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에서 영감을 받은 쿠로사와 아키라의 〈란〉에서 히데토라 영주가 아들들에게 배신당하여 폐인이 되는 것도 해당이 될는지? 또는 『맥베스』와 그 영화판들은 어떨까요? 그러고 보면 예로 드신 폴란스키(이 분야의 제왕이라고 생각합니다)도 〈맥베스〉를 만들었죠.
내면의 압박이 외부의 (불확실한) 공포로 드러난다는 모티프는 발 루튼 공포영화의 장기인데, 그 중에서도 〈죽음의 섬〉이랑 로버트 와이즈가 루튼을 떠난 뒤 한참 있다가 만든 〈귀신들림〉(Tha Haunting)이 말씀하신 주제에 잘 맞을 것 같아요. 〈죽음의 섬〉은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이 강박관념이 돼 버린 군인이 점점 발광하는 내용이고 〈귀신들림〉은 세상에서 버림받고 홀로 남은 듯한 기분을 느끼는 여인이 귀신들린 집과 점차 동화되어 가는 내용입니다.
마틴 스콜세지 영화의 주인공들은 강박관념과 억압에 고통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말로 미치는 단계로 나간 건 디키프리오 주연의 〈비행사〉(The Aviator) 하나 뿐이려나요……. 〈일과 후〉(After Hours)도 충분히 미칠 만한 상황인데 "미칠 지경"이 될 뿐 정말 미치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그 러브크래프트하고 겨룰 만한 또 하나의 광인이 있으니 필립 K. 딕. 단편 읽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필립 K. 딕 걸작선을 읽고 있노라니 이거야말로 정말 미쳐 본 사람이 쓴 소설이구나 싶더라고요. 선집 1권 『화성의 타임슬립』부터 읽어보시길!
와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댓글이.. ^^;;; 기쁘네요 ㅋㅋㅋㅋ추천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미 본 작품도 많이 있지만 잊고 있던 것들이라 도움이 되네요. 그리고 추천해주신 모든 작품들 다 보고 읽어보겠어요 정말루요! ㅋㅋㅋ 밑으로도 생각나시는 분들은 계속 추천해주세요~
넓게 보면 윌리엄 프리드킨의 경찰 수사물 〈프렌치 커넥션〉이나 〈LA에서 살다 죽기〉도 해당될 듯. 범인을 잡고야 말겠다는 신념 때문에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다가 사고 치는 경찰이야 80년대 미국 경찰물의 클리셰지만 프리드킨의 경찰들은 정말로 "미친X"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이클 파웰, 에머릭 프레스버거 감독의 〈검은 수선화〉요. "오지"에 선교 활동 나간 수녀들이 엄한 규율과 들끓는 욕망 속에 결국 좌절하고 폭발하는 내용입니다. 같은 감독의 〈빨간 구두〉도 〈흑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니 만큼 떠오르긴 하는데 그쪽은 역시 미쳤다고까지 하기는 힘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