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비주류라는걸 느끼는 순간?
인터넷 돌아다니면서 재미있는 블로그 포스팅을 본 기억이 있어요. 신우석씨 인터뷰였는데 어떤 셔츠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신우석씨가 주로 입는 셔츠와 좋아하는 셔츠 스타일을 물어보는 내용이었죠.
일단 웃음부터 나더라고요. 공연장에서 적잖이 신우석씨를 봤지만 단 한 번도 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거든요. 신우석씨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항상 라운드 티셔츠와 바지 뒷주머니에 꽂아놓은 길게 늘어진 수건이었으니까.
신우석씨도 한 사람의 직장인이고 일을 할 때는 당연히 남들처럼 셔츠를 입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거에요. 셔츠를 입고 깜찍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제가 알고 있던 그의 카리스마가 산산히 부서지는 순간...
사울 알바레즈의 시원한 경기를 본 지 한달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다음 시합이 잡혔군요. 메이웨더 오르페즈 전의 언더카드래요.
좋아하는 선수의 플레이를 자주 볼 수 있다는건 즐거운 일이지만 한 편으로는 오버페이스가 아닌지 걱정도 돼요. 아직 어린 나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매번 타이틀 매치인데 말이죠. 빡빡한 일정 때문에 지쳐버리는건 아닌지...
비가 많은 오는 바람에 적지 않은 인명 피해가 낫죠. 수해를 입으신 많은 분들께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저도 비로 인해 소소한 피해를 입었습니다.7월 26일 넥센 한화전 초대권을 쓸 수 없게 된 것이죠.
슬리퍼를 사고 김포공항 아울렛에서 26일 홈경기 초청권을 받아왔는데 26일 경기가 우천취소될 경우 27일 입장 가능하다도 되어 있었거든요. 27일 경기도 우천취소되었으니 초대권도 날아가버린 겁니다.
후반기 첫 게임을 산뜻하게 패배로 장식하는 현장을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려 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어 아쉽습니다. 우리 팀은 지금처럼 8등 하더라도 가을에 야구 할 거 같아요. 남들 야구할 때 쉬었으니 남들 쉴 때 야구하겠죠.
김윤아씨 비주류 논쟁을 볼 때 처음 드는 생각은 이런거 였습니다. 아니 그래도 그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는 밴드를 하고 있잖아. 앨범 수입만으로도 잘먹고 잘 살잖아. 우리나라에 전업 밴드가 몇이나 된다고.
바세린같이 이 판에서는 최소한 다들 이름은 다 아는 밴드도 멤버들이 직장인이라 직장인 밴드라는 소리듣고 있는 마당에, 앨범 한 장 발매하면 단독 공연으로 투어를 해도 충분히 매진이 가능한 밴드의 멤버가 무슨 비주류 타령이야.
그런데 난 비주류인가? 하고 곰곰이 따져봤더니 비주류라는 말의 의미가 그런게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저는 가끔 스팟에 가서 형제들과 함께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부딪히고, 더 이상 케이블에서도 중계 해주지 않는 복싱 경기를 찾아보며, 넥센 히어로즈를 응원합니다.
아마 남들이 잘 안하는걸 하고 많이들 안좋아하는걸 좋아한다는 의미에서 비주류가 맞을거에요.
하지만 평소엔 그런걸 잘 모르죠. 신경도 안쓰고. 함께 부딪히고, 그 주제에 관해 토론하는 게시판에서 찌질대는 동안에는 내가 비주류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내가 좋아하는걸 좋아하는게 보이니까.
내가 비주류인 것을 한탄하거나 혹은 반대로 그걸 가지고 같잖은 우월감을 느끼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몰두하고 집중할 시간도 부족해요.
근데 이번 블라디미르 클리츠코 vs 데이빗 헤이 전 중계를 안해줄 때는 좀 어이가 없더군요. 아니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중계해주는 빅이벤트도 중계를 안해줘? 라며 비주류의 분노와 허무함이 밀려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새벽 5시에 졸린눈을 비비며 그 경기를 보고 나니 중계 안해주길 잘했단 생각이..
그런데 가끔 주류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 내가 비주류라는걸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들이
하드코어? 그게 뭐야?
복싱? 너 그런 것도 봐?
히어로즈? 너 참 특이하구나.
정도로 얘기할 때는 괜찮습니다. 아무 상관없어요. 그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반응할거에요.
그런데
하드코어? 그런걸 왜 들어? 모슁? 그거 미친 놈들이나 하는거 아냐?
복싱? 그거 재미도 없잖아. MMA가 훨씬 강하지 않냐?
히어로즈? 걔넬 왜 좋아해? 인기도 없고, 야구도 못하잖아.
라고 얘기할 때에는... 아 저들은 결코 나를 이해할 수 없고, 따라서 난 저들과 같은 종류의 사람이 될 수 없구나. 난 비주류구나. 라는걸 느낍니다.
김윤아도 그런게 아니었을까요? 한편에서는 김윤아를 부러워하고 그가 여러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것을 고깝게 보는 시선도 있었겠지만, 사실 김윤아가 더 빈번하게 상대해야 했던 건
우림이 누나 제 사연도 꼭 소개해 주세요.
언니. 언니 뒤에서 악기 들고 있는 아저씨들은 누구에요?
김윤아 씨는 왜 이상한 노래만 불러요?
같이 김윤아와 그의 음악을 낯설어하고 신기해하는, 그리고 그것을 통해 그녀를 이해하지 못할 것으로 간주하는 시선들이 아니었을까요?
만약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해진다면, 저 또한 제가 어디서는 주류이든 아니든 간에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비주류로 인식하고 그것으로서의 정체성을 구성했을 꺼에요.
난 사실 비주류도 아닌데 허세로 비주류라고 생각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난 그런거에 신경도 안쓰는데 남들이 자꾸 날 그렇게 보는거죠. 아마 김윤아씨는 유명세를 탈수록 그런 시선들을 많이 만나야 했을 거에요.
정말 비주류인 밴드는 그런 시선에 노출될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겠죠. 오히려 조금만 이름이 알려져도 감격하는 경우를 본적도 있어요. 인디씬에서도 아는 사람이 잘 없는 밴드인데.
럭스 정도가 되면 펑크 쪽에서는 아예 대장 취급해주죠. 카우치사태가 잊혀지면서 대중들에겐 럭스라는 이름도 생소해졌지만. 주류에선 뭐라고 해도 인디씬 펑크씬에서 럭스는 주류 밴드에요. 럭스만세! 마지막 10초!!
저도 실은 제가 비주류라고 생각 안해요 기회가 없어서 이상한 것처럼 보였던 것 뿐 여러분도 충분히 제가 좋아하는걸 좋아하실 수 있을거라 믿어요. 이번 GMC 섬머페스트에서 함께 구르다보면 바다따윈 생각도 안날껄요.
역사와 전통, 기술과 투지, 재능과 노력, 전략과 스타일, 비지니스와 언론플레이가 한데 어울어진 복싱은 또 어떻고요. 메이웨더는 한 경기의 대전료로 1억불을 요구했어요. 그런 스포츠가 매력적이지 않을리가 있겠어요?
근데 히어로즈는 예외네요. 이 팀은 야구도 못하면서 희망도 없어요. 남들은 누굴 사오네 마네 할 때 우린 얼마 있지 않은 선수가 팔려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근데 입장료는 또 제일 비싸. 뭐야 이게ㅠㅠㅠㅠ
그러니까 여러분은 히어로즈를 멀리하고 프로야구 메니저를 가까이 하시는게.... 이건 아닌가?
누구는 진짜 비주류고 누구는 가짜 비주류다? 그런게 어디있겠어요. 다들 그 기준이 다른데.
하지만 그런건 있다고 봐요. 내가 나 자신을 비주류라고 생각을 하느냐 마느냐. 남들이 자꾸 그렇다고 하면, 나도 그렇게 느껴지는거죠.
락밴드를 하는 여성보컬이 상대했어야 할 시선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