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올드 보이> 감상평.
* 그동안 책 감상평은 겁도 없이 주절거려왔지만...
듀게에 감히 본토(!?)도 아닌 영화를, 그것도 <올드 보이>의 감상평이라고 쓴 바낭성 글을 올리자니 참으로 두렵기 그지 없습니다. -_-;
그냥 지금까지 적어왔던 책 감상평보다 조금 더 개판, 이라고 생각하니. 쪽팔림 무릅쓰고 그냥 올려보렵니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개판은 겸양의 의미같은 게 전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언술임을 유의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래놓고 막상 코멘트가 없다면... 김칫국이로구나, 어화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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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10.0)
이제서야 <올드 보이>를 봤으니까, 늦은 셈이겠죠. 그치만 한편으론 지금 봐서 보이게 된 것들도 있을 테니, 이제서야 봤다고 아쉬워하진 않기로 했어요.
보고나서는 곧바로 10점을 매겼지만, 요렇게 며칠 지나고나서 이리저리 찔러보자니 아무래도 미진한 면이 있더라구요. '최면이라는 설정적 도구의 핍진성(?)'이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고, 오대수의 꿈을 좀 더 활용했다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들고, 화면을 반으로 가르던 그 씬도 뭔가 아쉬웠어요. 너무 무성의하게 툭, 던진 느낌이 들어서...
근데 이렇게 생각하고나서 다시 돌아보자면. 저런 꿍얼거림에도 불구하고 최민식의 연기력이나, 뭐라고 잘 풀어놓진 못하겠지만 너무 마음에 드는 ㅡ시종일관 흐르던 분위기, 라고 해야할까요? (이것도 아직 전체를 다 보진 못했지만) <친절한 금자씨>와 뭔가 비슷한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 (이거 다 쓰고 찾다보니... 으악... 쪽팔리지만 지우지 않기로 했어요. 전 이 정도로 무식(!)합니다.)
무엇보다도 최민식 씨. 제가 이 분 영화를 제대로 처음 본 건 아마 <악마를 보았다>가 아니었나 싶은데, 거기서의 장경철도 대단했지만, 오대수가 더 대단한 것 같아요. 비스무리한 포스를 보여준 캐릭터를 생각해보자면 <다크 나이트>의 조커 정도가 떠오르는데, 이 두 캐릭터를 놓고 생각을 조금 굴려봤지요. 광기란 단어로 말할 수 있는 건 같겠지만, 조커와 오대수는 느낌부터가 다르죠. 코믹스를 통해 완성된, 일종의 판타지적인 캐릭터인 조커의 광기는 포스 혹은 매력이란 단어로 형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어찌 보면 똑같이 판타지적인 캐릭터라고 말할 수도 있는 오대수.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순 없겠죠. 너무 다르니까요. 매력으로서도 느껴질 수 있는 광기와 너무도 선연하게 끈적끈적한 현실감(?)으로 인해 불쾌함이나 섬찟함을 주는 광기. 언급했듯이, 코믹스-판타지적인 캐릭터인 조커와, 현실-리얼리즘(?)적인 캐릭터인 오대수... 이른바 순문학과 장르문학... 여기쯤 오니 너무 과다하게 망상한 것 같아서 관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생각의 떡밥을 던져주었던, 근친상간. 금기이자 죄악으로 여겨지는 것이지만, 그 단어의 울타리에 가둬두기엔 부족한 무언가가 있는, 아니, 너무 많은, 그런 소재죠. "아무리 짐승같은 놈이라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요?" 이 대사였던가요. 인간의 조건, 이라고 해야하려나. 그런 것에 관해 입술을 잘근거리게 만드는 대사였고, 영화였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 근친상간, 에 대하여 좀 더 생각해보자면 가장 잦게 일어나는 근친상간의 유형이 부녀간이고, 그 뒤를 잇는게 남매간이라는데... 굳이 이 <올드 보이>에서 그런 성권력 측면을 떠올려보는 건 좀 오버이지 싶고... 사실 근친상간도 변천사가 꽤나 대단할 거라고 생각되죠. 옛날 합스부르크 왕가만 떠올려봐도... 뭐, 금기, 라는 것이 자고로 좋은 떡밥이고, 근친상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막장성과 어우러지는 비극성은 더더욱, 써먹기 좋은 소재죠... 음, 아무래도 더 하다간 수습이 안될 것 같으니까 여기서 관두고...
마무리 지을려고 보니까, 오늘은 정말 개판으로 써놨네요. 뭐... 언제 개판이 아니었던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감상평은 이렇게 개판이 됐지만, 정말 보길 잘했던 것 같아요. 좋았어요.
p.s
찾아보니까 장르를 스릴러로 구분해놨는데, 와, 그렇네. 싶더라구요. 선입견이 있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