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기분 나빴던 일

밤에 작업하다가 카페인이 떨어져서 급하게 사러 갔습니다

늘 원두를 사러 가는 단골 가게가 있기는 한데 문을 일찍 닫는 편이라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원두 파는 다른 카페로 갔지요.

여기는 꽤 이름 난 카페고 늘 붐비는 곳인데 한가지 궁금한 건

원두를 다양하게 취급하면서 밀봉을 안 하더라고요. 위를 돌돌 말아서 가볍게 묶는 방식의 갈색 종이 봉투를 써요.

(단골 가게는 원두를 주문하면 큰 통에 들었던 걸 그 자리에서 덜어서 은색 금속 봉투에 담고 끝을 가열해서 밀봉해주지요)

커피 맛의 절반은 잘 볶은 원두의 신선도에 있는 만큼 아무리 볶은지 얼마 안 된 원두라도 보관 잘못하면 금방 망가진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래서 원두 살 때도 한꺼번에 많이씩 안 사고 100그램, 요즘 같이 커피 많이 마실 때는 200그램씩, 기껏해야 5일-7일 분량을 삽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같은 곳에서 산 원두를 같은 방식으로 내려도 막 사왔을 때랑 거의 다 마셔갈 때쯤의 맛은 차이가 나지요.

늘 신선한 원두까지는 여러 여건 상 어려우니 이게 제 나름의 타협 지점인데

이 카페는 원두를 오늘 가보니 17일 볶은 원두부터 내놓고 팔던데, 밀봉을 전혀 안 합니다. ;

이상해서 물어봤어요. 왜 밀봉을 안 하냐고.

그랬더니 자기네는 볶은지 얼마 안 된 신선한 원두만 팔고, 여기서 사가는 손님들도 15일 안에 드시기 때문에 괜찮대요. 

전 보름이나 묵힌 원두는 먹지도 않는데;;

또 자기네 봉투는 원두 담는 전용 봉투라서 밀봉이 안 되어 있어도 괜찮다나요? 

아니 그럼 원두 팔면서 전용 봉투에 안 담는 가게도 있나요? 다른 데는 트럭에서 귤 팔듯이 비닐봉투에 그냥 담아주나보죠? 

그러면서 아무 문제도 없는 건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유독 밀봉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대꾸합니다.

물론 가게마다 여러가지로 방침이 다를 수 있는 거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마음에 꺼려지는 제가 이용을 안 하면 될 일이지요.

그런데 점원의 대답이 당시에는 딱히 반박할 게 없어서 어차피 늦은 시간에 거기 아님 원두 파는데도 없고 해서 그냥 나섰는데 

어째 말투가 저희의 운영 방침이 이러이러합니다 하는 게 아니고, 

커피 원두는 원래 이렇게 해도 되는 건데 손님이 뭘 잘 못 알고 계시네요 하고 가르치는 듯한 느낌이더라고요. 

집에 돌아와서 생각하니 다른 손님들은 잘 차려입고 밤 나들이 나오는데 

저만 잠옷바람에 원두 사러 왔다고 무시하는 건지 싶어 영 기분이 나쁘네요.

앞으로는 밤 늦은 시간에는 차라리 홍차를 마시고 말지!! 

생각해보면 전에 근처에서 친구 만날 일이 있어서 잠깐 들어가 앉아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좀 기분 나빠서 나왔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그쪽 메뉴와 좀 다른 걸 주문했는데(메뉴에 뭘 추가하거나 빼거나 다른 걸 해달라고 했든지; 잘은 기억 안 나지만),

그때도 우린 그런 거 취급 안 하는데요 마인드라 좀 황당했었어요. 

그때도 태도가 아 저희는 그런 게 없어서 준비가 안 되어 있네요 죄송해요가 아니라 

뭐 커피를 그렇게 마시는 사람도 다 있나? 이런 느낌으로 약간 아래로 내려보는 듯한 응대였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접객 태도도 안 좋고 커피 맛도 썩 좋은 줄 모르겠는 카페에 늘 사람이 바글바글한 건지; 

즐비한 맛집 중에 진짜 맛집은 드문 이상한 동네라 그런가 합니다. 

    • 마치 아버지 아는 사람이 하는 낙지요리 전문점에 가면 겪을 것 같은 이야기네요. 커피 마시고 기운내세요.ㅋㅋ
    • 기분 많이 나쁘셨겠어요. 저희 동네의 카페들도 당연히 그렇게 팔던데. 원두가 햄버거인가요? 갈색 종이봉투에 담게. 이상한 가게네요. 묵은원두를 좋아하는 입맛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쪽으론 태클 안 걸겠습니다. ㅋㅋ
    • 저는 커피에 대해 잘 모르니 그 부분에 대해선 뭐라 드릴 말씀이 없지만 <손님이 뭘 잘못 알고 계시네요 하고 가르치는 듯한...> 요런 태도는 참 거시기하네요. 커피 마시고 기운내세요.ㅋㅋ222
    • 토닥토닥. 커피 드시고 잊으세요.
      근데 **랩인가요? (불친절하고 맛이 예전같지 않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확 떠오르는 게 여기네요..ㅎ)
    • 그래도 쓰면서 기분 풀렸어요. 감사. 할 일도 많은데 나쁜 일에 오래 붙들려 있어봤자 좋을 거 없잖아요.
      응앙응앙/ 맞아요. 불친절하다고 느낀 게 저 하나가 아니라니 어쩐지 조금 흡족해집니다.
    • 커피랩.. 저도 기분 나빴던 적 있어요. 친구 생일이어서 케이크를 가져왔는데 포크 좀 줄 수 있냐는 말에 여기서 외부음식 드시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외부음식 먹으면 안 되는 건 알겠는데 그 때도 뭐 이런 개념없는 것들이 다 있냐는 식의 말투라 어이없었어요.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사람 무안주는 장기가 있는듯요..
    • 저는 동네 커피가게에서 사먹을까 싶어 스콘을 빤히 쳐다봤는데 가게 주인이 '그건 스콘이라는 거예요.'라고 하더군요.
      살짝 황당했지만 그냥 '카푸치노 우유 조금 넣고 거품 많이 해서 주세요~' 라고 주문했더니
      '손님, 카푸치노는 원래 그렇게 하는 겁니다..'라고... ㅡㅡ;;

      그 가게 망해라.. 라고 나오면서 속으로 빌었어요. 솔까.. 맛도 별로더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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