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ing Private 한예슬 – 리버럴, 경제학, 계약


 

1.

한예슬이 책임을 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임.

드라마 종영까지 촬영을 마치는 것과 중도 하차하고 계약에 따른 배상을 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할 지와 관련된 당사자의 자유, 선택권을 존중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함.

타인에게 끼치는 피해는 배상책임을 통해 규율됨.

비슷한 환경에서 촬영을 끝까지 마치는 다른 연기자들이 한예슬 보다 딱히 더 책임감이 강하고 도덕적으로 우월해서 그렇게 행하는 것인지, 한예슬보다 배상 책임에 따르는 경제적 손실을 더 두려워해서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음.

그것을 알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을 알든 모르든 그에 대해 도덕적으로 단죄하겠다는 생각에도 일정한 위험이 따름. (물론 편익도 있을 수 있음)

이런 태도를 대중적 사상 검증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양심의 자유 제한 등 사상 검증 일반의 문제점을 일부 공유함.

개인적으로는 수퍼모델들과 일반인들 사이에 대단한 본질적, 도덕적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음.

내가 수퍼모델처럼 섹시하고 수퍼모델이 직업이었다면, 지금의 나와는 많이 달랐을 것임.

 

한예슬이 무책임하다라는 표현은 얼마든지 가능함.

그리고 그런 (개인적) 도덕적 판단도 얼마든지 가능함.

그러나 그런 표현과 판단이 배상책임을 전제한, 배상책임이 이미 강제된 개인, 사인(私人, private)의 선택을 제한하는 논리로 정당화된다면 그것은 문제라고 생각함.

무책임에 대한 약속된 대가를 지불하고 무책임할 권리를 옹호함.

 

1-1.

한예슬은 계약 상대방에 대해서만 책임을 짐.

아마도 소속사일 것으로 판단됨.

그리고 소속사가 제작사에 대해 계약 이행 책임을 짐.

그리고 제작사가 방송국에 대해 계약 이행 책임을 짐.

그리고 방송국이 광고주에 대해 계약 이행 책임을 짐.

이런 식임.

 

각 계약 단계는 고유한 특징들을 갖고 있고,

이 특징들을 반영한 계약이 체결되어 있음. 또는 있을 것임.

매우 복잡하게 여러 가능성들을 고려하고 각 가능성들에 대한 처방이 포함되어 있음.

(1: 계약경제학의 주요 문헌들 참고)

그 중에 매우 중요한 것이 risk sharing (위험분담) .

moral hazard (도덕적 해이)는 별개의 이슈로 볼 수도 있고, risk 중 하나로 볼 수도 있겠음.

소속사, 제작사, 방송국은 모두 risk taking을 해야 하고

계약 단계에서 그것을 상대방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했을 것임.

그러니 계약대로 하면 됨.

, 제작사나 방송국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함. 그들은 호구가 아님.

갑과 을은 상대적인 것으로 자기동일성을 유지하는 어떤 본질이 아님.

방송국이 광고주에 대해 계약 이행 책임을 진다고 방송국이 을이 아님.

프로그램을 전후한 광고 배정을 놓고 줄 세우고, 경매 붙여서 형성된 계약임.

광고주가 시청자-소비자들에 대해 을인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임.

여기서 누구도 호구가 아니고, 일방적인 갑이거나 을이 아님.

(유일하게 차별되는 계약자는 방송국이라고 생각함.

공영방송은 전파라는 한정된 자원을 비시장적-비경쟁적인 방식에 의해 과점하도록 권한이 부여되었으므로

직접적인 규제 대상임)

 

1-2.

다른 출연자 및 스태프들은 한예슬이 책임져야 할 대상이 아님.

스태프들이 제작사와 계약을 맺었다면, 제작사에게 계약 이행을 요구하면 됨.

제작사는 한예슬-소속사로부터 배상 받아서 방송국과 스태프들에게 배상하면 됨.

이 과정에서 일부 손해를 분담할 가능성이 더 큼. (전방향으로 슈퍼갑이 아닐 경우)

그건 당연히 제작사가 져야 하는 부담임.

no risk, no gain. high risk, high return. no free lunch.

 

스태프들은 제작사로부터 배상을 제대로 못 받을 가능성이 큼.

계약 관행이 바뀌어야 함.

스태프들의 권익이 계약법이 아니라 한예슬의 미덕에 의해서만 보장되는 사회는 별로 좋은 사회가 아님.

물론, 미덕은 좋은 것임.

그러나 내가 보기에 미덕인 것이 타인이 보기에 억압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다원주의 사회의 기초임.

이 기초를 분명히 하자는 취지에서 계약법에 의한 (시장)규율을 우선적으로 강조함.

 

계약 관행이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큼.

스태프가 한예슬에 비해 훨씬 대체하기 쉽기 때문임.

시청자들이 말단 스태프가 만들어내는 차이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단 스태프를 하겠다는 사람은 꽤 있기 때문임.

이건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

대부분의 저임금 노동이 공유하는 문제임.

누구도 그들을 방송제작업에 억지로 밀어 넣지 않았고

방송제작업 노동자의 권익을 다른 산업 노동자의 권익보다 특별히 우선적으로 보호할 사회적 당위는 없음.

 

노조 결성이 부분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으나, 그것은 그것대로 비용을 초래함. (아래에서 다시 언급)

 

스태프들도 한예슬처럼 대응하는 수밖에 없음.

시청률 경쟁 한창일 때 펑크내서 엿 먹이기 (voice)

계약 단계에서 임금 수준, 임금 지급 주기, risk sharing에 대해 요구하기 (voice)

더럽다고 때려 치우기 (exit) 등임.

물론 손해가 따름.

그러나 자신의 선택에 의해 일부 손해를 감당하는 것은 한예슬, 소속사, 제작사, 방송국 등도 마찬가지임.

 

내가 A와 계약을 맺으면서 A와 계약을 맺는 제3자들의 권익까지 모두 고려,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말도 안 되는 생각임.

3자도 마찬가지임. 그들이 나의 권익을 고려할 필요가 없음.

아무도 그렇게 살지 않고 있으면서 한예슬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모순적임.

 

1-3. 스태프를 포함한 일반 회사원과 한예슬의 공통점과 차이점

회사원도 마찬가지임.

노동법 혹은 고용계약의 규정에 따라 자기 권익을 추구해야 하며, 할 수 있고, 하고 있음.

차이점은 이것임.

내가 여러 가지 사유로 퇴직하면서 규정에 따른 통보 및 인수인계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손해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은 극히 작음.

그러나 소속사와 한예슬은 이를 피할 수 없음.

따라서 굳이 따지자면 한예슬이 회사원보다 더 무책임해도 된다고 생각함.

 

1.4

회사원과 한예슬의 고용 계약이 다른 것은 경제적 특질이 다르기 때문임.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나, 중심적인 것이 바로 대체가능성임.

한예슬과 계약을 맺고 드라마를 슈팅하면

회사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체가능성이 제한됨.

그렇기 때문에 해당 리스크가 계약에 다 반영됨.

 

hold-up 문제라고 볼 수 있음.

http://en.wikipedia.org/wiki/Hold-up_problem

 

편당 출연료 정해 놓고 계약서 사인만 하면

한예슬은 대충 해도 꼬박꼬박 현금 꽂히고,

제작사는 한예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바꿀 수 없음. 바꾸기 어려움. hold up!

이것은 엄밀하게 얘기하면 도덕적 해이와는 조금 다른 사후적 기회주의(opportunistic behavior)라고 함.

(엄밀하게 말해 도덕적 해이는 agent의 노력 정도에 대해 관찰, 측정이 어렵거나 감시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 발생하는 문제를 의미함.)

이와 같은 사후적 기회주의의 위험 및 그에 따른 피해규모가

일반 회사원, 스태프의 경우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계약에 반영되는 것임.

(사후적 기회주의를 규율하는 메커니즘은 배상책임 외 다른 것들도 있는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평판(reputation).

영화판이나 이런 동네, 평판이 매우 강력한 규율을 하는 시장을 everyone knows everyone market 이라고 하기도 함.)

 

1.5 배상 책임


지금 어떤 식으로든 소송이 진행될 것 같은데, 법원이 판결을 잘 해야함.

계약서 문구만 보고 삽질하면 안 됨.

입증책임을 누가 지는지 등을 잘 고려해서 적정한 배상책임을 지워야 함.

reliance damages, expectation damages rule 혹은 법리가 있음.

여기서 문구만을 근거로 제작사 편을 들어주면?

expectation damages 적용하고 손해액도 크게 계산하면?

그러면 앞으로 제작사의 횡포(사후적 기회주의)를 방조하게 됨.

큰 관심이 없어 자세한 사실관계는 모르지만, 제작사(PD)의 사후적 기회주의도 장난이 아니었던 것 같음.

 

TV 켜놓고 일하면서 종종 스파이명월 틀어놓곤 하는데 드라마가 잘안풀리니 좀 한예슬한테 의존한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특히 중간에 새작가가 투입되면서 한예슬에게 집중되는 코믹?설정들이 강화되기도 했고..”

이 드라마 몇 번 본 사람으로서 한예슬 씨 십분 이해가 갑니다. 
오히려 '잘 했다' 싶을 정도로 드라마 엉망이었습니다. 이런 대본과 상황을 진지하게 연기하는 게 신기할 정도랄까요. 저 사람이 그런 행동에 이르게 된 것이 드라마 수준, 이야기 수준이 직업 의식이나 체력 한계를 견딜 수 있는 정도 이하라는 점이 좀 더 부각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 등등

80%까지는 모르겠으나 한예슬의 매력을 다 뽑아먹겠다는 게 눈에 확 드러났으며, 그걸 풀어내는 방법이 상당히 유치하고 삼류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를 집중해서 보지는 않았지만 전회를 다 지켜보긴 했습니다. 일단 한예슬이 불성실하게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연기를 잘하는 것과 성실하게 한다는 느낌이 드는 건 좀 다르니까요.) 오히려 저런 대본에도 연기를 하다니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_-; 일단 드라마에 나오는 액션신은 한예슬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에릭은 액션신이 아예 없고 소좌동지도 한예슬에 비하면 액션신이 거의 없어요.

단적으로 이런 장면도 있습니다.” 등등


계약서에 배상 책임이 있으니, hold-up이 양방향이 된 것임. 


사실 어떤 판결이 나든, 즉 한예슬이 독박을 쓰더라도, 나중 사람은 대처할 수 있음.

이제 계약서에 신의 성실의 구체적 기준이 추가되고, 손해배상 한도 조항도 들어갈 것임.

이런 비가격 조정과 더불어 가격 조정이 이루어짐(더 높은 출연료 요구).

그리고 exit 조정이 이루어짐. (2)

 

efficient breach of contract, efficient breach theory

이상과 같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음.

(효율적 계약 파기 이론? 번역 용어를 잘 몰라서임. 알았으면 영어 안 씀. : 사후적 기회주의)

계약 경제학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비전공자가 혼자 읽기는 거의 불가능함.

법경제학의 계약법 관련 내용을 추천함. 몇 년 전에 괜찮은 교과서가 번역(한순구)되었음.

번역 교과서를 직접 읽어본 것은 아니므로 괜찮은지 어떤지 확신은 못함.)

 

효율적 계약 파기..

여기서 효율성은 한예슬 또는 제작사,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효율성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정의(justice), 분배적 함의를 가짐..

효율성과 정의를 엄밀한 근거 없이 분리/대립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

 

2. exit vs. voice


구글에서 exit voice and loyalty 로 검색해 보기 바람.

이준구 [재정학] 교과서에도 소개되어 있음.

 

“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사람이 있어야 더럽다는게 알려지지, 더러워도 해야한다라는 사람만 있다면 상황은 더욱 더러워집니다.

는 허수아비 대립, 허구적 대립임.

 

더러워도 해야한다라는 사람만 있지 않음.

더럽다는 것을 알리고 시정을 요구하면서 (voice) 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음.

이순재나 문근영 등이 이런 예에 해당할 지는 모르겠음.

 

exit 만으로는 사회적 효율성을 달성하기 어려움.

exit 도 정보를 주지만 voice에 비해 정보량이 작음.

voice 만으로도 사회적 효율성을 달성하기 어려움.

두 가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시장규율이어야 함.

 

3. 오해(?)


1회 방영 등 대안으로 제시된 것들이 간과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능성, 비용들에 대해 쓸 생각이었으나 시간관계상 생략.

노조 결성도 마찬가지임.

 

노조 결성에도 비용이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얘기를 하고자 함이 아님.

편익과 비용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는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함.

그것이 생각보다 그러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할 뿐임.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음.

이런 배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규제-제도를 도입하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에게도 피해를 주기 십상임.

 

4. 리버럴


한예슬을 두둔하는 사람이든, 비난하는 사람이든

그녀가 타인, 특히 집단의 이익에 기초해서 행동하기를 바라는 뉘앙스가 많음.

 

시청자에 대한 책임?

시청자는 한예슬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지기에?

 

다른 사람들의 도덕관을 비웃고자 함이 아님.

리버럴, 개인주의자로서 나의 도덕관을 제시해 볼 뿐임.


경제학은 한예슬이 참고 견디든, 더럽다고 나가고 배상하든 "합리적" 의사결정이라고 평가 또는 전제함.

이것이 경제학 방법론에 내재된 리버럴리즘이라고 볼 수 있음.

그녀 자신이 결정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음.

그것을 존중하고, 그 존중에 기초하여 예측을 시도함.


한국은 자유주의 만세, 시장주의 만세 사회가 절대로 아님.

국민정서법이 자유주의의 공리(axiom)보다 더 강한 사회임

 

사정상 엉성하게 끝맺고 나감.

 

 

1

http://147.46.167.195/cyberclass/bd_list.html?boardid=lectureBoard_1552&bdtype=qna&li_no=1552

한 학생이 매우 친절하게 주요 논문을 전부 올려뒀음;;

 

2

http://www.daviddfriedman.com/Academic/Efficient_Breach/Efficient_Breach.html

결론 부문 참조

“The first is that, in order to evaluate different damage rules correctly, one must consider their effect on the decision to buy as well as on the decision to breach, since failing to sign a contract is one way of avoiding damages for breaching it. The second is that, once one includes that effect, the case for the general superiority of expectation damages disappears.”

위 법경제학 결론을 계약경제학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participation constraint binds” 정도가 될 것 같음.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생각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네요.
      2. exit vs. voice 에 관련해서,
      exit 행동을 충격을 극대화시켜서 행동하면(한예슬씨처럼) 적극적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에 따른 행동을 하는 촉매가 되지 않을까요?
      뭐랄까, 대부분 exit vs. voice의 방식을 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익숙해져(무뎌져) 있는 상황해서
      EXIT!!!!!! 해버리면
      많은 사람들에게 참신한 충격(이전에 겪어보지 못한)을 줘서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IT!!!와 voice의 주체가 서로 다른 경우라고 할까요?
      한예슬씨의 행동이 이것을 의도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사후적 기회주의'에 대한 보충 설명이 듣고 싶어지네요. 좀 알듯말듯 해서.
    • 국민정서법이 자유주의의 공리보다 더 강한 사회임 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그 정서에서 벗어난 사람은 살아남기가 힘든 폭력적인 사회죠 ㅠ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문근영은 voice만 있었던 케이스라 효과가 없었고, 한예슬은 exit만 있었던 케이스죠.
      조화되면 가장 좋은데, 어떤식으로든 변화를 가져오겠죠. 이런 게 이론으로 다 있었는지 몰랐네요.

      저는 노조 이야기가 더 궁금하네요.
    • vincenthanna/
      네 말씀하신 내용 맞습니다.
      exit 자체를 가장 강력한 voice로 볼 수 있습니다.
      충격을 극대화 시켜서 자발적 개선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죠. (시장 규율)
      exit 없는 voice 는 개선 효과가 매우 약합니다.
      그래서 두 가지가 적절한 비율로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저는 허쉬만의 논문을 직접 읽지 않았고, 이준구 교과서도 읽은 지 오래돼서 정확히 기억이 안납니다.
      허쉬만은 voice 의 중요성, exit 에 의해 사회후생이 감소된 사례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압니다.

      위키피디아를 참조하자면,
      정보량의 차이에 따라 구별하는 것 같습니다.
      정보의 강도(?)가 아니라.

      A가 B1의 exit에 충격을 받아 자발적 개선을 하려고 한다 해도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면 효율적인 개선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어떤 우선 순위로 개선해야 할 지는 소비자, 연기자, 스태프(B1, B2, B3)가 알지
      공급자는, 제작사(A)는 알 수 없거든요.

      이런 맥락에서 exit을 정보 없는 이탈로, 개념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실에서는 exit도 정보를 일부 제공하겠죠.
      말씀하신 대로 exit 주체의 의도와는 별개로요.

      어찌됐든 voice 가 많아야 개선이 보다 효율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막장 드라마를 안 보는 것도 필요하고 막장 드라마를 비판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좋은 드라마를 만들면 막장 드라마보다 시청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않으면
      제작사는 막장 드라마를 열심히 보는 시청자만을 상대하려고 하겠죠.
      막장 드라마를 안 보고 exit한 사람이 왜 그렇게 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니까요.
    • 공감합니다!!!

      비슷한글을쓰려다 말았는데 제가 쓰려던 것보다 백 배 낫네요 ㅎㅎ
    • dos/

      http://en.wikipedia.org/wiki/Hold-up_problem


      For example 이하를 읽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더 명시적인 모형 예를 한참 찾아봤는데 지금 당장은 안 보이네요;;
      산업조직론 강의 노트에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2010년 강의노트를 보니 수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을 다루는 장이 없네요.
      제가 산업조직론 강의 때 들은 번역 용어인데..

      http://www.econ.fudan.edu.cn/985/admin/eWebEdito280/UploadFile/2008101621325773.pdf

      위 논문에서 opportunistic 으로 검색하시면 몇 가지 맥락이 나옵니다.
      사후적 기회주의를 차단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대응이 수직 합병이거든요.

      그냥 For example 이하를 보시는 게 낫겠네요.

      이미 투자 및 프로그램 납품 계약이 이뤄지고, 주연 출연 계약이 체결되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배우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계약을 취소하는 것 보다 납품 계약을 이행하는 게 낫습니다.
      처음부터 배우가 그 따위로 할 줄 알았다면 아예 계약서에 사인을 안 했겠지만요.

      배우 입장에서는 이런 제작사의 보수(pay-off)구조를 알기 때문에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할 인센티브가 있죠.
      이 위험이 통제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수준보다 계약이 적게 성사됩니다.
      모두가 모두를 아는 바닥에서는 이런 행동을 하면 다음 계약 때 기피 대상이 되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규율이 됩니다.
      그리고 손해배상 책임 조항으로 기회주의적 행동을 통제하고요.

      그런데 배우가 배상 책임 조항에 묶여 있는 것을 이용해
      제작사가 배우를 여러 형태로 소모시켜 버릴 인센티브가 또 있습니다.
      여기서도 평판이 부분적으로 규율을 합니다.
      나홍진 감독 작품은 스태프들이 기피하겠죠.

      더 자세한 내용은 위의 논문이나 산업조직론, 법경제학 교과서를 참조해야 할 것입니다.
      정확히 어떤 내용을 원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이런 책을 읽은지 시간이 좀 돼서, 저도 당장에 더 풍부하게 잘 정리하지는 못하겠네요.

      투자가 일어나서 회수불가능한 매몰비용(sunk cost)이 있고,
      투자가 일어나기 전이라면 응하지 않았을 조건으로라도 응해서 어떻게든 딜을 유지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
      딜을 접는 것보다 이익이 되는 상황을 상대방이 이용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 김리벌/ 보충설명 감사합니다! 덧글 다신 마지막 문단을 통해 정확히 이해하게 됏습니다. 배상책임보다는 평판에 의해 규율되는 측면에서 여기저기 응용해볼 만한 흥미로운 개념이로군요.
    • 머핀탑/
      특별한 내용은 없고 뻔한 얘기입니다.
      내부자-외부자 문제(inside-outsider problem)죠.

      노조에 의해서든, 다른 규제에 의해서든
      말단 스태프 개개인의 고용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비용이 듭니다.
      그러면 제작사는 그만큼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제작사는 위험이 따르는 투자에 대한 요구 수익률이 있습니다.
      스태프 개개인의 고용 비용이 증가하면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고용을 줄일 것입니다.
      그러면 제한된 수의 노조원(내부자)은 개선된 고용환경을 누리게 되겠지만,
      분명 일자리를 잃는 스태프(외부자)가 나오게 됩니다.

      1주 1회 방영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기간이 길어지고, 만약에 그것 때문에 시청률도 하락하고 해서 수익률이 하락하면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메꾸려고 할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그런 회피 수단을 모두 규제한다면, 즉 요구 수익률 자체를 어떻게든 통제하려고 하면
      투자 자체가 줄어들 것입니다.
      산업 생산, 시장, 일자리 등이 감소하는 것이죠.
      한예슬도 배려하고, 스태프도 배려하고, 시청률 망할 경우 리스크도 지느니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낫겠죠.

      지금 상황은 분명히 병적입니다.
      exit과 voice가 적절히 결합되어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시장 아닌 것도 해결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제작사의 결방도 용납하지 않고,
      수신료 인상도 용납하지 않고,
      방송 중 광고도 용납하지 않고,
      출연진의 개인적인 펑크도 용납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스타가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다수인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다른 문제들이 해결되면 노조 없이도 나아질 수 있고,
      다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노조가 있어도 나아지는 효과가 매우 적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조를 통한 문제해결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나 제작사가 지나친 수익률을 요구하는 게 모든 문제의 근본이라고요?
      간단합니다.
      내가 투자하면 됩니다.

      "이런 게 이론으로 다 있었는지 몰랐네요."

      네, 다 있습니다.
      주1의 계약경제학 문헌들의 제목만 죽 읽어보셔도 느낌이 오실 거에요.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거의 모든 상황에 대한 모형이 연구되었고,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론도 있고, 그에 대한 실증 테스트도 있고요.
      계속 수정 보완되고 있습니다.

      주류 경제학이 비현실적인 완전경쟁, 완전정보 가정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현실적합성이 없다는 주장들은
      그냥 상대하지 않는 게 답입니다.
    • 1주 1회 촬영에 대해 덧붙이자면 미드의 경우 투자 리스크 감소 면에서
      보통 '파일럿'이라는 보조 장치를 활용하죠.

      한국의 경우 그게 불가능한 게, 1~2회에 몰빵해서 시청률 선점을 지향하죠.
      1~2회는 한 두달 찍고 나중에는 같은 분량 한 주에 찍고 그런 식.
      초반 기선 제압만 하면 막말로 대충 만들어도 시청률 안 떨어지니까요.
      또 상대적으로 주연 배우나 작가 정도를 빼고는 인건비 비중이 높지 않아 세트나 장비 같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면이 있고요.

      이 역시 시청자의 시청 습관에 기반한 일종의 사후적 기회주의 아닐까요? 개념 오남용인가?
      근데 그런 방송국의 행태는, 평판이 아니라... 그 시청 습관을 고치는 수밖에 없으려나요?
    • dos/
      말씀하신 사례는 뒤집혔습니다.
      일단 초기 투자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제작사기 때문에 셋팅 자체가 맞지 않습니다.
      시청자가 비용을 부담하고 제작사가 그것을 이용해야 제작사의 사후적 기회주의가 되겠죠.
      시청자가 1~2회에 몰입해서 시청하는 것을 초기 투자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대충 만든 드라마를 계속 보는 것이 그만 보고 다른 어떤 것을 하는 것보다 이익이라는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죠.

      방송국의 평판은 사실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고요,
      작가, PD의 평판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보고요.
      작가, PD를 선별하는 것과 시청 습관 개선은 많은 부분 겹친다고 봅니다.

      미국 사례를 말씀하셨는데,
      그런 장치들이 바로 시장(경쟁)에 의한 지속가능한 개선 방안입니다.

      더 나은 투자자, 더 나은 제작자, 더 나은 배우, 더 나은 스태프가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대충 만들어도 시청률 안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면, 그런 변화는 거의 불가능하죠.
      더 나은 투자자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요.

      더 나은 투자자, 더 나은 시청자 층이 두터워지면 다른 문제들은 쉽게 해결됩니다.

      시장 규율에 대해 조금 덧붙이자면,
      투자자와 시청자(end user)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규율이 시장 규율입니다.
      이들의 행동을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런데 이들을 내버려 두고, 중간 단계의 행동을 강제하면 문제 해결이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규제는 용납하지 않으면서 타인을 규제하겠다는
      시청자들의 발상이 자유주의의 공리에 어긋난다는 것이고요.
    • 김리벌/
      제가 역시 개념을 잘못 이해한 건가요? 다시 읽어 보니 그렇네요. 켁.
      그렇다면 방송국의 그런 제작 관행을 설명할만한 개념은 없나 싶네요.

      아... 아니군요. 생각해보니 너무도 당연한 걸수도 있겠네요. 모든 상품 경제라는 게 그런 식이니.
      처음 출시된 신제품의 제작 단가와 수 년 후 그 제품의 제작 단가가 다른 게 당연한 건데요.

      시장(경쟁)에 의한 개선이라는 대목에서 잠깐 또 갸우뚱하게 되는 게
      그런데 시청률 경쟁이라는 게 더불어 나타난 게
      언급한 초반 몰빵으로 인한 시청률 선점 뭐 그런 것도 있고
      미니시리즈 투자 위축 및 편수 증가(16부가 보편이던 것이 20부, 24부로 증가)인 걸 보면
      이건 경쟁으로 인한 악화이기도 하거든요.
      분명히 시청자 입장에서는 손해다 싶은 부분도 있고요.

      뭐 그게 분명 드라마의 질적양적 향상의 이면... 부정적 측면 정도라고 일축할 수도 있지만
      뭐 시장 경쟁으로 나아지는 것만 같지는 않다는... 뭐 이 역시 초딩스런 너무 당연한 얘긴가 싶지만서도.
    • 오,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결국 고생하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직종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좋은 것이냐
      아니면 앞으로 산업 규모가 축소하고 고용 수가 줄더라도 정상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느냐의 문제 같네요.
      이런건 종사자들이 스스로 결정할 부분이니, 제3자인 제가 더 이상 왈가왈부할 수가 없군요.

      그나저나 덕분에 계약경제학이라는 재미있는 분야를 알았네요.
      학교 다닐 때 경제학과 수업 좀 들어 두지 못한게 늘 아쉬웠는데, 조금 더 아쉬워지네요.
      (공대생에게 16동은 다른 학교나 다름 없죠.)
    • dos/
      듀나님의 글입니다.

      "물론 결과물의 질이 어떻건 정해진 시간에 물건이 도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 나는 그들의 의견도 인정한다. 단지 동의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리버럴의 철학입니다.

      "물론 결과물의 질이 어떻건 정해진 시간에 물건이 도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 것이죠.

      (참고: http://djuna.cine21.com/xe/2710193
      "이유는 시청자들의 채널 충성도가 그렇게 높지가 않습니다. 결방하면 바로 채널 돌아가죠. 그리곤 (새로 보기 시작한 게 아주 재미없지 않는 이상) 보던 걸 봅니다...
      어떤 이유로든 방송이 결방되었다가 다시 시작하면 시청률 하락은 필연적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들의 의견을 인정-존중한다면,
      시청률 경쟁으로 나타난 현상들을 "악화"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미니시리즈 투자 위축 및 편수 증가 등도요.
      편수 증가를 원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편수를 늘리는 게 시청률을 높이고, 그래서 이 지경이 된 것이니까요.

      그러니 '악화'라는 단정은
      다른 취향을 가진 다수 대중 혹은 그 대중의 요구에 영합하는 제작사의 매우 당연한 대응에 대한 비난이 됩니다.

      저는 이런 기조가 아무리 제 취향에 맞지 않아도 그런 비난을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고요..

      그러면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죠.

      "명품 드라마 만들면, 시청률이 막장 드라마보다 훨씬 더 잘 나온다."

      이게 정말 확실하고, 쉬운 일이라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내가 투자하면 된다는 말이 그런 의미였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경험적 증거를 갖고 있죠.
      예를 들어 사전 제작 드라마의 시청률이 꽝이라든지 하는 것..
      시청률을 보장하는 명품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매우 매우 어렵습니다.

      미국이 어떤 지 모르지만, 미국의 제작 환경과 방영 관행, 작품 완성도가 훨씬 좋다면
      그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훌륭한 작가, 감독, 결방하더라도 해당 작품을 보는 시청자들,
      그리고 그것을 보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채널 선택권이 넓어서 경쟁이 치열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고요.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도
      투자, 제작, 공급 측 경쟁은 상당히 치열할 것 같습니다.
      그래봤자 수요 측에서 퀄리티 선별에 따른 채널 충성도가 약하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장인 정신 갖고 만들어 봐야 망할 테니까요.

      경쟁의 결과가 선을 보장한다는 맹목적인 믿음이나 주장이 아니라
      이런 시청자가 다수인 사회에서는, 자유주의 철학에 따르면,
      '선'의 의미가 재정의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마지막의 자유주의를 공리주의로 바꾸는 게 좋겠네요.
      그리고 철저한 공리주의를 따르더라도 dos님과 개선의 방향에 대한 합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노조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아주 아주 어렵습니다.
      편수 증가가 악화라는 단정에서 출발한다면 공리주의적 합의는 난항을 겪게 될 것입니다.

      너무 시청률 위주로 말한 감이 있어서 덧붙여 봅니다.

      (여기서 공리주의적 합의 = kaldor-hicks improvement
      http://en.wikipedia.org/wiki/Kaldor%E2%80%93Hicks_efficienc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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