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세상일이 멀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자주 들르던 듀게도 안오게 되더군요.
부모님이 십년을 키우셨던 개였어요.
저는 그 마지막 삼년을 같이 살았구요.
원래는 빚 삼십만원에 팔려왔더랬죠.
집에 왔을 때 나이가 네살이었어요.
제가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땐 이미
육개월 간격의 대수술 두번으로 쇠약해진대다
나이도 많아 참 조용하고 주변을 귀찮아 하던 녀석이었습니다.
부모님 말씀으로는 매우 똑똑했고
(냄비가 타거나 욕실물이 넘치거나 그러면 와서 알려주곤 했대요)
애교는 없었지만 자기거 좋아하고 자기표현 잘하던 녀석이었다는데
(산책용 목줄을 사다줬을 때나 집이 망가져서 임시로
박스로 집을 만들어주니 그리 좋아하더랍니다)
제가 본 녀석은 항상 조용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했거든요.
사실 탈골되었었는데 수술해주겠다는 병원이 없어
결국은 사년을 걷지못했어요.
조용하고 혼자있기 좋아했던 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요.
녀석과는 별로 안 친했습니다.
아마도 녀석에겐 전 절대로 맛있는 거 그러니까 사람 음식 안주고
별로 놀아주지도 않지만 화장실을 꼬박꼬박 데려가주는
불친절한 아랫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느날 아무것도 안 먹더라구요.
배탈이 나면 종종 한 두끼 거르긴 했지만
물까지 안 마시진 않아 이상하다 싶어
병원에 갔더니 이미 너무 노쇠해 져서 가망이 없다고 하더군요.
당일을 넘기기 힘들거라고....
정이랄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눈물 밖에 안났습니다.
병원을 몇 군데를 돌면서 살려달라고 했지만
영양제 링거도 못 주겠다고 하더라구요.
바늘 넣다가 잘못될 수도 있다고...
그냥 집에 데려가서 마지막을 함께 해주라구요.
정신줄을 놓고 있다
같이살다 작년에 타지에 나간 동생에게 연락했어요.
동생 바로 휴가내고 달려왔습니다.
직장에 계시던 아버지, 어머니도 다 오셨어요.
그렇게 녀석에게 얼굴들을 보여주니
녀석이 힘이 나는지 이것저것 먹어 보려고 하더라구요.
저희들은 괜찮아 진 줄 알았어요.
몇 시간 같이 있다 다들 다시 일터로 돌아갔는데
그러고 삼십분 쯤 있다 녀석이 죽었습니다.
그 조그만 몸이 고통에 떨다 서서히 숨쉬는 것을
멈추는데 아무것도 해 줄 것이 없어
그냥 울기만 했었네요.
사후경련인지 몸이 조금씩 움직였는데
막연히 다시 살아나는 건가...
기다렸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그 이후는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버지 요양하실 때 같이지내던 시골집 마당에 묻어주고 왔습니다.
몇주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녀석이 곁에 있는 거 같아요.
시간맞춰 화장실 데려가고 밥주고
녀석은 귀찮아했지만 놀아줘야 할 거 같아요.
녀석이 있던 작은 방에 여전히 조용히 누워 있을 것 같아요.
3초만 지나면 아니란 걸 알지만 이 느낌은 여전히 찾아오네요.
그 녀석의 마지막 순간에 가족 중 제일 덜 보고싶어했을
사람인 저만 곁에 있었다는게 지금도 마음에 걸립니다.
녀석이 혼자서 걷지못해도 매주 산책나가서
잡아주면 걷는 기분은 냈었는데
마지막주 제가 바쁘다는 이유로 산책 못 나간 것도
마음에 남아요.
제게는 붙임성없는 녀석이었지만
그래도 같이한 삼년, 부모님과 함께한 십년은
녀석이 있어 더 행복했던 거 같아요.
가족간에 냉랭한 공기가 흘러도 녀석의 무심한 행동 하나에
웃음보가 터지곤 했었는데...
참 고마워요.
지난주에는 절에가서 초를 하나 밝혀두고 왔습니다.
종교는 없지만, 그래도 저 세상이라는 곳이 있다면
녀석이 튼튼한 네다리도 뛰어다니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 키우던 동물이 죽고 나서 한 몇 달 동안은 새벽에 어디선가 뭔가 바스락거린다든지 그런 소리가 나면 당연히 그 녀석이려니 했다가 아, 이젠 그럴 수가 없지, 말이 안 되지... 하던 순간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어요. 그리고 부질없지만 못 해 줬던 거, 내가 잘못했던 거 많이 생각나서 또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옅어지는 날이 와요, 오긴 와요.
읽기만 하고 조용히 나가려 했는데, 글에 진심이 뚝뚝 묻어나서 댓글 안달 수가 없네요. 저도 두 녀석을 보내봤고, 보내고 몇 달간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엉엉 울어도 보고 길가다가 비슷한 녀석들이 보이면 다시 감정이 북받쳐올라 힘든 시간을 거쳐봤었지요. 십n년 지난 지금도 가슴 먹먹한 감정을 동반하지 않고는 그때를 떠올리기 힘들어요. 지금 함께 지내는 녀석이 10살을 넘기다보니 또 맏닥뜨려야되는 상황이 벌써부터 두려워집니다. 레테의 강 너머 저쪽에서, 지난 4년을 보상하는 나날이 되고 있기를 저도 함께 기원해봅니다.
고인돌 / 제가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 이미 너무 약해서 몇년을 각오한 일이었어요. 부질없는 일이었지만요. 지금은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달진 / 오겠죠. 조용히 그냥 기다리려구요. 폴라포 / 생각날 때면 이 곳 보다는 좋은 곳에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해요. 네, 좋은 곳에 있을 거에요. 난데없이낙타를 / 글 쓰기 조금 전에도 녀석이 했던 어떤 일이 생각나 피식 웃었어요. 아직은 아프지만 좋은 기억들이 먼저 떠오르게 되겠죠. 파바치 / 며칠씩 고통 겪다가 가는 녀석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건 그 중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가족들하고도 그런 이야기를 했구요. 꼼데가르송 / 사실은 늘 비어있는 집이라 그날 제가 집에 있었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녀석이 그렇게 생각해주었다면 저도 정말 고마울 거에요. 명익시잠 / 바람소리에 '아, 참!'했던게 몇 번인지.. 옅어지는 날 오긴 오겠죠.
mockingbird / 아... 감사합니다. 지금 함께 지내는 녀석이 늘 건강하길 바랄께요. NARI / 사람빼고는 혼자여서 보면 마음이 아팠어요. 답답할 것 같아서. 그 곳에서는 말 통하는 친구들과 지냈으면 집어요. dewy /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제가 정말 고마울 거에요. 감사합니다. 도니다코 / 넵! 힘낼께요. 다코님과 함께 하는 개도 건강하고 행복하길... 페니실린 / 좋은 곳에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끔영화 / 그랬으면 좋겠어요.
All / 그저 마음을 풀어보려 올린 글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댓글 남겨주서서 정말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강아지들은 모두 강아지천국에 간다고 하죠. 친구 중 하나도 몇 해 전 보낸 강아지가 신나게 뛰어노는 꿈을 가끔 꾼다고 해요. 좋은 곳에서 편안할 거라 믿습니다. 저희집에도 두 녀석이 있는데 나중일을 생각만해도 눈물이 왈칵나요. 그래도 하느님이 개들에게 인간보다 짧은 수명을 주신 덴 이유가 있는 거다 생각하면 마음을 좀 다지게 되더라고요. 녀석들은 주인 잃고는 살 수가 없을테니까요. 마지막을 함께해주셨으니 레사님 마음도 조금씩 편안해 지시길..기운내세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