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어디까지 가르쳐야 할까요?

*왜 게시판에 올린 글이 오타수정하고 나니까 사라졌을까요.ㅠ 임시 저장함에도 없고... 근성으로 다시 씁니다.

 

며칠 전 지하철 애정행각에 달린 덧글들 중 '애들이 볼까 겁난다'라는 반응이 때문에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허벅지를 만지거나, 팔로 어깨나 허리를 감고 찰싹 붙어 있거나, 포옹이나 키스를 하거나-

이런 스킨십을 하는 연인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유해한 광경입니까?

아이들 스스로가 섹스의 개념까지 터득(?)하기 전에는 성적인 뉘앙스를 가진 모든 것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세요?

 

일단 아이들은 초등학생 이하로 한정하겠습니다.

저만해도 초등학교 5학년 즈음에 삽입섹스의 개념을 깨달았으니

요즘 중학생들은 대충 알 거 다 안다라고 멋대로 가정하고요.;;

 

저는 아이들을 가르쳐 본 적이 없고, 성교육은 더더욱 해보지 않았습니다만

확실히 아이들에게 '성욕'이란 개념을 설명하기란 난해하리라 짐작됩니다.

하지만 '사랑하니까 만지고 싶어한다'라고 설명해주면 안될까요?

(물론 원한다면 공공장소에서 저러는 걸 부적절하다-라는 말을 얼마든지 덧붙이면 됩니다)

만지고 싶은 욕구는 연령대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거고, 아이들도 충분히 이해하리고 생각하거든요.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소년과 투슬리스(용)가 처음 대면했을 때, 소년은 두려워하면서도 투슬리스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어요.

 전 이 장면을 보고 약간 감동+감탄 했습니다. 그래, 사람은 만지고 싶어하는 동물이지- 이러면서요.

 

여튼,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만지고 싶어하는 거다'라고 설명해주면 안되는 걸까요?

 

또 하나, 성교육의 끝판왕을 삽입섹스로 둔다면 이건 언제쯤 가르쳐야 적당하다고 보십니까?

혹시 오해하실까 적자면 성교육의 목표나 지향점이 삽입섹스가 돼야 한단 소린 당연히 아닙니다.

 

몇년 전 친구가 초등학생 동생(고학년)이랑 사극 드라마를 보다가 해구신이 뭐냐는 질문을 받고

'약재로 쓰이는 물개의 장기'라고 답해줬단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생식기도 장기의 일종이니 아예 틀린 답은 아니지만, 저로서는 석연치 못했고요.

친구는 물개의 생식기라고 했을 때의 후환(생식기가 뭐야?)이 두려워서 정답을 알려주지 못한 겁니다. 

 

저는 관람등급을 무시하고 모든 영화를 보게 했던(딱 하나 <양들의 침묵>만 빼고요) 가정환경과

제도권 성교육에서 배운 지식, 볼트 너트의 암나사 수나사 번역(?) 등을 통해 삽입 섹스의 개념을 추정했습니다만,

'정자 난자 타령만 하는 대한민국 성교육만 가지고는 평생 절대 애 못 만든다'라는 조롱이

최소한 제 세대(90년대 초등학생, 2000년대 중고등학생)에는 얼추 들어맞는다고 봅니다.

제 경우는 중학교 1학년 때 가정시간에 실제로 '남녀가 같이 잠만 자면 아이가 생기는 건가요? '라는

질문을 하는 아이를 목격했고, 저런 질문이 나오는 현실에 나름 문화충격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다행히 선생님께선 모든 사실을 공개하셨습니다.(이게 나이 지긋한 선생님을 놀리기 위한 질문은 절대 아니었어요)

 

개인적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진 도대체 정자가 어떻게 여자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세요? 이르다면(혹은 늦다면) 언제쯤 가르치는 것이 적절할까요?

 

아이들에게 스킨십에 대해 사랑하기 때문에 만지고 싶어하는 거라고 말해주는 것이,

섹스에 대해 가감없이 가르치는 것이 교육 상 나쁘다고 생각하십니까? 

    • 요즘처럼 정보를 습득하기 쉬운 환경에서 일찍 가르치는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지들 좋다고 아무데서나 애정행각을 벌이면 안된다는 것도 같이 가르쳐야겠지요.
    • 독일에서 어린이 성교육을 위해 만든 그림 자료가 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에서 가르쳐도 될 거 같은데요.
      http://blog.hani.co.kr/youland/17494
    • 빠삐용/ 엇 저 이 그림책에 대한 댓글 달려다 말았는데ㅎ 독일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 비치된 걸 봤었어요
    • 애들이 "아이는 어떻게 태어나?"라고 물을 때 사실을 얘기해줄 수 있고, 아이가 또 그걸 이해할 수 있다면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도권에서는 아무리 늦어도 초등학교 졸업 전에 가르쳐야 한다고 보고요. 독일 그림책은 저도 본 적이 있는데, 썼다가 괜히 또 서양에선- 드립으로 몰릴 것 같아서 안 적었습니다.;;
    • 어렸을 때 TV 드라마를 보는데(베스트셀러 극장 류로 추정)
      "사실 나는 창녀에요"라는 대사를 여배우가 하는데 상대 남배우가 화들짝 놀라길래
      호기심 많은 아이였던 저는 가족들에게 지독하게 물어댔죠. "창녀가 뭐야? 창녀가 뭐야? 창녀가 뭐야?"
      가족들 대부분이 답을 피하는 가운데 어머니가 자처해서 주신 답.
      "창녀는... 여러번 결혼하는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란다"
      어린 저는 미심쩍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만...
      지금 돌이키면, 어머니! 그게 무슨 망언이신가요!
    • 시기가 따로 있을 이유가 없고 그 내용에 한도가 있을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물론, 학교에서의 성교육과 같이 진행될 때는 어떤 기준이 있을 수는 있겠죠.
      그러나 그 경우에도 그 기준을 넘어서는 개별적인 질문이 나올 때
      그걸 왜곡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가령 트랜스젠더에 대한 논쟁이나 근친상간의 허용과 불허용에 대한 역사나 모노가미와 폴리아노미에 대해
      정규 교육 과정에서 굳이 성교육을 실시할 필요는 없겠지만
      행여 그런 질문이 나오더라도 정확하게고 바른 답변을 해야겠죠.
      뭐 답변하는 쪽도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되고요.
    •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박현욱의 <동정 없는 세상>을 읽으라고 던져주면 되지 않을까... 상상을.
      그래도 성교육 시간에 하는 시간낭비들보다, 백배천배 유익하면서도 애들도 더 좋아라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 dos/ 결혼을 여러번 하는 사람이라니, 빵 터졌습니다.;; 저도 아이들의 질문에 (성적인 주제 이외에도) 최대한 성실히 답해주는 게 부모/교사의 의무라고 봅니다. 모른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가르치는 쪽이 곤혹스럽다고해서 엉터리 답변을 해주는 건 아무말 안 하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겠지요.
    • 전 초등학교 4학년때였나 5학년때였나 같은 반 남자애가 절 자꾸 성적인 말로 희롱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습니다..
      제 자식들한테는 그렇게 알게하고 싶지 않아요
    • 그러고보니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콘돔이 뭐냐고 아빠에게 물으니까 '어른들 쓰는 거다'라면서 답을 안해주셨죠.-_-;; 전 이게 영어니까 하면서 방과 후 영어교실 선생님께 물었는데 이 분이 가르쳐주셨습니다.
    • 지금 40대인 분들 세대땐 어땠는 진 몰라도 요즘 세대는 정보통신기술도 발달되어있고 어린이들이 건전히 보고 듣고 놀고 부를만한 매체가 극단적으로 말해 뽀로로 말고는 딱히 없어서 빠르게 성숙해지는 것 같더라구요. 그만큼 몇살이든 간에 성에 대한 것도 무엇이든 담담하고 객관적인 어조로 아이가 궁금해할 때 열린 마음으로 잘 설명하고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초등학교 선생인 지인의 요즘 초딩들 성지식 및 습득경로를 듣다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교에서 성교육을 해도 빠르지 않다 싶습니다. 저희 때도 그랬죠.
    • 제가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섹스'에 대한 개념을 모르던 애들이 적지 않았는데 요즘 초딩중에는 그런 애들이 거의 없을 듯 하긴 해요.
      예를 들면 요즘 웹툰들... 성적인 묘사는 키스를 제외하곤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성에 관련된 언급이 없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거의 전연령가예요. 그걸 문제삼는 사람도 없고 저게 무슨 얘기냐고 진짜로 몰라서 묻는 애들도 없어요.
      제 생각엔 초등 저학년부터 성교육을 해야될 것 같아요. 아마 그걸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애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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