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교회에서는 이런 일이 흔한가요?

며칠 전, 같이 일한 적이 있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한 5,6년만의 연락인가요? 정말 오랜만이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공동작업을 했던 사람이고 

이래저래 한때나마 가까웠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예요.

그렇다고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이거나 친밀한 교류가 있던 사람은 아니었고

일하면서 조금 불쾌한 기억도 있던 터라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죠.

 

암튼 이 사람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며칠 전부터 나에 대한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나요. 

그냥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서로의 근황을 말하고(전 결혼했다 블라블라) 

그 사람은 제게 이메일 주소를 가르쳐달라더군요. 할 말이 있다면서요.

뭐, 일에 관한 얘길 하려나? 별 생각없이 가르쳐줬는데

나중에 메일을 확인해 보니 황당무계한 얘기들이 가득합니다.

 

아주 긴 메일이었죠.

요약하자면,  자긴 독실한 기독신자이고 기도를 하다가 나에 대한 계시를 받았는데

내 독설과 날카로운 성격 때문에 남편이 괴로워 죽고 싶은 상태라나요.

한마디로 내 남편을 살리기 위해 메일을 쓴다는 겁니다.

(아니, 내가 결혼했다는 말에 독신주의자 아니었냐면서 놀랄 땐 언제고!!)

 

암튼, 확신에 차서 남편을 살리려면 성경에 대한 무지를 씻고 성경공부를 해야하고....

나와  남편이 크게 쓰일 사람이라는 계시가 왔고... 암튼 많은 얘기들이 있었습니다..ㅡ ㅡ;;

난 똑똑하니 자기말을 잘 이해할 거라는 둥의 회유도 한 가득.. 남편 죽는다 협박도 한가득...

(너 왜 이리 된 거니??)

자기가 다니는 대형교회에 오라는 말과 함께

자긴 기도하는 딸인데 응답이 아주 잘 오고 있고 그 응답에 따라 살면 삶의 절로 풀린다는 뭐 그런 얘기가 있었고요.

 

그냥.... 딱 봐도 신 받은 무속인과 똑같은 행동이더군요.

교회에 이런 사람들이 있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너무 대놓고 이런 행동을 하는 걸 보니 요새 교회에서는 이런 행동을 권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급한대로 김하중이 썼다는 대사1,2를 권한다는군요.

자기 행동이 황당한 게 아니라 고귀한 것이다라는 설득을 하려고

이 책을 권한다는 혐의가 짙게 들었습니다.

 

이 친구는 자기가 하는 일이 너무나 옳다는 사명감에 가득차서

전혀 앞 뒤 분간없이 전투적으로 내 상황을 이러이러하다고 우기고 있구요.

자기가 받은 계시가 틀리면 얼마나 망신스러울 거라든가,

갑자기 이런 메일을 받은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볼 거라든가 하는 성찰이 전혀 없는 일방적인, 거의 폭력에 가까운 글쓰기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이렇게 사리분별이 없던 사람이 아니거든요.

남 앞에 어떻게 처신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던 사람이구요.

좀 이상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지만 그냥 전 에고가 너무 강하구나 정도로 이해했었구요.

전화로 했던 얘기들도 멀쩡했는데....

원래 이런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건지....

 

남편은 발톱 깎고 있다가 메일 얘기 듣더니 완전 넘어가고

나보고 **이가 나에게 너무 관심이 많은 거 아니냐며 놀리네요..ㅡ ㅡ 

 

몇 마디 해주려다가 도저히 말이 통할 상태가 아닌 걸로 판단

무반응으로 대처하고 메일은 삭제했는데 조금 전 또 메일이 왔습니다.

읽지 않고 삭제했어요. 이런 식의 들이대기를 무작정 받아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요.

뭐든 답변을 주면 더 무서운 사명감으로 똘똘뭉쳐 달려들 거 같고.

 

암튼 씁쓸합니다.

대체 이 나라에서 이성은 왜 이리도 푸대접을 받는 건지...

 

    • 흔하디 흔한 일입니다. (매우 불행하게도) 목사들 대부분의 수준이 그 모양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수준으로 하향평준화 시키는 거구요. 한국 개신교회는 할아버지가 잭팟을 제대로 터뜨리고 그거 까먹으면서 무위도식하다 보니 손자대에 내려오니 재산이 거덜나는게 눈에 띄고 그걸 벌충하려다 보니 해본건 없으니 온갖 뻘짓하는 걸로 어떻게 하자는 걸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 분이 참 안타깝군요.
    • 울 친척이랑 똑같네요. 울엄마때문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천국에 못갔다고 x랄스런 말을 하던데.
    • 악성 다단계 회사와 영업전략이 비슷하군요. 저 같은경우도 연락 오래 안되던...게다가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친구가 연락이 와서 몇번 만나다보면 결국 교회 아니면 다단계더군요.
    • 으악 정말 무섭네요. 남의 앞길 이래라저래라하는 오지랖은 어딜가나 빠지질 않는군요.
    • 개독교, 아니 참 개신교 신자인 한 사람입니다.
      그 지인되시는 분께는 참으로 죄송한 말씀이지만 기도 하다가 계시 받았다는 건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가신 것 같고요.
      대사 1,2같은, 기독교 서적이라고 불리기 참 부끄러운 책을 추천하시는 것을 보니 신비체험류의 간증을 즐기시나 봅니다.

      계시 받았다는 건 임상치료가 필요할 부분일 듯 하고,
      대사 1,2보다는 C.S.루이스 소설이 더 기독교적인 거라고 내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개신교에는 별의 별 사람들이 있는데요.
      저런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많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네요.
    • 전혀 알지도 못하는 교회 장로라는 사람한테서 한동안 문자 테러를 당한적이 있습니다. 멀티 문자라서 스팸문자로 설정해도 차단되지도 않고....
      하여간 문자 받을때마다 기분 참 뭣 같았습니다.
      암튼 어떤 종교든 맹신하면 안되는데 저런분들 볼때마다 그저 측은한 생각뿐이네요.
    • 잘은 모르겠지만 위험할 수 있는 상태같네요. 실제 계시일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망상일 가능성이 클 것 같아요.
    • 어휴. 저런사람이 가족이나 친척이면 진짜 인생 피곤해진다능.
    • Josh/ 자신을 기도하는 딸이라고 당당히 소개하더군요. 얼마전 오빠도 뒤늦게 목회의 길을 걷고 있다는 얘기와 함께요. 네, 저런 사람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교회 자체에서 이런 행위를 인정하는 것과 아닌 것과는 차이가 있으니까요. 전부는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일부(라도 많은) 교회에서 저런 행동을 권하는 거라면요? 김하중은 저런 정신으로 통일부 장관직을 수행했던 건가요?... 으아악
    • smilax/
      우선 기독교 교파가 가장 많이 분파되고 가장 많은 수를 가지고 있는 한국(참 놀랍죠?;;)에서 모든 걸 하나로 보기가 매우 힘듭니다.
      전 애매하지만서도 굳이 따지자면 신학에서 말하는 진보주의+신정통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한국의 주류 개신교에서는 저같은 사람을 아마 이단시(?)하다시피 할 겁니다.

      요즘에야 정통적으로 신학을 배운 사람들이나 해외에서 진보적인 학풍의 신학을 베이스로 한 사람들이 늘면서 이성적인 방향도 많이 도입이 되는 듯 한데
      그래도 여전한 것이고, 이것을 개혁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미미할 뿐이고(항상 소수...), 실은 비신자인 분들께는 변명처럼 들리실 수도 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러는 걸 뜯어 고치기가 힘듭니다. 그 고집이나 집념을 어떻게 이성적인 권유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요.
      이건 우리 정치나 사회가 아무리 개선하려고 발악을 해도 잘 안 되는 것과 상통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비유가 좀 그렇지만
      골수 수꼴(?)을 어떻게 바꾸겠어요라는 핑계와 흡사합니다. 저마저도 한 뭉텅이로 개독교가 되더라도 참 어쩔 수 없는 일이네요.
    • 우와... 이거 공포스럽네요... 소름 쫙;
    • 흔한지 안 흔한지에대해서만 말씀드리면 흔한 스타일은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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