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살이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시댁의 선택은 무엇이 될까

한 일주일 된 것 같은데, 신문을 보다가 요즘 며느리가 시댁에 들어가서 사는 시집살이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반면, 사위가 처가에 들어가 사는 처가살이는 많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뭐만 있어도 처가살이는 안한다는 옛 말을 생각해보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죠. 주변에서도 처가에서 같이 산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분들이 많고, 그에 대한 반응도 "오죽 못났으면 처가에 빌붙냐"는 냉소적인 반응은 찾기 어렵습니다. "밥 잘 먹고 다니겠네?" "오~ 좋겠는데~" 가 오히려 주류죠.

 

근데 뭐 다 떠나서, 시집살이가 주는 것과 별개로 처가살이가 느는 이유는 일단 처가가 편하기 때문입니다. "시댁" 하면 그 이미지가 잔소리, 상전들, 눈치보임 등등인데 반해 "처가"에서는 사위를 쉽게 아랫사람 취급하진 않지요. 그러니 여권이 신장됨에 따라 여성들이 시집살이를 하느니 시집 안간다는 의지로 결사항전해 시집살이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예전부터 싫으면 싫다고 할 수 있었던 사위들은 별 거리낌없이 처가로 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전 사실 이 시점에서 시댁의 선택이 무엇이 될지가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지금 이 시대는 "전통" "양반문화" 를 내세워 배울만큼 배운 며느리에게 무조건 옛날식으로 살라고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시대입니다. 지금같은 포지션을 유지한다면 시댁은 아마 며느리를 잃는 데에 그치지 않고 아들까지 멀어지게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속물스럽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예전처럼 가부장적인 시댁의 포스를 뽐낼 수 있다면 아마 그 집안은 대단한 부잣집일겁니다. ㅡㅡ

 

과연 시댁 사람들은 더 늦기전에 며느리를 (우리 가문 사람이 아닌) 아들과 결혼한 여자로, 아들을 (더 이상 내가 0순위가 아닌) 며느리와 결혼한 남자로, 아들과 며느리의 가정은 (우리집의 산하가정이 아니라) 내 가정과 동등한 가정으로 받아들이고 대우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까요? 대단한 반전 카드가 있지 않는 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힘겹게 유지하다 아예 더 멀리멀리 멀어지는 걸 구경이나 하게될 공산이 큰데 말이죠.

    • 처가살이한다고 할 때 부러워하는 반응이 요즘 주류였던가요?? 또 요즘 시댁들이 정말 예전 '전통' '양반문화'를 며느리들에게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시댁과의 갈등이 심해진다고 보시는지요?

      인습에 쩔어지내며 살았던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 시대의 생활상을 지금의 대세인양 치환시켜서 가부장적 시댁이라고 적대시하는 기믹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긴 합니다만.

      그리고 지난 주말 처가집 시골 집안모임에 간다고 처가집 식구들을 태우고 왕복 열다섯시간이나 운전하며 ㅎㄷㄷ한 분위기에서 1박2일을 지내고 온 저로서는 별로 동감이 안되는 본문 내용이군요.
    • 가부장적인 면이 전면에 나오지는 않아도 종종 시댁에 가면 우리 아들 밥은 잘 얻어먹고다니니의 분위기가 풍겨서 가기 싫긴 합니다.
    • 처가살이든 시집살이든 다 반갑지 않을 거 같긴합니다만, 시집살이는 왠지 강요같은 느낌이고 처가살이는 약간 다르게 보여요. 처가살이는 처가에서 요구하는 것도 아닐테고, 돈이 없어서이거나, 혹은 아이들을 맡기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 시집살이는 집안일,눈칫밥,잔소리 셔틀일거 같은데 왠지 처가살이는 아들대접 받을거 같은 느낌이 들긴 해요...ㅋㅋㅋ
    • 전 여자이지만, 처가살이가 늘고 있는 원인을 시댁살이는 힘들고 처가살이는 편해서,라고 결론짓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처가살이의 일차적인 이유는 아이양육때문일 텐데, 엄마들이 시부모보다는 친정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길 원하죠. 아이양육에 있어 아내보다 소극적인 남편은 한발 뒤로 물러서고요.

      제 주변에 처가살이를 하는 남자친구들이 몇 있는데, 그 중 어느 누구도 친정살이가 편하고 쉽다고 하지 않아요.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아내가 그러길 원하니 할 뿐이라는 거죠. 어떤 친구는 아내쪽 친정식구들의 과도한 기대 때문에 굉장히 큰 스트레스를 받아요. 월급이 적다, 다른 회사를 알아봐라, 내 딸이 너 만나 맞벌이하느라 고생한다, 덩달아 내 인생은 이게 뭐냐,등등 제 친구는 그 집에서 철저한 이방인이자 '공공의 북'이 되어있는걸요.

      사위는 백년손님이란 말도 사위일 때나 통하는 얘기지, 처가살이하는 입장에서라면 글쎄요.

      이 문제를 며느리와 사위를 대하는 전통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아무래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네요.
    • 이런 논쟁을 볼 때마다 궁금한 것이 아들딸 다 결혼한 부모들은 자신들은 처가라고 생각하는지 시댁이라고 생각하는지 입니다. 아들이나 딸만 있는 집이 아니라 이런 경우도 당연히 있을텐데, 처가이자 시댁으로서 양쪽의 상황을 다 알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빠져 있네요.
      amelie님의 말씀처럼 육아...그게 핵심인데요.
      아기가 있는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는 최고의 양육자이고 아무래도 주양육자인 엄마를 잘 도와줄 쪽은 처가죠(주양육자가 아빠인 경우는 예외라고 판단하겠습니다).
    • 처가살이가 훨씬 편해보이는데요.
    • 저도 amelie님 말씀대로 육아가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제 동생 부부는 원래도 자주 오긴 했지만 아기가 태어난 후로 반쯤 와서 살다시피 합니다. 조카의 4개월 인생중 40% 정도는 저희집서 살았다고 해도 될정도.

      ...반전은 저희집이 시집이란 거?; 올케가 편하댔어요. 진담이라고 보이는게, 남동생이 출장가고 집비웠을때도 저희집으로 오니까...;
    • 요즘 어른들은 자식들과 그렇게 같이 살고 싶어하지 않으시거든요. 이른바 처가살이도 딸의 가족을 도와주는 거지 부모가 딸자식내외의 부양가족이 되는 경우엔 다른 분위기이겠죠. 또 기대치에 못 미치면 서로 괴롭겠죠.
    • 여자입장에서 시집살이는 부모를 모시고 사는 거고 친정살이(처가살이)는 육아와 가사의 부담을 던다는 편익이 크거든요. 아무리 시댁에서 육아를 맡아준다고 해도 무게중심이 부모를 모신다에 주어지면 체감부담이 다르죠. 제 주변에도 아이가 다 커서까지 친정살이하는 건 드물게 봤어요. 형편되면 아이가 학교 가거나 하면 나오더라고요. 시집살이는 분가 결정이 쉽지 않구요
    • 처가살이하는 주위사람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부터 그 좋은 처가살이 함 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군요.
      처가살이에 대해 악의없는 비아냥(?)하는 건 봤어도 부러워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서요.
    • 저 역시 처가살이가 느는 가장 큰 이유는 육아편의라고 봅니다.
      성별 권력의 관점에서 보아도 그다지 나아진 것은 없다고 생각되는데,
      육아가 여성의 몫이라는 관념이 아직 뿌리깊게 남아있기 때문에
      시댁 부모님들이 "인생을 즐기련다"하실때 친정 부모님들은 "내 딸 편하라고" 아이 봐주는 경우 많죠.
      일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육아의 부담이 일정부분 성별 분담에서 세대별 분담으로 전이되는 사례가 늘고,
      어쩔수 없이 양측 부모 중 한 쪽에서는 아이를 봐 주어야 한다면 남녀 부모들의 이러한 입장차이는
      여전히 육아가 여성의 부담임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생각됩니다.(통계는 없습니다. 체감입니다.)
      물론 여성 인권이 신장되고 신세대(!) 며느리가 늘어나면서 시댁 부모님이 느끼는
      '며느리 데리고 살기'의 메리트가 줄어든 것도 한 몫 했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상황이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어 시댁이 존재감 유지에 위협을 받는 상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도 시집살이를 하면 시댁 부모님들은 많건 적건 육아에 기여를 하셨을겁니다.
      하지만 '시집살이+직장생활'의 노동량과 스트레스는 과거에 비해 나아지는 게 없는 반면
      처가살이는 '가사노동및 육아'의 부담을 상당량 줄여준다는 것은,
      그만큼 시집살이의 과도함이 육아분담의 메리트를 넘어섰었기 때문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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