스도예프스키를 읽을 때 이만저만 골치가 아픈 게 아니었습니다. 

러시아 소설처럼 변신까지야 아니지만 일본 소설도 만만치 않아요.

미야베 월드 제2막을 만들 때 우리 이웃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름이 너무 어렵다는 거였습니다.

어려울뿐더러 어슷비슷한 이름이 많아서 이놈이 그놈인지 저놈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라, 와 같은 푸념을 자주 들었어요.

이번 <미인> 역시, 아니나 다를까. 만드는 저희들도 헷갈리더군요.

그 면면을 볼짝시면-, 오리쓰, 오아키, 오요시, 오마쓰, 오미요, 오쿄, 오타마, 오하쓰... 등등.

덕분에 첫 번째로 가미카쿠시를 당한 처자가 오아키인지 오리쓰인지 자주 혼동하곤 했습니다. 

매번 그렇지만 저는 이렇게 복잡한 등장인물이 등장하면 간단한 설명을 종이에 씁니다.


여러분 중에도 메모를 해 가며 책을 읽는 분들이 계시지요?

특히 본격 미스터리에 등장하는 수수께끼나 퍼즐을 폴 때 이런 메모는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역시 번거롭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메모를 해 가며 책을 읽는 분들 가운데는 번거롭지 않다 여기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저는 번거롭습니다. 

게다가 품행이 방정하지 못하여 메모한 종이를 분실하기 일쑤지요.

등장인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책을 읽노라면,

아아 책 어딘가에 인물 소개가 있으면 참으로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에는 상당수 소설들이 책 앞쪽에 한 페이지를 할애하여 등장인물 소개를 했지요. 

허나 이렇게 앞쪽 어딘가에 있을 경우에도 번거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척" 하고 펼치면 나오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앞쪽 어딘가'에 있기 때문에 팔랑팔랑 앞뒤로 넘겨야 하지요.


위 사진처럼 뒤적뒤적 찾아야 되는 거 말고, 척 펼쳤을 때 딱 보이면 좋을 텐데.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맨 처음 생각한 건 다음과 같은 형태였어요.

 


책 중간쯤에 삽지를 끼워서 필요할 때마다 펼쳐놓고 보는 거죠. 

물론 이 방법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중간에 삽지를 끼울 경우 삽지를 끼운 페이지를 넘어가면 마찬가지 얘기가 되지요.

 

예전에는 책갈피에 등장인물 소개를 하기도 했는데,

출판사 입장에서는 공정이 하나 늘어나는 거기 때문에 아무래도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문득 뒷표지 날개를 활용해 보자는 데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날개 안쪽 페이지는 다들 인쇄를 안 하니까 생소하실 텐데 이 부분도 인쇄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만들어 보았습니다. 


표지를 찍을 때 단면이 아니라 양면으로 찍으면 되니까 공정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비용도 단면 표지 찍는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부담이 전혀 없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인쇄소는 표지를 찍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본문을 찍어서 돈을 법니다.

표지는 수익이 전혀 없어요. 일종의 서비스라고 할 수 있지요. 책갈피도 마찬가지고요).

 

위치가 확실하기 때문에 앞쪽 어딘가에 있을 때처럼 뒤적뒤적 하지 않아도 되고

아래 사진처럼 아예 날개를 펼쳐놓고 읽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다음 번에는 이걸 조금 더 업그레이드 시켜볼 요량입니다.

물론 독자분들이 이게 도움이 된다면 말이지만.
  

엽서 랩핑 방법


아마 <메롱>이었을 겁니다. 독자 한 분이 <메롱> 표지와 캐릭터를 정말이지 기가 막히게 그려서 저희에게 보내주신 적이 있습니다.

꽤 오래전 일인데 그 뒤로도 <외딴집>, <얼간이> 등을 읽고 귀여운 일러스트를 보내주셨어요.

저희야 당연히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져 며칠을 허우적거렸습니다.

표지 그림도 끝내줬지만 그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하나를 얼마나 생생하게 표현하셨던지. 

우리끼리 보고 넘어가기엔 아깝더군요. 아아, 이 감동을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거듭하다가 엽서로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림의 원작자 분과 만나서 상의를 드렸더니 참으로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주시더군요.

게다가 <미인>까지 교정지로 미리 읽고 그려 주셨지요. 그리하여, 이런 근사한 엽서가 만들어졌어요.




저 엽서는 아직 유광코팅하기 전인데 코팅이 된 실물이 훨씬 더 이쁘다는 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이 엽서를 책에 끼울 작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엽서 자체를 두꺼운 종이(CCP 250g)에 인쇄하는데다가,

다섯 장이나 되니까 그 부피 때문에 책에 끼우면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싶더군요. 


다 만들어진 책을 창고에 높이 쌓아둘 때,

책 위에 책 위에 책을 쌓아놓을 시에 하중 때문에 책 앞표지가 볼록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다음 사진처럼 책 뒤쪽에 엽서를 두고 랩핑을 하기로 했습니다. 

랩핑을 싫어하는 분들께는 송구하지만, 이렇게 랩핑하는 편이 가장 깔끔합니다.

헌데 이 과정에서 또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엽서를 뒤쪽에 랩핑하면 바코드와 정가가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고 앞표지에 랩핑할 수도 없고.

엽서 한 장에만 바코드를 인쇄할 수도 있는데 

그건 저 엽서 자체의 완성도를 위해서 좀 꺼려졌고요. 

그래서 엽서 크기의 뒤표지를 하나 더 만들어봤어요.

이게 무슨 아이디어씩이나 되다고... 하며 혀를 끌끌 차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뒤표지를 하나 더 만들면 띠지 효과도 낼 수 있으니 

만들 당시에는 참 괜찮은 생각이라며 저희끼리 좋아했습니다. 

혹시 출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계시면 참고하시라는 차원에서 덧붙이면,

엽서는 46전지 반절에 6장짜리 2세트, 여분의 공간에는 1장을 포기하고 4장을 추가로 배치했습니다.

엽서 크기는 최초 130*190으로 잡았으나 구아이(란 종이를 인쇄할 때 잡아주는 장치) 물릴 자리가 나오지 않아 2미리씩 줄여서 128*188로 잡았습니다.

종이의 낭비 없이 딱 떨어지게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앞뒷면 하리꼬미(란 '터잡기'라고도 하는데, 필름을 한 페이지씩 만드는 게 아니라 여러 페이지를 한꺼번에 출력하는 것을 말합니다)는 다음처럼 하였습니다.


   

음. 별로 도움이 안 됐다면 송구하고요 ㅎㅎ.

 




 

    • 편집자이신가봐요? 재밌게 잘 읽었어요 :) 이렇게 해서 한권의 책이 탄생하는군요.
      특히 저도 일본이름에 엄청 약한편이라 미스테리 물 읽다 보면 에에? 얘 아까죽은 애 아니야?
      하던적이 종종 있어서 책 날개에 숨겨둔 인물소개라니 아이디어가 좋은것 같아요!
      혹시 블로그 같은것도 운영하시나요? 요런 이야기들 종종 읽어보고 싶어요 ^^
    • 책 만드시는 분의 정성과 성의가 물씬 느껴집니다.
      날개 뒷면에 등장인물을 인쇄하는 방법은 정말로 획기적이네요!
      이렇게 훌륭한 편집자의 손에서 잉태된 책이라니 책 내용도 좋을 거 같습니다.
      편집자의 후광을 받았군요ㅎㅎㅎㅎ
    • 그래서, 미인을 사면은 엽서를 주는 군요!! 만세!!
    • 초코 님/ 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뭐냐, 별 얘기도 아니구만, 이럴까봐 바싹 쫄았었는데ㅎㅎ.
      www.booksfear.com 이런 걸 운영하고 있습니다.
    • 환상 님/ 아아 '획기적'이라고까지 말씀해 주시면 부끄럽사옵니다만.
      (그러면서 혼자 두 손 바짝 들어 환호작약하고 있다.)
    • MarjaneSatrapi 님/ 저 엽서는 출판사에서 의뢰한 게 아니라 독자분이 책을 읽다가 흥이 나서 자발적으로^^.
      코오 그래서 그런지 만들면서도, 만들고 나서도 되게 엄창 많이 뿌듯하더라고요.
    • 우앗! 이름들이 너무 헷갈려서 앞에 인물 설명 있으면 거기 손가락을 끼우고읽거나(몹시 불편하죠) 포스트잇을 붙이고 읽었는데 책날개에 있으면 편할 것 같아요. 번거롭다 생각하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세심한 편집을 기획하시다니 독자 입장에서 감사해요.
      그림 그려서 보내신 분 정말 대단하신데요. 엽서는 뭔가 한정판이 따로 있는거예요, 아니면 그냥 다 들어있나요? 이 글보고 주문해볼까하고 교보에 들어가봤더니 딱히 엽서에 대한 언급은 없어서요.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홍옥 님/ 초판(을 좀 넉넉하게 찍었어요, 어쩐지 잘 팔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죠)에는 전부 다 들어 있사옵니다.
      출판사에서 교보로 배송한 물량에도 전부싸그리몽땅 다 엽서가 랩핑되어 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느긋하게 구입하시지요.
    • 안심하고 주문하면 되겠군요. 블로그도 재밌게 읽고있어요. 박스포장하러 가보고싶지만 민폐일거 같아서 구경만하고 있어요.
    • 홍옥 님/ 민폐 아닌데. 아발론연대기도 막 드릴 건데.
      아아 오셔서 듀게 회원이라고 말씀해 주시면 스페셜 게스트로다가 모실 텐데.
    • 완소 북스피어 @.@
      사랑합니다ㅋ

      퍼언연대기의 만듦새는 지금 봐도 감동 그 자체.
    • 인물 설명 아이디어는 정말 좋네요.
      다른 출판사도 좀 따라했으면 할 정도로.(표절로 걸리나요?ㅎ)
    • 와!! 늘 신간 챙겨읽게 만드는 출판사였는데!!! 최고! 사볼게요!!
    • 닥터슬럼프 님/ 아아 완소라니, 감사해요.
      저희가 파는 걸 잘 못하기 때문에 그 대신이랄까 만드는 거에 목숨 걸고 있어요.
      하지만 퍼언연대기는 엄청 안 팔렸다는 거. 타격이 컸지요, 당시에ㅠㅠ.
    • 자본주의의돼지 님/ 네, 다른 출판사에서 따라하면 저희도 보람 있는 거죠 뭐ㅎㅎ.
      저도 그 '다른 출판사'들의 열렬한 독자인데, 등장인물 이름 따라가기가 어려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 Sugar Honey Iced Tea 님/ 고마워요 ㅠㅠ.
      책 홍보 한다고 찬밥 취급 받을 줄 알았어...
      요즘 통 입맛이 없었는데, 오늘 점심은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어이 유 차장, 오늘은 기분 좋으니까 짜장면에 탕수육 추가해.)
    • 저도 어제 [미인]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엽서 보고 귀여워서 많이 웃었습니다.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퍼언 연대기 나오자마자 샀던 독자 여기 한 명 더 있답니다. 북스피어의 책들 많이 좋아하고,
      매번 나올 때마다 조용히 지갑 열어 구매하는 걸로 응원을... :)
    • 우와~~ 재밌게 잘 읽었어요!!^^ 책과 독자들에 대한 애정이 팍팍 느껴져요. 일도 재밌게 열정적으로 하시는것 같아 부럽고요 :) 사실 이 글에 있는 책 전부 첨보는건데 이글 보니까 읽고싶어지네요. 종종 출판 얘기 또 써주세요~~
    • 재밌게 읽었어요. 이런 글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일러스트 표지가 아닌 책들을 선호하는 편이라 쪼까 부담스럽긴 하지만 ^^;
      미야베를 좋아하니 조만간 사겠군요. ㅎㅎ
    • tiberiah 님/ 와, 벌써 사셨군요. 뒤표지 등장인물 소개를 충분히 활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엽서는, 정말 귀엽지요? ㅎㅎ tiberiah 님 덕분에 북스피어 책이 암암리에 조용조용 팔리는 거였군요.
      고마워요.
    • persona 님/ 이렇게 만들어 볼까 저렇게 만들어 볼까 고민하는 것도 재미있고,
      그렇게 만들어서 독자분들 불러서 노는 것도 재미있고요,
      한 권 한 권 만들 때마다 그 맛에 책 만들고 있어요. 정말로.
      그래요, 안 되는 실력이지만 종종 써볼게요. 땡큐*^^*.
    • 천개의혀 님/ 책 제작 같은 거 아무도 관심 없을 줄 알고 올리면서도 확 쫄았었는데 ㅎㅎ.
      그렇군요. 그렇다면 다음 번에는 책값이 어떻게 정해지는 몇가지 방법에 대한 고찰 같은 걸 한 번 써볼까 생각중입니다^^;.
    • 알겠어요 사드리겠어요.
      사실 재미있어보여서요.

      전 퍼언 연대기를 두 번 샀어요.
      당시 경합(?) 하던 테메레르와 비교하며 아는 사람들에게 ' 이게 훨씬 재밌음 !! ' 이라고 광고까지 하고 다녔는데
      성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니 안타깝네요.
    • 이 글 읽자마자 바로 주문! ㅎㅎㅎㅎ 사실은 미미여사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신간 찾아볼 생각을 못했었네요.
    • nobody 님/ "사실 재미있어 보여서요", 얼쑤(나만 재밌는 줄 알고 쫄았다).

      퍼언 연대기는, 그랬지요, 당시에 테메레르와 경합.
      테메레르도 과히 많이 팔리지 않았지만, 퍼언 연대기는 완전히 망했기 때문에
      당시 엄청난 내상을 읽고 다시는 '용'이 등장하는 픽션을 거들떠보지 않으리라, 뭐 그런 생각을 잠깐.
      nobody 님의 열렬한 성원에도 불구하고 참담한 성적이라니, 어쩐지 송구.
    • iPhone4 님/ 바로 주문 ㅎㅎ. 지화자.
      그동안 저희가 미미 여사님 신간 꾸준히 냈는데(뭐 전부 사시라는 게 아니라 그냥 그랬다구요).
    • 북스피어 홈페이지 들어가서 미야베월드 목록을 봤습니다.
      제가 독후감? 썼던 누군가 와 이름없는 독 도 있군요!
      죄송해요. 제가 책 살 때 출판사를 눈여겨 보지 않아서 ㅠㅠ 북스피어 목록 갈무리 해두겠어요!
    • iPhone4 님/ 누군가와 이름없는독의 독후감을 쓰셨습니까.
      그렇군요. 좋은 책이지요, 둘 다. 후후.
      네, 고마와요, 앞으로 저희를 좀 눈여겨 봐주셔요(그렇다고 뭐 죄송할 것까지야*^^*;)
    • 퍼언 연대기때문에 로그인 했습니다. 저는 행사할때 세트로 사서 비치 타올도 받았죠.^^ 책도 책이지만 그 타올은 아직도 우리 애기들 이불로 잘쓰고 있답니다.
    • zodiac 님/ 와, 이 공간에 달린 몇 개의 댓글만 보면
      대관절 퍼언연대기는 왜 망했는가 싶은데요? ㅎㅎ
      그 책을 구입한 제 동생도 얼마전에 태어난 아이 이불로 쓰던데. 딱이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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