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를 보고 단상 (스포유)

영화 재밌네요.  적어도 중간에 시계 볼 생각은 한 번도 안 들었어요.

시간도 그렇고 감정폭도 그렇고, 너무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고

딱 담백하고 깔끔했던 것 같아요.

(강아지가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만 빼구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어요.

이 영화에도 돈 잘 벌고  머리 좋은  전문직 사이코패스가 나오는데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경제관념이 없는 걸까요?

자신이 살인이라는 행위를 저지름으로 인해 잃게 될

경제적 사회적 지위 상실 같은 게 여기서도 너무너무 커 보였거든요.


초반의 여대생 살인은 어쨌든 비경제적인 활동은 아니었잖아요.

들키지 않고 잘 처리했는데


자기 직장 지하주차장에 온갖 피칠갑을 하며 조형사를 죽이는 것부터 폭주모드로 돌변하더니

'아니 저 인간은 생각이라는 게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싶더라구요.

감정은 없어도 지능도 높고 생각도 있을 사람이

cctv같은 건 신경도 안 쓰고 현직 형사를 살해하고, 그것도 두 명이나!

수아와 기섭이가 있는 보육원 앞에 잠복하던 형사를 죽였을 때는

'내가 얘를 죽였으니 곧 경찰이 들이닥칠거야' 이런 생각이 전혀 안 들었을까요?

돈 잘 버는 산부인과의사라는 직업은 아깝지 않았을까요?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고 결국엔 다음날에 사회에 깨끗하게 복귀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 걸까요,

아니면 에라 모르겠다, 죽이고 싶은 인간들 다 죽여버리고 인생 리셋하자-이런 맘이었을까요,

아니면 어차피 한 번 갔다온 감옥, 또 가지 뭐..이런 자포자기였을까요.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수아를 죽이는 게 맞는 것 같긴 한데

이렇게 마구잡이로 일을 벌려놓으면

나중에 대차대조표를 보면 수아를 죽이건 안 죽이건 '자기 인생 파멸'이라는 결과는 똑같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비경제적이고 자기파괴적인 싸이코패스를 보면 좀 신기해요. 원래 그런 건가요?


    • '싸이코패스'니까요. 언제든 파멸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처럼 보였어요. 그냥 짐승 같기도 했고.. 폭주할 때 느낌이 그래서 저는 나름 괜찮았어요. ^^
    • 도니다코 / 전 싸이코패스가 극단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중시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파멸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도 싸이코패스의 특징인가요?
    • 약물 중독에 불법 시술로 면허 정지됐다고 들은 것 같은데 아닌가요?
      아버지 병원에서 음성적으로 일 해주는 걸로 보였어요.
    • 아뇨 제 말은 '싸이코패스'라서 일반 사람의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 간다고.. 싸이코니까~~ 하는 뜻이었어요. 걍 미쳤으니까 이치에 맞는 이해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ㅋㅋㅋ 파멸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처럼 보였던 건 영화 속에서 그 캐릭터가 그렇게 보였다구요. 워낙 거침없어서. ^^;
    • 단호박전 / 그 부분은 제가 놓쳤나봐요. 덕분에 한 가지 의문이 풀리네요^^
      도니다코 / 아..그러니까 범인이 싸이코패스는 아니고 그냥 싸이코였군요. 끝까지 냉정하고 똑똑하고 이해 가능한 범죄자가 나오는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형사가 그 차 까지 찾아낸 거니까 이제 체포되는 건 시간문제였죠. 여태 잘 진행되던(?) 일들이 수아와 기섭이 때문에 들통이 났으니 그냥 놔두고 순순히 체포될 순 없었을 거구요.
    • 지하철에서 수아한테 덤빌 때는 모자도 쓰고 했으니까, 조형사랑 마주치기 전까지는 사실 어떻게든 귀찮은 수아 처리하는 걸 몰래 하려고 했던 거 같아요. 조형사랑 만난 이후에는 앞뒤 없이 그저 수아를 죽여야겠다는 오기로 가득차보였어요. 죽이고 나서야 어떻게 도망치든가 라고 생각했을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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