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믿기에 적합하기 않은 인간형이라고 느꼈을 때(천주교 관련 실없는 질문 포함)
흐음.. 전 사실 오랫동안 종교가 없었거든요.. 환경에 따라 좀 휩쓸려 다닌 적은 있지만요..
뭐 자발적으로 신실하게 특정 종교를 믿은 적은 없다고 봐야할 거 같네요..
이야기 시작 전에 문득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군대 가면 3대 종교 가운데 하나는 거의 의무적으로 가는데.. 그때 성당에 가면 훈련소 마칠 때 세례 주나요?
만약 준다면.. 아마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될 거 같네요..
뭐 어쨌건 간에..
천주교에 접근하다가 지금 좀 주춤 하는 상태가 되었네요..
몰랐는데.. 천주교는 그냥 내가 다니고 싶다고 다니는 것도 아니더군요.. 몇개월씩 공부 하고 나서 면담하고 통과해야 세례를 주고 정식 신자가 된다고..
뭐 그런 체계성이 마음에 든다는 사람들도 여럿 봤습니다만..
공부 기간동안 계속 느낀 점이.. 아.. 이게 종교구나.. 사회생활과는 다르구나.. 하는 거였어요..
사회생활에서는 가끔 만나는 싸가지없는 갑 빼고는 누구든 저와는 동등한 관계, 혹은 동등한 척이라도 하죠.. 저와 잡은 약속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전에 없던 조건을 하나 내세운다거나 할 때는.. 그에 따른 보상을 내놓거나.. 최소한 미안해하거나.. 그러던데..
여긴 그런게 없더군요.. 예정되어 있던 공부 시간을 늘리거나.. 원래보다 더 빨리 오라고 하거나..
처음에 시작할 때 세례 받으려면 뭐뭐 해야한다... 라고 알려줬던 조건에서 자꾸 뭐가 붙어요.. 그러면서도 미안하다.. 그렇지만 이걸 하면 좋으니까 같이 해보자 이게 아니라
이거 안하면 세례 안줄거니까 싫으면 말아라.. 뭐 이런 느낌이랄까.. 애초에 없던 조건을 붙이는 건 계약위반 아니냐! 싶다가도 아.. 종교였지.. 하면서 참고..
종교인과 제가 사람의 모양으로 서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그 분들은 신의 대리인들이라..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슈퍼갑의 위치구나.. 하고 느껴요..
뭐 물론 그 갑이라는게 돈을 뜯거나 뭔가를 강요하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만.. 여튼 모든 조건은 그쪽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위치랄까.. 제 의견 따위는 반영될 여지가 없고..
생각해보니 제가 오랫동안 종교를 멀리했던 이유도 이거였어요.. 나보다 훨씬 우월한 신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그 밑에 숙이고 들어가 저를 용서하시고 절 구하소서
하는게 영 맘에 안들었달까..
그게 바뀌는 계기가 생겨서 지금껏 진행이 되었는데.. 아마 충분한 계기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방금 또 뭔가를 하지 않으면 세례까지 갈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화가 많이 나는 걸 참을 수가 없어요..
이 조건이 처음부터 있었다면 전 아예 포기했거나 아니면 이걸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미뤘을 겁니다.. 그럼 지난 수개월간 그렇게 애쓰지도 않았겠지요..
좋고 싫고를 떠나 일단 지금은 여건이 그 조건을 따르는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그런데 이제와서 새로 조건을 붙이면서도 그게 플러스 알파가 아니라 안하면 안되는 필수라고 해버리니..
이럴 때 기꺼이 하겠습니다... 이게 아니라 아니 원래 이런거 없었잖아요 라는 생각이 드는걸 보니 전 정말 종교랑은 영 안맞나봐요..
사실 거의 막바지까지 왔는데.. 한게 아까워서라도 참고 그냥 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이런건 싫다고 발을 뺄지 고민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