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애나 편 - 가짜 기억에 관해서.

http://djuna.cine21.com/xe/board/2634925
이 글에 달았던 덧글에서 약간 이어지는 글입니다. (덧글로 새로 달 내용도 아니지만 그렇게 하기도 좀 그렇고;)
사실은 이 글 말고 그 위 다른 글을 보니 애나가 그저 한국으로 돌아가기가 싫어서
그런 극단적인 거짓말을 하는 것뿐 아니냐는 의견이 몇 개 있길래 써 보아요.

 

제가 저 글의 덧글에서 처음 링크했던 기사와 글입니다. (영문)
http://www.guardian.co.uk/science/2010/nov/24/false-memories-abuse-convict-innocent
http://www.jameslefanu.com/articles/psychology-false-memories-and-faux-realities
초간단히! 압축/요약하자면,
정신과 상담 환자의 억압된 기억을 복구하는 상담 치료의 과정에서,
실제로는 벌어지지 않았던 성추행의 기억이 매우 선명하고 생생하고 디테일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때 주로 부모를 비롯한 친인척을 가해자로 지목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해자로 몰린)가 생기는 일이 많다는 논란에 대한 글들입니다.
치료 과정에서 생성된 가짜 기억에 의해 성폭행 사건이 실제로 성립되기도 하다보니 논쟁이 될 수 밖에요.
의사 맘대로 억지로 구겨넣지야 않을테니 제가 다른 덧글에서 무심코 썼던 주입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지만,
어쨌든 환자가 상담자의 조력을 동반하여 있지 않았던 일을 세세하게 만들어내고
그걸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믿는, 그러나 망상은 아닌, 이런 일이 좀 빈번한가 보아요.

이러한 사건들을 기반으로 꾸몄던 로앤오더 SVU 에피소드에서는 정신과 의사에게도 책임을 물리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었었는진 기억나지 않아요. 그 에피소드에서도 결국 가해자로 몰린 친아빠가 거의 망가졌었죠.


 

애나 역시 그런 경우가 아닐지요. 무슨 치료를 받았는지는 몰라서 정확히 말하긴 힘드네요.
최면요법을 쓰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냥 guide할 수 있는 거고...
어제 글에서 다른 분은 애나가 약물치료를 받았을 것이라 추측되기 때문에 정신분석은 받지 않았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요.
전 사실 방송을 보지 않아서. (헉!) 기독교인 홈스테이 부부가 정신 분석을 받게 했다, 라는 걸 읽었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치료를 받다가 발생한 일인 건가, 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아시는 분 계시면 말씀해 주세요.
 
위에 링크한 글에서 언급된 기억 복원 치료에 대한 글이 위키피디아에도 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Recovered_memory_therapy
이 글의 어떤 구절에서는 Studies by Elizabeth Loftus and others have concluded that
it is possible to produce false memories of childhood incidents.라고 하네요.
연구에 의하면 이 치료 중에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에 대한 가짜 기억을 (환자가)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고요.
 
http://en.wikipedia.org/wiki/False_memory_syndrome
가짜 기억 증후군에 대한 글입니다. 애나는 이 글에서는 아래 Sexual abuse cases에 해당될 수 있을 것 같고.

 

애나 사건은 상담 치료에 의한 가짜 성추행 기억 생성이 이처럼 논쟁이 될 만큼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에서 생긴 일이다보니
이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관련된 다른 글에서처럼 단순히 부모가 마음에 안 들어서 연을 끊으려는 게 아니라요.
물론 이것 때문이 아니라 그냥 망상일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런데 망상이라면 병원에서 망상이라는 진단을 내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히려 병원에서 치료의 일환으로 이런 기억을 되살렸기 때문에 미국 홈스테이 부모 쪽에서는
가짜 망상이 아니라 억압된 기억을 끌어낸 것이라고 보고 애나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게 아닐까요? 

 

아, 그렇다고 정신과 의사가 어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억지로 자기가 원하는 기억을
자기 맘대로 환자에게 마음껏 심는 일이 가능할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 
어쨌든 고의가 아니더라도 해당 치료가 그런 거짓 기억이 심어지는 유도 과정이 될 수 있단 거고,
그건 이렇게 연구에 의해서도 증명되었고 케이스가 나오고 있으니 그냥 미신이나 헛소리는 아니죠.

 

    • 아, 어떤 분 추측처럼, 정신병적 증상으로 입원해서 약물치료만 받느라 정신분석은 받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면, 그래서 그런 기억이 생성되는 게 불가능하다면 제가 궁금한 건요, 약물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하더라도, 그리고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더라도 담당의와 정기적으로 상담은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닌가요? 맞다면 그런 상담은 외래 진료하는 상담 치료와는 전혀 다른 건지... 그걸 모르겠네요.

      아..아무튼 방...방송을 보고 올게요. -0-;;
    •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202215

      실제로 정신과 의사가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온 성인 여성들에게
      어렸을때부터 부모가 성적 학대를 해왔다고 가짜 기억을 심어서 소송하고 어쩌고 해서 가정들이 박살난 사례들에 대한 책도 있어요.
      사람의 기억이란건 오래된 것일수록 신뢰할수 있는게 아니죠.
    • 가짜 기억 증후군에 관해서는 학계에서도 논란이 많고 쉽게 다룰 수 있는 주제가 아닙니다. 방송분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 츠키아카리님 / 아. 위에도 계속 밝혔지만 저는 방송을 보지 못했고 게시판에서 여러분들이 말씀하시는 내용만 보았어요. 그런데 이 아이를 두고 그냥 '거짓말을 하는 것뿐이다'라든가 '정신적인 문제 때문이다'라든가 뭐 그런 걸 보고, 혹시 가짜 기억 증후군의 케이스일 수도 있지 않겠냐, 라고 다른 가설을 제시하는 것뿐이에요. 확신이나 판단은 당연히 하지 못하고요. 이런 케이스들도 있고 이 경우도 그 쪽일 수 있지 않겠냐란 추측을 하는 것이지 결단을 내린다거나 애나도 분명 그런 것일 거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게 아닙니다.

      잠익3님 / 잠익3님이 링크하신 책이 제가 위에 인용한 위키 구절에 나온 사람이 지은 책이군요.
    • 네. 잠익3님이 링크하신 책이 위에 위키백과에서 인용된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책이죠.

      책에서는 가정에서 억압된 성적 학대의 기억을 회복하는 운동이 광풍처럼 몰아친 상황과 그 사례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신의 자녀에 대한 성폭행은 물론이고 악마숭배, 유아 살해 등의 혐의로 끔찍한 고통을 받은 부모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잘못된 믿음을 가진 기억 회복 치료사들 때문에 수많은 가정이 박살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게 되는 사례가 상상 이상으로 많이 벌어진 걸 알 수 있습니다. 환자는 얼마든지 치료사가 '듣기 원하는' 기억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억압된 기억이라는 프로이트적 발명품은 픽션에서는 참 낭만적으로 쓰이는 소재지만 현실에서는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원래 인간의 기억이란 믿을 수 없죠.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형, 수정, 가감, 왜곡됩니다. 어떤 사고현장을 목격한 목격자들을 사후에 인터뷰 해보면 열이면 열 전부 다른 소리들을 하죠. 그리고 자신들은 그걸 철썩같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믿고 있을 겁니다.
    • 그럼 가짜기억과 진짜 기억의 차이점은 뭔가요. 저도 위에 일은 아니지만 안좋은 일은 겪었는데 너무 생생합니다.
      하지만 굳이 기억하고 살리고 싶지 않은데 번뜩 번뜩 기억나요 이건 뭐죠? 이런거 때문에 말하기도 주저주저한
      상황이라서..뭐 어쩌면 약간 과장될수도 있겠지만 그 사실을 당했다는것은 확실하게 기억하죠. 그때 주변사람에게도 한번 물어보고싶었는데 설마 나를 믿어줄까라는 그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도..
      그저 하나의 증거(?)라면 진짜 사실을 당한 피해자는 적극적으로 알리려는걸 주저주저해한다는것. 저 기억의 확신
      이란것 때문에
    • 어차피 진짜 기억이라는 건 없습니다.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에서 입력되는 모든 정보들은 뇌에서 일차적으로 필터링 된 후, 가공되어 저장됩니다. 인간의 눈이 아무리 카메라와 닮았고 귀가 아무리 녹음기와 닮았다고 해도 그것을 처리하는 뇌가 사진과 테이프의 형태로 저장하지 않죠. 그래도 대부분의 기억이 진짜 기억이라고 믿고 살아야죠. 인간의 뇌는 그렇게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생존에 유리한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되어 온 것이니까요.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하게 가공된 기억은 그렇게 쉽게 발생하는 건 아닙니다.
    • 와구미//네 저 책의 좋은 점도 있지만 정말 진짜로 있는 근친 성추행/강간 피해자들이 더 말하기 어렵게 됐다는건 다분한 사실같네요. 인간의 기억이란게 믿을 수 없으니 가해자측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몰아붙이면 더더욱 입을 다물겠죠. 저 책도 약간 무책임한 구석이 있어보입니다. 제가보기에는
    • 와구미님이 "환자는 얼마든지 치료사가 '듣기 원하는' 기억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라고 하신 부분에 대해 말인데요~. 어제의 글에서 현직에 계신 듯한 분(해당 방송에 대해 동료에게 조언이 들어와서 자신에게도 의견을 물었다고 하셨으니 이걸 현직 의사라는 이야기로 저는 받아 들였는데, 오해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고요)이 덧글로 "치료자의 의도에 따른 기억을 주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몇 번이나 계속 단언하고, 강조하시고, 못박으셨거든요. 그래서 전 필드에 계신 분이니까 그 부분만큼은 철썩같이 믿고, 그렇다면 memory recovery의 과정에서 false memory가 발생하는 경우 치료사가 기억을 마음대로 만들어내어 주입하는 게 아니라, 그저 그 가짜 기억을 끌어내는 걸 유도하거나 독려(?)하는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일단 원하는대로 기억을 주입하는 것 자체가 전혀 불가능하다고 하시니까... 그런데 와구미님 말씀은 어제의 그 분 말씀과는 달리 치료자의 의도에 따라 기억을 주입하는 게 가능하단 뜻이겠죠? "듣기 원하는 기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그런 의미 같아요. 그...그렇다면 두 분 중 어느 분 말씀이 맞는 건가요. (제 3자에게 묻는 것이지만 물론 두 분들이 직접 대답해 주셔도 되고요.) 아니면 두 분이 말씀하시는 것은 서로 약간 다른 맥락인 건가요?


      타보님 / 위의 이야기는 다른 문제 때문에 상담 치료를 받다가 '억압된 기억을 끌어낸다'는 명목으로 이전엔 전혀 없던 기억이 새롭게 생기는 과정에서 진짜가 아닌 가짜로 생성되는 기억도 있다는 케이스들이고요, 타보님이 말씀하시는 건 원래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에 의해서 계속 갖고 있던 기억 아닌가요? 치료 중에 새롭게 깨닫게 된 기억이 아니라요.
    • 아 타보님 덧글을 다른 내용으로 수정하시니 타보님께 드린 제 덧글이 내용이 약간 맞지가 않네요. 제가 위에 드린 말씀은 수정 전 덧글에 대한 내용입니다~.
    • 그런데요. 그 애가 과거 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홈스테이가정에 폭로한 건 정신과 치료받기 전 아닌가요? 그 전에도 정신과치료(뭐든간에)를 받았나요?
    • 저도 '개로 길러진 아이' 라는 책을 봤는데 거기 가짜기억주입 에피소드에서 기독교 종교 단체인가 종교 공동체인가가 연관되어 있더군요.
      정신분석 치료과정에서 한차례 그런 가짜기억주입에 대한 광풍이 휘몰아쳤다 사라졌는데 어떤 마을에서 종교가 연관되어져 다시 그런 일이 벌어졌다던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하여튼 종교가 연관되어 있었어요.

      치료사가 어렸을 때 성폭행이 있었는데 단지 기억을 못하는 거다 라는 식으로 주입시키는 식이었어요.
      기억을 못하는 것은 악마가 그런 거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하면서 구체적인 상황을 들려주면 처음에는 (그런 일이 없었으니) 기억을 못하다가 점점 치료사가 들려준 상황이 있었다고 믿게 되는 식이었어요.
    • 타보/ 저는 아무 죄도 없는 수많은 부모들이 하루 아침에 자신의 아이들을 성폭행 하고 학대했다는 혐의로 감옥에 갖히는게 더 끔찍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부모를 고발한 당사자들은 억압된 기억을 되찾고 행복해졌을까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한 가정이 파탄난 것은 물론이고 그들은 더 불행해졌죠. 만약 이 일로 인해 피해자들이 말하기 어려워졌다면 그 책임은 로프터스가 아니라 잘못된 이론에 사로잡힌 치료사들이 져야 할 것입니다.

      로프터스도 자신의 기억에 관한 연구와 법정에서 근친 성추행 혐의를 받은 부모들을 변론한 행위 때문에 비판도 많이 받고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배신한다는 소리까지 들었죠. 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타보님이 말씀하신 부분도 저자가 충분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절대로 무책임한 태도로 가짜 기억 주입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연구로 인해 실제 피해를 외부로 드러내는 것이 위축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조아니/ 물론 대다수의 치료사들은 자신들이 올바른 일을 한다는 태도로 의도적으로 기억을 주입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고 환자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죠. 그러나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여러가지 과정들은 기억의 주입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환자를 다그치고, 달래가며 여러 상황을 암시하며 '기억'을 떠올릴 때까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였죠. 그 과정에서 환자들은 없던 기억들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일어났던 일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억이 주입된 것이죠.

      링크하신 위키백과의 로프터스의 연구(Research 부분)에도 간단한 기억 주입 실험이 성공했다는 내용이 나올겁니다. 아이에게 어렸을 때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다는 기억을 주입한 실험이죠. http://nullmodel.egloos.com/1947699 이 링크도 참조해보세요.
    • 이 포스팅을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게...
    • 와구미//네 하지만 학대당한 피해자들이 고발했다는 이유로(물론 그런 거짓기억의경우를 말하는건 아닙니다.)
      무너질 가정이라면 진작에 언제 무너졌어도 안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건 알겠지만 좋은게 좋은거지
      전체를 위해서 네가 죽어줘. 이런 것이 가장 가까워야될 가정에서 강요되는데 얼마나 비참한지는..당사자들만
      알겠죠. 그게 자신의 잘못이 아닌지도 모르고 평생 그렇게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인생에게 너무 가혹한거 아닌가 싶네요. 몇몇 문장은 제가 생각하기에 학대하는 가해자의논리랑 비슷하다고 느끼는거 좀 이상한가요?
      "니가 말해서 얼마나 혼란할지 생각해봤느냐."
      한마디로 말하자면 부실공사한 건물은 당장은 아니어도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옆에 보호장치나 다른 것을
      통해서 무너지는 피해를 줄일수는 있지만요.
    • 타보/ 무슨 말씀이신지. 실제로 학대를 당한 피해자라면 고발은 정당한 행위이고 가해자는 법의 심판을 받는거죠. 거짓 기억으로 가정이 파탄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거 아닙니까. 가해자로 지목된 부모는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고통받고(그것도 자신이 낳은 자식에 의해), 고발한 사람은 주입된 기억으로 인해 필사적으로 부인하는 부모를 감옥에 가두게 되는 건데 어떻게 같이 무너질 가정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리고 제가 실제로 피해를 당한 당사자도 가족들을 위해 입다물고 있어야 된다고 한 적이 있나요? 가해자의 논리랑 비슷하다니 엉뚱한 비난을 저에게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치료사들에 의해 억지로 가짜 기억을 떠올린 사람들은 실제로 가정에서 성적으로 학대를0 받은 피해자들과 양상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그 둘은 충분히 구별해 낼 수 있습니다.
    • 가짜기억은 충분히 증명된 사실이죠. 그리고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억압" 이라는 개념이 이 가짜기억과 만나면 온갖 억울한 사연들이 발생하고요.
      이게 모두 사람들이 자신의 불행이나 우울함의 원인을 어린시절의 경험 탓으로 돌리는 유행, 즉 정신분석상담치료의 부산물임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에서 정신분석상담이 별로 인기가 없다는 게 참 다행이기도 합니다.
      사실 "나의 전생 돌아보기" 같은 걸로도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과학적인 정신분석학보다는 야바위스러운 레드썬이 오히려 나은 면이 있죠.
    • 가짜기억이 실존한다는건 여러 연구가 말해주고 있고, 문제는 이 점에 대해서 한국에서는 잘 안 알려져있다는 것이죠;;;
    • 새로운 글이 올라왔었군요. 지난 번 글 댓글이 또 달리나 체크는 하고 있었는데.

      조아니님이 말씀하신 내용과 제가 지난 번 글에서 설명하고자 했던 부분은 서로 다른 맥락인 듯 합니다.
      지난 번 글을 쓰신 분은 애나의 경우를 정신분석과 근본주의적 기독교의 탓으로 이야기했고, 저는 일반적인 정신분석의 경우에서 그러한 일은 오히려 정신분석 이론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 입니다. 제대로 교육받은 정신분석가라면 환자를 다그쳐서 억지로 억압된 기억을 찾게 하기보다 환자가 나가는 방향에 맞춰 조금씩 따라갈 것입니다.

      정신과의사가 자신의 의도대로 기억을 주입할 수 없다는 것도 위의 맥락에서 이야기한 것입니다. 애나에게 아무런 소인이 없는데 억지로 부모에게 강간당했다는 기억을 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지난 글에도 적었지만, 최면이라든지 하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경우도 환자의 소인이 있어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지난 글을 쓰셨던 분의 말처럼 애나의 case가 정신분석이론 자체의 잘못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바르지 못하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위 글에 대해 한가지씩 제 생각을 말하자면,

      입원치료시 정신과 상담을 받지만 정신분석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정신과 상담은 일반적인 상담에서, 지지적 요법, 분석적 접근, 인지치료 등 모든 것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반면 정신분석이라는 것은 일정한 setting을 갖춘 상황에서 이뤄지는 특수한 치료 기법입니다. 나중에 정신분석치료를 받았을 수 있지만 (실제로 조울증 호전 후 정신분석을 받는 경우도 흔합니다) 발병 당시에는 정신분석을 할만한 상황은 아니었을 겁니다.

      환자가 얼마든지 치료자가 듣기 원하는 말을 만들 수 있지만, 이 말은 치료자가 원하는 말을 환자가 하게 한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물론 그렇게 되는 상황도 있겠지만, 제 이야기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100% 치료자의 의도대로 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게 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정신분석이론에 오히려 반대로 치료를 행한 경우라는 것입니다.

      "기억주입이 가능하다 아니냐" 하는 주제는 "정신분석이 기억주입의 원인이다"하는 것과 다른 이야기입니다. 지난 글을 두번째 맥락에서 이야기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나의 경우가 정신분석이든 뭐든 어쨌든 기억주입에 의한 case일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답을 알 수 없겠지요. 저도 그것이 알고 싶긴 합니다만. 그렇지만 제가 추측해보건대 그 전화라든지, 낙태 방법이라든지, 애가 갑자기 변하고 연락이 안되고 했던 것이나, 그 전 우울증이 있었던 것이나 정신병적 상태를 의심할만한 근거가 많았다고 생각되고, 시간 순서 상 성폭행에 대한 망상이 생긴 것이 먼저이고, 그 뒤에 본격적인 정신과적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누구도 알 수 없겠지요. 그렇지만 설사 그러한 경우라도 그러한 방법을 제공한 이론이 아니라 그런 의도로 그 이론을 사용한 이들이 비난 받아야 할 것 입니다.

      정신분석에 대한 비난이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서 유행한 듯 합니다. 들뢰즈나 가타리의 영향인지, 정신과 치료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분명 위와 같은 맥락에서나 그 외 이유에서나 정신분석이론의 불완전성에 대해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비판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지식과 관심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글이나 이 글의 댓글이나 어떤 부분은 불명확한 왜곡하에서 비난이 이뤄진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있고, 방송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의견을 제게 물어본 것이 아니라, 제 친구에게 방송국에서 의견을 물어보았고, 그 친구 주변에 있는 정신과 의사가 저 밖에 없었던거죠. 저도 경험이 짧아 얼마나 정확하게 이야기를 적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증상과징후/ 정신분석에 대한 비난이 한국에서 유행하는게 아니라 정신분석 자체가 이미 유사과학 취급을 받고 있지 않나요.
      임상적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와구미/
      여전히 임상에서 정신분석은 중요한 부분이고, 여러 질병에서 임상적 효과에 대한 입증이 이뤄져있습니다.
    • 밀레니엄님 / 제가 방송을 안 봐서 게시글만 보고 판단한 거라 몰랐어요. 만약 정말 그 순서인 거라면 (자기가 먼저 주장하고 그 다음에 치료한 순서라면) 제 가설은 그냥 말짱 꽝이고요, ; 그저 가짜기억증후군에 대한 정보 + 궁금증 해결 글로만 봐 주세요. 큭.
      증상과징후님 / 아. 첫 번째 덧글에 올린 질문 아무도 답변 안 해줘서 약간 좌절했었는데 답변 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제가 지난번에 본 님의 덧글에서는 기억 주입이 최면 요법을 제외하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단 걸로 봤는데, 그게 아니고 100%는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가능하다는 말씀이신 건지? 그때 말씀하신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기술적인 부분을 말씀하신 게 아니었던건가 보군요. 아, 그리고 방송에서 공식적인 의견을 증상과징후님께 물어본 게 아니라는 건 이해했어요, 쓰기도 그렇게 썼는데... 다시 설명하시는 걸 보니 저의 덧글이 약간 중의적으로 읽혔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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